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이 개막된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상 징후를 보이는 투수들이 있다. 지난해 MVP 수상자인 LA 다저스의 클레이튼 커쇼나, 월드 시리즈 MVP의 매디슨 범가너도 예년에 비해 부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이름값에 비해 부진한 것이며, 시간이 지나면 곧 올라올 만한 투구 내용을 보여주고 있기에 크게 걱정이 되진 않는다. 그러나 몇몇 이유로 인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지만) 올 시즌이, 혹은 그 뒤로도 걱정이 되는 투수들이 있다. 천문학적 몸값의 선수들을 대신 걱정해주는 것은 의미없는 행동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왜 그런지에 대해 알아보자.
존 레스터(시카고 컵스)2014성적: 219.2이닝 48BB 220K ERA 2.46 FIP 2.80 fWAR 5.62015성적: 15.2이닝 4BB 14K ERA 6.89 FIP 2.87 fWAR 0.3
보스턴 레드삭스는 작년 팀의 에이스였던 레스터에게 4년 7000만 달러라는 택도 없는 금액을 제시하면서 관계자들의 비웃음을 샀다. 그러나 그들이 제시했던 택도 없는 금액이 사실은 적정 몸값이었을까? 현재까지 존 레스터의 모습은 ‘이보다 더 끔찍할 수 없는’ 수준이다.
다행히도 볼넷 비율과 삼진 비율이 여전히 괜찮으며, 지금의 부진의 원인은 BABIP(페어 지역으로 떨어진 공이 안타가 될 확률)이 .434로 통산(.302)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수비무관평균자책점이라 불리는 FIP는 2.87로 여전히 에이스급의 피칭을 하고 있다.
그러나 레스터가 진짜 걱정되는 원인 중 하나는 그의 릴리스포인트다. 메이저리그에서 공개된 Pitch f/x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의 릴리스포인트를 봤을 때, 레스터의 릴리스포인트는 작년 같은 시기에 비해 살짝 떨어져있는 상황이다. 덕분에 레스터는 공을 채서 던지기 보다는 밀어서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속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팔에 더 힘을 줘 무리하고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만약 그 경우, 스프링트레이닝 막바지에 데드암 증상을 호소했던 레스터가 오버페이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이는 부상으로 이어질 확률이 있다.
조던 짐머맨(워싱턴 내셔널스)2014성적: 199.2이닝 29BB 182K ERA 2.66 FIP 2.68 fWAR 5.32015성적: 14.2이닝 5BB 7K ERA 6.14 FIP 4.43 fWAR 0.1
조던 짐머맨의 성적은 본인 뿐 아니라 다른 투수들에게 있어서도 중요하게 다가올 것이다. 선수들의 연봉은 천문학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토미 존 수술은 이제 통과의례로 보일 정도로 늘어났지만 토미 존 수술을 이미 한 번 받은 투수가 총액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낸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다. 그리고 올 시즌을 마치고 FA로 풀리게 되는 조던 짐머맨은 2009년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적이 있으며, 사상 최초로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가 1억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내는 케이스로 유력해보이는 선수이다.
구단들이 토미 존 수술을 한 번 받은 선수에게 1억 달러 이상의 거액의 계약을 안기길 주저하는 이유는 첫 번째 토미 존 수술에서 복귀한 선수들은 대부분 종전의 퍼포먼스를 되찾지만, 두 번째 토미 존 수술을 받고 난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로 다시 복귀할 확률이 크게 떨어지며, 복귀하더라도 예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던 짐머맨은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구속이 지난 시즌에 비해 모두 1마일 이상씩 떨어지면서 구속저하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구위가 떨어지자 헛스윙 스트라이크의 비율은 작년 10.3%에서 4.2%로 감소했고,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간 공의 컨택 비율도 85.7%에서 93.6%로 크게 증가했다. 종전에 비해 훨씬 치기 좋은 공을 던진다는 것이다.
토미 존 수술을 한 번 받은 선수이기에, 이제 새로 교체한 측부인대가 다시 이상한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생길법하다. 그리고 시즌 내내 이런 모습을 보여준다면,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선수가 1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따내는 모습을 보는 것은 훗날로 미뤄야 할 것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