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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리뷰|프리뷰] <4> 텍사스 레인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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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리뷰|프리뷰] <4> 텍사스 레인저스

[베이스볼 Lab.] 부상으로 망친 한 해…반등만 남았다

2014시즌 리뷰

2010시즌부터 2013시즌까지 2연속 월드시리즈 진출 포함, 4년 연속 90승 이상을 달성했던 텍사스 레인저스는 2014시즌을 앞두고 과감한 전력보강에 나섰다.

먼저 주전 2루수 이언 킨슬러를 디트로이트 타이거스로 보내고 거포 1루수 프린스 필더를 영입했다. 이로써 이언킨슬러와 엘비스 앤드루스에게 막혀 백업 내야수로만 출장하던 주릭슨 프로파의 앞길을 터주는 동시에, 중심타선의 무게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액의 장기계약을 요구하는 넬슨 크루즈와의 계약을 포기하는 대신, 자유계약(FA)시장에서 신시내티 레즈의 중견수 겸 1번 타자 추신수를 영입했다. 계약 규모는 무려 7년 1억3000만 달러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29번째로 큰 규모의 계약이었다. (아시아 선수로서는 2위)

이 밖에도 2013시즌 10승 6패 평균자책점 3.62를 기록한 젊은 좌완 마틴 페레스와 4년 1250만 달러에 3년의 팀 옵션을 포함하는 조건으로 재계약했고, 포수진의 보강을 위해 J.P 애런시비아를 영입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현지 매체에서는 텍사스가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텍사스의 과감한 투자는 구단 내부의 권력투쟁에서 젊은 단장 존 대니얼스가 승리함으로써 전권을 장악했기에 가능했다. 주도권을 쥔 대니얼스는 페이롤 유동성(Payroll flexibility)을 중시하던 그간의 모습과는 달리, 더 의욕적으로 타선 보강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선발투수진의 양적인 보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아쉬움이 남았다. 2013시즌 중반 영입했던 맷 가르자가 자유계약(FA)으로 풀려나면서 텍사스에서 선발투수를 맡아줄 선수는 다르빗슈 유, 데릭 홀랜드, 마틴 페레스, 맷 해리슨, 알렉시 오간도, 콜비 루이스, 닉 테페시까지 일곱 명이 있었지만, 해리슨은 척추 부상으로 인해 2013시즌에도 단 2경기밖에 등판 못 했고, 오간도도 부상이 잦은 선수였기 때문에 건강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시즌이 시작되자 우려는 현실이 됐다. 시즌을 앞두고 좌완 홀랜드가 갑작스러운 무릎 부상을 당하고 수술대에 올랐다. 시즌 중에는 맷 해리슨이 다시 한 번 척추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명까지 위협받는 상황에 놓였다.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던 페레즈도 5월 들어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로 시즌을 마감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 초순에는 에이스 다르빗슈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15일자 DL에 올랐다. 이미 순위 싸움이 물 건너간 텍사스는 선수 보호 차원에서 다르빗슈의 시즌을 일찌감치 마감하는 조처를 내렸다.

부상 도미노는 타자들도 마찬가지. 주전 2루수로 낙점한 프로파는 스프링캠프 무렵 어깨 통증을 호소하더니 결국 시즌 내내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주전 포수 지오바니 소토는 무릎 부상으로, 시즌 초 부진을 겪던 프린스 필더도 목 디스크로 수술을 받았다.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출장을 강행한 모어랜드도 수술을 받은 데 이어, 시즌 내내 발목 부상을 달고 뛰던 추신수마저 팔꿈치 부상이 겹치면서 수술대로 향했다.

주전 선수의 줄부상에 텍사스가 시즌 동안 기용한 선수는 총 64명. 이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최다 선수 기용 신기록으로, 종전 기록은 59명이다. 특히 투수의 경우 1루수 모어랜드의 깜짝 등판을 포함 총 38명이 마운드에 오르며 엽기적인 신기록을 세웠다. 2014년 텍사스의 선수들이 DL에 등재된 총 일수는 무려 2116일에 달한다.

결국 월드시리즈 우승 후보 중 하나로 꼽히던 팀은 역사에 남을 부상 퍼레이드 속에 AL 서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했다. 9월 6일(한국 시각)에는 론 워싱턴 감독이 개인사를 이유로 돌연 감독직을 사퇴하는 일도 있었다. 텍사스에게 2014년은 정말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2014 팀 MVP

아드리안 벨트레
148경기 .324 .388 .492(타/출/장) 19홈런 79타점 fWAR 5.8
아드리안 벨트레는 박찬호의 전성기 시절 팀 동료로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선수. 1998년 만 19세의 나이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래 꾸준하게 좋은 활약을 펼쳤고, 자유계약(FA) 자격 취득을 앞둔 2004년에는 .334(타율) 48홈런 121타점의 생애 최고 성적으로 ‘FA로이드’의 대명사가 됐다. 거액을 받고 이적한 시애틀에서는 다소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지만, 2010년 1년 계약으로 이적한 보스턴에서 .321(타율) 28홈런 102타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2011년 다시 한 번 5년 8000만 달러라는 거액에 텍사스 유니폼을 입은 벨트레는, 이적 후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팀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다. 2014시즌에는 개막 후 8경기 만에 왼쪽 허벅지 근육통증으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지만, 돌아온 뒤에는 예년과 다름없는 활약으로 제 몫을 다했다. 비록 4년 연속 30홈런 달성에는 실패했지만(19홈런), 35살이라는 나이에도 여전히 정교한 타격(타율 0.324)을 바탕으로 팀 승리에 기여했다. 3루 수비도 지난해 고질적인 허벅지 근육통증으로 인해 하락했던 수비율과 수비범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폐허 속에서 싹튼 희망

폐허가 된 2014 시즌. 그러나 9월 무렵, 초토화된 마운드에서 희망이 싹트기 시작했다. 부상에서 복귀한 데릭 홀랜드가 6경기에서 37이닝 평균자책점 1.46을 기록했고, 네프탈리 펠리즈도 9경기 연속 무실점, 6세이브를 올렸다. 팀 사정으로 더블 A와 트리플 A를 건너뛰고 메이저리그로 직행한 닉 마르티네스는 9월 5경기에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 드디어 빅리그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기에 로만 멘데즈, 스펜서 페이튼, 마이클 커크만, 알렉스 클라우디오 등 마이너리그를 거쳐 새롭게 올라온 구원투수들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타선도 긍정적인 부분이 있었다. 먼저 '젊은 피' 러그네드 오도르를 승격시킨 결정이 성공으로 돌아왔다. 오도르는 <엠엘비닷컴>이 선정한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팀에서 유망주 2위에 오를 정도로 전도유망한 선수지만 메이저리그 승격은 아직 이르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프로파의 부상과 도니 머피, 조쉬 윌슨의 부진으로 2루수가 필요했던 텍사스는 결단을 내렸고, 오도르는 승격 후 .259 .297 .402 (타/출/장) 9홈런 48타점을 기록했다. 20살의 어린 나이를 감안하면 준수한 성적이다.

레오니스 마틴이 1번 타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도 반가운 부분. 2013년까지만 해도 마틴은 9번 자리에서는 0.292로 준수한 타율을 보여주다가도 1번에만 가면 0.238의 타율을 기록하며 지독한 ‘선두타자 울렁증’에 시달렸다. 그러나 2014년에는 1번 자리에서도 0.298를 치며 맹활약했다. 거기에 임시 포수나 다름없었던 로빈슨 치라노스도 93경기에서 13홈런을 기록했다.

추신수 & 프린스 필더

▲ 추신수는 대형 FA계약 첫 해에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연합뉴스

2013시즌 후 텍사스가 가장 초점을 맞춘 부분은 높은 출루율을 가진 1번 타자를 영입하는 동시에 벨트레를 받쳐줄 좌타 거포를 영입하는 것이었다. 추신수와 프린스 필더를 영입하면서 텍사스는 목적을 완전히 달성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두 선수는 기대와는 달리 영입 첫해부터 부상으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2006년 이후 매년 156경기 이상 출전하는 꾸준함을 과시한 프린스 필더는 시즌 초 갑작스러운 목 통증을 호소해 구단과 팬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통보였기에 많은 사람은 필더가 목 부상을 숨기고 있었는지를 의심했다. 그리고 곧 목 디스크 수술을 받고 시즌을 마감했다. 2013시즌의 부진이 가정사로 인한 것이라고 여겼던 팬들은 충격에 빠졌다.

8월에는 추신수가 애초 알려졌던 발목 부상 외에도 팔꿈치 부상이 있었음이 밝혀졌다. 구단 측에서는 이미 팔꿈치 부상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내부 사정에 의해서 통증을 견디며 경기에 출장했던 것이다. 결국 추신수는 왼쪽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14시즌을 마감했다. 이어 9월에는 왼쪽 발목 부근의 찢어진 연골을 치료하는 수술을 받았다.

2015년 텍사스가 반등하기 위해서는 추신수와 필더, 두 선수의 부활이 절실하다. 두 선수 모두 오랫동안 꾸준한 활약을 바탕으로 장기계약을 체결했지만, 30대에 접어든 나이에 큰 수술을 받고 예전의 기량을 회복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 텍사스호의 키를 잡고 있는 두 선수가 2015시즌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주목할 부분이다.

2015시즌 추신수 & 필더의 예상 성적

신수 138경기 .264 .369 .417 16홈런 86득점 fWAR 2.2
필더 138경기 .282 .380 .483 24홈런 86타점 fWAR 2.4
* 자료 : Fangraphs.com에서 제공하는 Steamer 프로젝션
스토브리그

화려했던 1년 전 겨울과는 달리, 텍사스의 올 스토브리그는 유달리 조용한 편이다. 33세 이상의 베테랑 선수들인 알렉스 리오스, 콜비 루이스, 스콧 베이커, 닐 코츠가 자유계약(FA)시장에 나갔고 그 중 콜비 루이스만 잡았다. 2013시즌 18개의 홈런을 기록한 알렉스 리오스는 2014시즌에는 단 4개의 홈런에 그쳤다. 실종된 것은 장타뿐만이 아니었다. 주루와 수비면에서도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부상에서 돌아온 스콧 베이커도 더 이상 예전의 그 선수가 아니었다. 총 연봉 1억2890만 달러로 거의 한계치에 가깝게 연봉총액을 끌어올린 텍사스는 이들과 재계약하는 대신, 지난 시즌 막바지 메이저리그에 올라와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신인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길을 택했다.

한 건의 트레이드가 있었다. 지난 12월 14일(한국 시각) 워싱턴 내셔널스에 유망주 크리스 보스틱과 아벨 데 로스 산토스를 내주고, 로스 뎃와일러를 데려오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보스틱은 21살의 내야 유망주로서 타율은 낮지만 49개의 장타를 기록하는 등 펀치력을 인정받았다. 산토스는 22살의 구원투수 유망주로서 142km/h에서 150km/h 사이의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섞어 던지는 선수로 올 시즌 상위A에서 46이닝 동안 평균자책점 1.97을 기록했다.

텍사스가 영입한 로스 뎃와일러는 지난 2012시즌 33경기(27선발)에 등판해 164.1이닝 동안 10승 8패 평균자책점 3.40을 기록한 좌완투수. 그러나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발투수진을 보유한 워싱턴에서는 선발 기회를 얻기 어려웠다. 2014시즌 워싱턴에서는 구원투수로 활약했으나 텍사스에서는 선발투수로 등판하게 될 확률이 높다. 지난 시즌 선발투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인해 고전했던 텍사스는 로스 뎃와일러를 영입함으로써 일종의 보험을 든 것과 비슷한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오프시즌 이동 현황

[FA-] RF 알렉스 리오스, RHP 스콧 베이커, LHP 닐 코츠
[트레이드+] LHP 로스 뎃와일러
[트레이드-] 2B 크리스 보스틱, RHP 아벨 데 로스 산토스
2015시즌 전망

텍사스는 2014년 역사에 남을 부상 퍼레이드로 인해 시즌을 포기해야 했지만, 전력만을 놓고 봤을 때 여전히 강한 팀이라고 할 수 있다. 2015시즌에는 다르빗슈, 홀랜드로 이어지는 원투펀치를 시작으로 지난 시즌 많은 기회를 받은 젊은 선발 유망주들, 여기에 트레이드로 합류한 로스 뎃와일러까지 양적으로 풍부한 선발 투수진을 구성했다. 여기에 시즌 중반 마틴 페레스까지 부상에서 돌아오면 더 탄탄한 투수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확실한 3선발 후보가 눈에 띄지 않는 것이 다소 아쉽다.

타선 또한 반등할 확률이 높다. 2014시즌 추신수는 팀 내 사정으로 팔꿈치 부상을 숨기고 뛰는 바람에 시즌이 갈수록 성적이 하락했지만, 5월까지는 발목 부상에도 불구하고 180타수 .288 .412 .446(타/출/장) 6홈런 31득점으로 제 몫을 다했다. 목 디스크 수술로 시즌 아웃되었던 프린스 필더도 2006년부터 2013시즌까지 늘 157경기 이상 출장해서 25홈런 이상, 80타점 이상을 기록한 꾸준한 선수였다. 두 선수가 건강하게 뛰어줄 수만 있다면 텍사스의 타선은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손꼽히는 짜임새를 자랑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텍사스에게 부상은 여전히 큰 불안요소이기도 하다. 텍사스는 이번 시즌 부상으로 시즌 아웃이 되었던 선수들 외에도 다르빗슈의 팔꿈치 통증, 벨트레의 나이와 고질적인 허벅지 근육 부상 등 잠재적 위험요소들이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추신수, 프린스 필더가 부상 이전의 활약을 회복할 수 있을지도 확실치는 않다. 그럼에도 텍사스 레인저스가 희망차게 보이는 것은 2015년에는 아무리 불운하다고 하더라도 2014년만큼 불운할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옥의 밑바닥까지 떨어졌던 텍사스는 이제 올라갈 일만 남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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