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THAAD) 논란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우선 한미간에 사드 배치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3월 26일 방한하는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의 핵심 의제는 한미, 한일간의 미사일 방어체제(MD) 강화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24일 밝힌 핵심 의제는 전시작전통제권 문제, 통합 MD 구축,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등이다.
그런데 MD는 이 가지를 관통하는 핵심 의제이다. 펜타곤은 전작권 문제에 있어서 MD가 가장 중요한 조건이라는 입장이고, 또한 북한 위협 대처를 위해 MD 강화가 필요하다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사드가 지역 MD의 핵심 무기체계라는 점에서 이 문제 역시 피해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같은 날 러시아 외교부도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이미 동북아의 안보 상황이 극도로 복잡한 상황에서 이러한 조치는 동북아 군비경쟁에 격화시키고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면서 "한국이 미국 글로벌 MD 시스템의 자국 배치 결과에 대한 다면적 분석을 통해 그 득실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러시아 외교부가 이러한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작년 7월에 이어 두 번째이다.
"한미일 3자 MD 진전"
뎀프시 합참의장의 발언에는 몇 가지 주목할 점들이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그는 일본과 한국 방문에 앞서 가진 기내 기자회견에서 "아시아·태평양 역내의 통합된 MD 우산을 구축하는데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과 일본은 각기 자신들의 입장에서 (MD 체계를) 획득하는데 부분적인 진전을 보고 있으며 이는 (한미일 3국 MD 체계 간) 상호운용성을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작년 12월에 기습 처리된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 약정이 있다. 이 약정은 3국이 적대국의 탄도미사일 발사 정보를 공유해 MD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목적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 약정을 통해 3자 MD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또한 미국 의회는 작년에 국방수권법을 제정해 한미일 3자 MD 협력방안을 강구하고 이를 의회에 보고하라고 요구했다.
뎀프시 의장의 일본과 한국 순방은 이러한 흐름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그에 이어 4월에는 애슈턴 카터 국방장관이 양국을 순방할 계획이다. 이들의 행보를 볼 때, 한미일 3자 MD가 급물살을 타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뎀프시를 비롯한 미국 군부는 최근 '통합 MD'를 유독 강조하고 있다. 여기서 통합은 두 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한미일 간의 통합이다. 또 하나는 시스템 간의 통합이다. 지역 MD의 세 가지 요체라고 할 수 있는 패트리엇, 사드,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의 상호운용성을 높여 다층 방어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국가 간의 통합과 시스템 사이의 통합을 이루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펜타곤의 복안이다.
MD냐 6자회담이냐?
이처럼 미국이 한미일 MD를 향해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하면서 동북아의 역학 구도도 더욱 복잡하고 첨예해지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사드 한국 내 배치를 비롯한 동북아 MD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더해 양국은 최근 베이징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을 하는 등 회담 재개를 향해 외교적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아울러 두 나라의 북한과의 관계 개선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러시아는 5월에 모스크바에서 열릴 전승 70주년 기념식에 김정은 국방위원장이 참석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상황이다. 중국 역시 북·중 정상회담을 시사하는 등 갈등기(2013년)와 냉각기(2014년)를 거쳐 올해는 북·중 관계를 복원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해보면, 향후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의 핵심적인 갈등 축은 'MD냐, 6자회담이냐'가 될 전망이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에 극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북한 위협을 이유로 MD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MD를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6자회담 재개에 있다고 보고 있다. 회담을 재개하면 적어도 북한의 도발 및 핵과 미사일 능력 강화를 억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정부의 선택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여당 일각에선 '사드를 받고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엔 가입하는 방안'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건 '장고 끝에 악수(惡手)'가 될 게 확실하다.
기실 사드 논란은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사드 협의를 최대한 유보하거나 미국의 요청 시 거부하면서 6자회담 재개의 문을 열면 그렇게 될 수 있다. 회담의 문을 열면 중국과 러시아는 그 어느 때보다 북한에게 비핵화 조치를 취하라고 설득·압박할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의 발언권 강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드를 비롯한 MD의 가장 저렴하고도 효과적인 대안은 이들 무기 자체가 필요 없는 환경, 즉 북한의 핵과 미사일 증강을 억제하고 궁극적으로 해결해나가는 데 있다. 이에 따라 '사드냐, 6자회담이냐'를 놓고 박근혜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할 때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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