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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년 MLB 역사 최초의 '무관중 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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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년 MLB 역사 최초의 '무관중 경기'

[베이스볼 Lab.] 볼티모어-화이트삭스의 '조용했던' 승부

볼티모어 과격 시위 여파가 메이저리그 야구장까지 밀려왔다.

30일(한국시각) 볼티모어 캠든야드에서 열린 볼티모어 오리올스 대 시카고 화이트삭스 경기. 1회부터 홈팀 간판타자 크리스 데이비스가 홈런포를 때려냈지만, 야구장은 고요했다. 젊은 기대주 마차도의 홈런포에도 함성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히메네스의 삼진 퍼레이드에도, 볼티모어가 승리를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는 순간에도 정적이 야구장을 메웠다. 이날 경기 공식 입장 관중수는 ‘0’명. 야구장에는 양 팀 선수와 구단 관계자, 중계진, 기자들만이 자리를 지켰다. 야구장 밖에서는 소수의 팬만이 창살 틈을 통해, 인근 빌딩 위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이날 경기가 ‘무관중 경기’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에서는 흑인 청년이 경찰 체포 뒤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대규모 소요사태로 번지며 큰 혼란을 빚고 있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전이 열린 27일에는 시위대가 야구장 주변을 점거하며 관중들이 경기종료 뒤에도 한참 동안 야구장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도 빚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오리올스-화이트삭스의 3연전 중 첫 두 경기를 취소한 데 이어 30일 경기를 관중 없이 치르기로 결정했다. 롭 만프레드 메이저리그 커미셔너는 이에 대해 “팬과 선수들, 심판과 경기장에서 일하는 이들의 안전을 고려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메이저리그 145년 역사상 관중 없이 열린 경기는 이번 오리올스-화이트삭스 경기가 처음이다.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역대 홈경기 최소관중 경기는 1972년 8월 17일 메모리얼 스타디움 경기에 입장한 655명이며, 이 경기도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상대팀이었다.

한편 이번 사태는 볼티모어의 향후 시즌 일정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우선 취소된 28~29일 경기를 원래는 휴식일이었던 5월 29일에 더블헤더로 치러야 한다. 이에 볼티모어는 5월 20일부터 6월 8일까지 20일 동안 무려 21연전을 치르는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게 됐다. 화이트삭스 역시 5월 15일부터 31일까지 17일간 18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이 불가피하다.

또 볼티모어는 5월 2일부터 홈구장에서 치를 예정이던 탬파베이 3연전을 상대팀 홈구장인 트로피카나 필드에서 치르게 됐다. 원정팀의 홈구장에 가서 후공으로 홈경기를 치르는 만큼 홈구장 이점도 누리기 어렵다. 볼티모어는 30일 현재 10승 10패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서 1위 양키스에 2경기차 뒤진 4위에 머물고 있다.

이번 볼티모어 지역의 소요는 지난 4월 12일, 25세 흑인 청년인 프레디 그레이의 사망 사건이 불씨를 당겼다. 당시 프레디 그레이는 범죄 용의자로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는데, 심한 척추 손상으로 일주일 뒤인 19일 사망했다. 그레이는 특별한 범죄 혐의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병원 이송 당시 이미 척추의 80%가 이탈해 있는 상태였다. 그레이의 변호인은 체포 과정에서 심한 구타와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지난해 마이클 브라운, 에릭 가너 등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강경 진압에 사망하는 사건이 잇달아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인종간 갈등과 각종 항의시위가 미국 여러 지역에서 벌어진 바 있다. 볼티모어 소요사태도 애초에는 그레이 사망을 추모하는 집회로 시작했다가, 경찰의 가혹행위가 드러나며 점차 격렬한 양상으로 번지는 중이다. 29일에는 차량 140대가 불타고 경찰 20여 명이 부상당했으며, 폭력 시위와 통행금지령 위반으로 240여 명을 체포했다고 볼티모어 경찰이 밝혔다. 일부에서는 상점에 대한 약탈과 방화도 벌어졌으며, 이에 몇몇 한인 상점도 큰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디 그레이 사망이 계기가 되긴 했지만, 이번 사태는 볼티모어 지역의 해묵은 문제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볼티모어가 속한 메릴랜드주에서는 백인이 대부분인 경찰과 가난과 인종차별에 시달리는 흑인 주민의 갈등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왔다. 실제 지난 4년 동안 볼티모어 지역에서는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100여 차례 크고 작은 논란이 벌어졌으며,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는데도 주 정부는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라는 입장을 보여 왔다.

사망한 그레이가 거주한 볼티모어 서부는 주민 대부분이 흑인이며, 메릴랜드주 감옥에 갇힌 수감자의 절반 이상이 그레이이와 같은 서부 샌드타운 출신이다. 최근 한 보도에서는 25~54세 미국 흑인 여성 100명당 흑인 남성은 83명에 불과한데, 이는 대부분이 일찍 사망하거나 투옥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같은 연령대 백인 여성 100명당 백인 남성 비율은 99명으로 흑인과의 차이가 크다. 이처럼 뿌리깊은 차별과 갈등이 원인이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단시일내에 끝나지 않고 오랜 기간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1992년 LA 아프리카-아메리칸 소요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한편 관중 없이 진행된 이날 경기는 홈팀 볼티모어가 데이비스-마차도의 홈런과 우발도 히메네스의 호투를 앞세워 8-2로 승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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