추신수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1할 초반대의 타율로 규정이닝을 채운 타자 중 가장 낮은 타율이라는 부끄러운 기록을 가지고 있던 추신수는 4월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홈 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치면서 1할대 타율조차 사수하는데 실패했다. 추신수의 타율은 0.096으로 떨어졌는데 이는 리그 투수들의 평균타율(0.089)와 채 1푼도 차이나지 않을 만큼 낮은 수치다. 그러니까 타석에 추신수가 들어서나, 투수가 들어서나 100번 들어서더라도 안타 하나 만큼도 차이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선수를 평가하는데 있어 널리 쓰이는 <팬그래프 닷컴>에서 제공하는 fWAR에서, 추신수는 오늘 경기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에서 -0.3을 기록중이다. fWAR는 지출 없이 데려올 수 있는 말 그대로 ‘땜빵 선수’ 대신 이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팀에 몇 승을 더 안겨줄 수 있느냐를 나타내주는 지표다. 극단적으로 말해 최저 연봉으로 거저 주워올 수 있는 선수를 기용하는 것이 추신수를 기용하는 것 보다 더 팀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15경기에서의 fWAR가 -0.3이므로 지금 상태 그대로 150경기에 출전한다고 가정하면 fWAR 수치는 -3.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3보다 낮은 fWAR를 기록한 야수는 단 5명에 그친다. 현재 추신수의 부진은 말 그대로 ‘메이저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부진’이라는 것이다.
물론 추신수는 '클래스'가 있는 선수다. 클래스가 있기에 텍사스에서도 총액 1억 달러가 넘는 계약을 안겨줬다. 당연히 지금보다는 더 성적이 나아질 거라고 예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사실 지금 상황에서는 더 이상 떨어질 곳도 없다. 이 정도 예상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래서 세부 통계지표를 살펴보면서 추신수의 부진 원인과 반등가능성을 살펴봤다.
긍정적인 부분 1) 볼넷 비율과 삼진 비율
추신수는 2005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12.1%의 타석에서 볼넷으로 걸어나가고 21.4%의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비록 부진한 시즌이었지만 작년에도 11.0%의 타석에서 볼넷을 얻어냈고 24.8%의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올해 최악의 부진을 겪고 있는 와중에서도, 추신수는 11.1%의 타석에서 볼넷으로 출루하면서 23.8%의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나고 있다. 적어도 볼넷을 얻어나가는 능력은 아직까지 잃어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추신수의 올 시즌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은 9.7%로 통산 9.9%와 별 차이가 없는 것도 긍정적으로 볼만한 요소다.
긍정적인 부분 2) 비정상적으로 낮은 BABIP
BABIP는 페어 지역으로 인플레이 된 타구가 안타가 될 확률을 나타내주는 지표다. 선수가 메이저리그 레벨의 퍼포먼스를 보여준다는 전제하에 높은 확률로 투수는 리그 평균, 타자는 자기 커리어 라인에 수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현재 추신수의 BABIP는 .111로 통산 성적(.342)에 비해 무려 2할 이상이나 떨어져있다. 추신수는 라인드라이브 타구를 많이 만들어내면서 항상 높은 BABIP 수치를 기록하는 유형의 타자이기 때문에, 적어도 현재보다는 BABIP가 상승하게 될 것이며, 거기에 맞춰 타율도 올라가게 될 것이다.
부정적인 부분 1) 불안한 컨택 비율
그러나 ‘BABIP이 낮기에 그래도 평균으로 회귀하겠지’ 라고 막연하게 예상하기엔 세부 지표들이 거슬린다. 올 시즌 추신수의 Z-Contact%(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온 공에 스윙 했을 때 배트에 맞히는 확률)는 78.6%로 통산 성적(84.6%)에 비해 크게 떨어지며 리그 전체에서는 꼴찌에서 13위다. 최근 추신수의 배트스피드가 예전만 못하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는데 배트스피드가 느려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 중 하나가 바로 존에 들어오는 공에도 헛스윙을 하게 되는 현상이다. 통계만 봐도 추신수의 방망이가 느려졌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나는 셈이다. Z-Contact%가 80% 미만인 선수 중,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이 10% 미만인 선수는 추신수 한 명이다. 앞으로 쭉 지금같이 친다면 헛스윙 비율은 더 올라가고, 삼진 비율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헛스윙 스트라이크 비율이 별 차이가 없는 게 긍정적인 요소인데, 그것마저 망가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적신호라 볼 수 있다.
부정적인 부분 2) 스트라이크는 못 치고 볼은 건드리고
BABIP가 낮은 게 단순히 불운 탓만이 아니라는 것도 문제다. 추신수는 올해 스트라이크 존 밖으로 빠지는 공에 25.2% 스윙하고 있는데 이는 통산(23.8%)에 비해 높은 수치이며, 볼을 쳤을 때의 컨택 비율(69.0%)은 통산(58.4%)에 비해 10% 이상 높다. 즉 전체적인 헛스윙 비율은 통산 성적과 별 차이가 없지만 다음과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스트라이크 존 안의 치기 좋은 공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2) 신기하게도 존 밖의 치기 안 좋은 빠지는 공에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가는데 3) 나쁜 공들을 많이 건드리다 보니 4) 당연히 타구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5) 이는 BABIP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추신수의 올 시즌 라인드라이브%는 11.4%에 그치고 있다. 이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더 길게 이어질 경우 긍정적인 부분으로 봤던 볼넷 비율과 삼진 비율까지 망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
1) 스트라이크 존 안의 치기 좋은 공은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고 2) 신기하게도 존 밖의 치기 안 좋은 빠지는 공에 적극적으로 방망이가 나가는데 3) 나쁜 공들을 많이 건드리다 보니 4) 당연히 타구의 질이 떨어지게 되고 5) 이는 BABIP의 하락으로 이어진다. 실제 추신수의 올 시즌 라인드라이브%는 11.4%에 그치고 있다. 이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더 길게 이어질 경우 긍정적인 부분으로 봤던 볼넷 비율과 삼진 비율까지 망가지게 될 확률이 높다.
약물의 시대가 끝나고, 32세의 외야수의 성적이 하락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자연의 섭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국내의 많은 사람들은 추신수가 FA 계약을 하던 시점에서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타자는 롱런할 확률이 높다.’라고 주장했지만 사실 노쇠화 곡선을 살펴봤을 때, 좋은 운동능력과 좋은 주루, 수비 능력을 갖춘 선수의 노쇠화 곡선이 선구안을 바탕으로 한 타자보다 노쇠화가 느린 편이었다. 즉 추신수가 당시 비교되던 자코비 엘스버리에 비해 더 빠른 노쇠화를 보여줄 것이라는 것은 이미 통계적으로 충분히 예상 가능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하락이 이 정도로 가파를 것이라 예상한 사람이 얼마나 됐을까. 아니 한 명이라도 있기는 했을까.
세부 기록을 살펴봤을 때, 추신수가 반등하는 길은 간단하다.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는 빈도를 줄이고, 좋은 공을 쳤을 때 컨택을 만들어내는 비율을 높이면 된다. 물론 말처럼 쉽지는 않은 일이며, 추신수 본인이라고 모르고 있을 리도 없다. 추신수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비결은 좋은 선구안을 바탕으로 나쁜 공은 거르고, 좋은 공을 골라 치면서 빠른 배트스피드에서 나오는 총알 같은 타구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며 현재 부진한 이유는 바로 그 모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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