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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노다지' 두고 엉뚱한 '자원외교' 벌인 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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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앞의 '노다지' 두고 엉뚱한 '자원외교' 벌인 MB

[한반도 브리핑] 박근혜 대통령이 MB 회고록서 얻어야 할 교훈은

최근 출간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많은 논란이 낳고 있다. 원래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은 세간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란 자리에 있으면서 자신이 보고 느끼고 나누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일반인들에게,그리고 후세들에게 전해줌으로써 '타산지석'(他山之石), 나아가서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미덕이 될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이상 회고록)에서 타산지석과 온고지신으로 삼을만한 것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회고록이라고 하지만, 읽는 동안 낯이 불거지고 실소를 짓게 하는 '자화자찬'에 가까운 내용들로 채워져 있어 어떠한 교훈을 찾기보다는 어떻게 대통령까지 되었음에도 이렇게 편향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며 국민들에게, 그리고 국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을 만들고 정치를 했을까 하는 의문이 앞선다.

8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의 많은 부분은 남북관계에 할애돼 있다. 우선 이 전 대통령은 통일부를 없애버리고 통일부의 업무를 외교부의 한 부분으로 이관 하려던 대통령이었는데, 전직 대통령으로서 회고할 가장 많은 부분이 남북관계라고 하니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다. 회고록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의 도움을 받아 집필된 것으로 (심지어는 이들이 집필을 하고 이 전 대통령은 재가만 했다고 추정되기도 하는데) 알려져 있는데 이들이 회고록이 출간된 이후 언론과 가진 인터뷰를 보면 왜 이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의 많은 부분을 남북관계에 할애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RHK
이명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은 2일 KBS1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 대해 "북한을 자극한다고 하는데 북한이 보면 뜨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두우 전 수석은 "북한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을 이야기할 때 이명박 정부를 포함해 과거 정부와 있었던 것처럼 전제조건을 달기는 쉽지 않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나아가 김 전 수석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또 퇴임한 후에도 왜 남북대화를 하지 않았느냐, 정상회담을 하지 않았느냐는 공세를 많이 받았다"며 "북한이 100억 달러라는 거액을 요구하기도 했고, 부도가 나면 고스란히 국민 혈세로 메워야 할 텐데 그렇다면 지금쯤 청문회에 서거나 특검을 받아야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와대에서 남북관계와 대외관계 정책을 만드는 실세였다는 김태효 전 청와대 대외전략기획관은 지난 1월 30일 YTN 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대북 특사의 구체적인 발언 등 회고록에 공개되어 있는 비화로 인해 북한이 반발하거나 현 정권이 대북관계를 푸는 데에 있어서 제약이 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처음에 느낌으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으나 정반대의 주장이 훨씬 더 강력하다고 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동안 북한이 일방적으로 거짓말을 하면서 남북관계를 농락하려고 한 시도가 수십 년간 수십 차례가 있습니다. 그동안 북한이 파장을 일으켜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힌 것은 한마디도 안 하고, 우리가 진실을 알렸을 때 북한이 화낼까 봐 걱정이다? 이것은 말이 안되는 것이고요. 박근혜 정부에게 오히려 좋은 교훈이 될 수 있어요.

지금 (박근혜 정부가) 엇박자를 내면서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을 꼭 해야 하는 것인지, 대화를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인지, 그리고 남북관계에서 무엇을 목표로 해야 하는지. (중략)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게 하려면 이렇게 해야 되겠구나 라는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훨씬 더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는 자료가 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한마디로 북한은 원래부터 거짓말을 하고 남북관계를 농락하려는 사악한 집단이고 이러한 집단과 정상회담을 고려하는 박근혜 정권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람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대북정책을 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왜 자신의 집권 시기 북한과 대화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이해가 될 것 같다.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도 북한이 약 12조 원 정도를 요구하면서 정상회담을 하자고 했는데 결국 북한은 이른바 뒷골목의 '양아치'처럼 행동하면서 정상회담을 미끼로 한국으로부터 거액의 '삥'을 뜯으려고 했고, 이명박 정권은 여기에 당당히 맞서 한 푼도 뜯기지 않았다고 평가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면 어떻게 되었든 간에 역사의 인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나라의 경제도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숙고해서 내린 애국적이고 탁월한 결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어려운 국민들의 사정을 걱정해주는 이들의 충정어린 마음과 태도에 박수라도 쳐 주고 싶지만 이들이 왜 이런 '자기도취'적인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바로 보고 정책을 만들어 갔는지 의문이 든다. 이들이 남북관계에 대하여 이렇게 비관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던 것은 우리가 '사악한 북한'을 도와주지 않으면 그들은 결국 망할 수밖에 없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들의 생각대로 이명박 정부 내내 북한을 도와주지 않았으니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붕괴 직전까지 와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적 상황은 악화되기는커녕 북한과의 통상을 전면 중지시켜 남북관계를 냉각시켰던 5,24 조치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대통령 집권 시기 지속적으로 경제성장을 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도 그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자원외교' 열심이었던 MB, 북한에 있는 자원은 보이지 않았나?
아래 표는 유엔 산하의 식량농업기구인 FAO가 추계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다. 북한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식량 생산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고 FAO와 WFP(세계식량계획)만이 북한에 매년 전문가들을 파견하여 표본조사(또는 현지조사)와 총 경작면적 또는 당년도 기후 등과 같은 북한 정부에서 받은 자료를 바탕으로 북한의 식량 생산량을 추계(推計)하고 있다.

▲ 표. 북한의 식량 생산 현황

그런데 표본조사 또는 현지조사가 매우 제한적으로 (FAO/WFP 파견단은 보통 30~50개 정도의 협동농장들을 방문한다) 이루어지고 있고, 이러한 현지조사 또한 무작위가 아니라 북한 정부에서 정해주는 곳만을 방문하기 때문에 FAO가 측정한 북한 식량생산량이 과연 얼마만큼의 신빙성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FAO/WFP 조사단이 북한을 방문해 본격적으로 식량 생산량을 측정하게 된 것은 1995년 이후다. 1995년 이전까지는 방문이 허용됐으나, 청산리협동농장과 같은 모범 우수 협동농장들만 방문할 수 있었다. 그런데 1995년 홍수를 비롯해 자연재해가 발생하면서 식량 생산량이 급격히 줄자, 북한은 국제사회에 식량 원조를 요청하기 위해 유엔에 자신들의 어려운 상황을 평가해 줄 파견단을 요청했다. 그 때부터 FAO/WFO 식량과 작황 안보 평가 조사단이 모범 우수 협동농장 뿐만 아니라 평균적인 또는 평균보다 훨씬 열악한 협동농장에 가서도 현지 조사를 할 수 있게 됐다.

북한이 1995년 전까지는 자신들의 협동농장의 우수성을 대외적으로 선전하기 위해 유엔 조사단을 받았다면1995년부터는 생존을 위해, 자신들의 식량위기를 알리고 도움을 받기 위해 조사단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FAO/WFP 조사단이 비록 북한에서 정해준 곳만 방문하는 제한적인 현지조사를 하고 있지만 비교적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았다고 해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 식량 생산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5.24조치가 시작된 2010년부터 이 전 대통령이 퇴임하는 2012년까지) 4년간 마이너스 성장 없이 매년 약 3.8% 성장하였다.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이는 매우 특이한 현상이다. FAO/WFP 조사단에 의하면 이 시기 북한은 비료를 비롯해 식량 생산에 필요한 요소들을 그 어디서도 충분히 지원받지 않았다고 한다.

FAO/WFP 조사단은 2013년도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식량 부족분을 약 34만 톤으로 추산했다. FAO/WFP뿐 아니라 미국 농무부(USDA)도 북한 식량 생산 상황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14 식량안보평가>에서 북한의 식량 부족분은 2014년 7만 톤으로 추산하면서 2010년 100만 톤에서 2011년 81만 톤, 2012년 84만 톤, 2013년 44만 톤으로 확실한 감소세로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부 주관으로 격주마다 발행되는 외교학술지 <세계지식>도 최신호에서 북한 경제가 지난 몇 년 간 개선되고 있는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식량생산과 농산물 거래가 매우 활발해졌을 뿐만 아니라 북한산 일용품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3~4년 뒤에는 식량 및 일용품 자급자족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식량 생산의 예로 살펴보았지만, 북한의 경제는 한국의 도움 없이도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고난의 행군'이라는 매우 어려운 시기를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어떻게 어려운 시기를 벗어났는가? 그 이유로는 계획의 합리화, 분권화, 과학기술의 발전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지하자원을 다각적인 측 면에서 활용한 것이 (북한은 1994년부터 군(郡)차원에서 무역을 허용한 것으로 북한 문헌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미국 지질자원조사국(U.S. Geological Survey)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북한에는 약 500종류의 지하자원이 있으며 이 가운데 경제적 가치가 높은 유용광물만 200여 종이 있다고 한다. 특히 무연탄, 마그네사이트, 아연, 텅스텐, 우라늄, 희토류 등은 세계적으로도 손꼽을 정도의 매장량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양아치같은 북한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선대가(先代價) 후불제(後拂制)'의 바탕 위에 남북관계를 풀어갔다고 하는데 실상 이들은 북한이 사악하기 때문에 반드시 망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남북관계를 최악으로 몰고 갔고, 북한을 고립시키며 붕괴를 유도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들이 북한을 조금만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북한에 대한 자료 (이들은 북한에 대한 공식자료뿐 아니라 온갖 비공식 자료에도 접근이 가능한 위치에 있었다)를 보았다면 아마도 다른 방향에서 남북관계를 추진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자원외교는 그 성과가 10년에서 30년에 거쳐 나타나는 장기적 사업이다. 퇴임한 지 2년도 안 된 상황에서 평가하는 것은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최근 펴낸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자원외교에 대해 이렇게 적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조사가 나오지 않았지만 이 전 대통령의 말을 반박하는 증거들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인 2013년 산업통상자원부가 한국국제정치학회에 의뢰해 작성한 '자원외교의 역량 강화와 주요 원칙 및 전략' 보고서를 보면 산업부는 이상득 전 의원과 박영준 전 차관이 주도한 사업을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사 인수, 한국가스공사의 캐나다 웨스트컷뱅크 천연가스 사업, 한국광물자원공사의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니켈 사업과 함께 해외자원개발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꼽았으며 일각에서는 약 29조 7000억 원을 투자하여 회수율이 겨우 3.8%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위에서 살펴본 북한의 지하자원 가치는 연구 결과가 제각각인데다 지하자원 가격 변동도 심해 확정하기는 어렵지만, 2010년 말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08년 시세 기준 약 7000조 원으로 추정했다. 북한자원연구소 최경수 소장은 2012년 8월 '북한 지하자원 잠재가치 및 생산액 추정' 보고서에서 2012년 상반기 시세 기준 약 1경 1026조 원으로 추정했다. 2013년 9월 국회입법조사처가 김을동 새누리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발경쟁력 있는 지하 광물자원 20여 종의 가치가 6986조 원으로 한국의 22배에 달한다고 한다.

북한이 망한다는 신념이 있다 하더라도 이명박 전 정권이 진정으로 국익을 생각했더라면 멀리 가지 않고 가까이서 자원외교를 추진하였을 것이다. 북한이 망하더라도 투자된 자원은 한국의 것 또는 우리 민족 모두의 것이 되고, 또 망하지 않더라도 이러한 투자를 통해 남북관계가 증진된다면 전쟁의 위험도 줄어들게 되며 북한에 대한 한국의 영향력도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최측근에서 보좌하였던 김태효 전 대외전략기획관은 남북관계에서 자신들의 '선대가 후불제' 전략이 유효하였고 여기서 박근혜 대통령도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박근혜 대통령을 된장과 무엇도 구분 못 하는 사람으로 얕잡아 보는 매우 불경스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부디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서 진정한 교훈을 얻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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