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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찍어낸 <조선>, 원세훈 판결엔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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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욱 찍어낸 <조선>, 원세훈 판결엔 '침묵'

[오늘의 조중동] <조선>,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관련 사설 안 써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사건 하면 떠오르는 이름이 셋 있다. 권은희, 윤석열, 그리고 채동욱. 국정원 선거개입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진 2012년 대선 직전부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유죄 판결이 내려진 2심이 끝난 2015년 2월 9일까지 이들은 적잖은 고초를 겪었다.

권은희 전 송파경찰서 수사과장은 경찰에서 사실상 '왕따'를 당하다가 사직한 뒤 지난해 10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 권 의원은 원 전 원장에 대한 판결이 나온 직후 <프레시안>과 전화 인터뷰에서 "보람을 느낀다"며 남다른 감회를 표시했다. 권 의원은 원 전 원장의 법정 구속에 대해 "당연한 결과"라며 "수사 과정에서 당연한 것을 너무나 어렵게 하나하나 다 싸워 가며 진행한 것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고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

검찰에서 해당 사건 수사팀장이었던 윤석열 검사는 원 전 원장의 판결에 대해 "노 코멘트"라고 말을 아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수사팀 구성원들은 전화를 주고 받으며 서로 그간의 고생을 위로하고 기뻐했다고 한다. 윤 검사는 이 사건 수사 과정에서 징계를 받고 지난해 1월 대구고검 검사로 사실상 좌천됐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사라진 인물'인 셈이다. 채 전 총장은 이 사건 수사 도중 숱한 의혹을 남긴 '혼외 아들 논란'으로 사퇴했다. 이 사건을 둘러싼 채 전 총장과 황교안 법무부 장관, 더 나아가 여권 전체의 갈등은 잘 알려진 일이다. 검찰은 두 달여 수사 끝에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과 국정원법 위반 혐의를 함께 적용하려 했으나 황교안 장관이 선거법 적용을 반대했다. 청와대와 여당 내에서도 수사 방향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때 수사팀의 바람막이 역할을 한 게 채동욱 당시 검찰총장이었다. 결국 칼날은 채 전 총장의 목을 향했다. 2013년 9월 6일 <조선일보>가 채 전 총장이 혼외아들을 숨겼다는 의혹을 제기한 '단독' 기사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 기사의 '소스'가 된 것으로 보이는 청와대의 채 전 총장 혼외아들 정보를 조회한 시점은 채 전 총장이 원 전 원장에게 선거법 위반을 적용해 재판에 넘기겠다고 밝힌 6월 11일이었음이 추후 드러났다. 채 전 총장이 날아간 뒤 윤석열 수사팀장은 2013년 10월 수사에서 배제됐다.

지난 2년 넘게 엄청난 파장을 불러왔던, 또 2심 판결로 못지 않은 정치적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유죄 판결에 대해 <조선일보>는 말을 아꼈다. 10일, 주요 일간지 중 유일하게 관련 사설을 내지 않았다. 판결 내용에 대한 보도, 여야 정치권의 반응, 법정 안팎 스케치, 원 전 원장과 변호인의 판결에 대한 입장 등 관련 '팩트'를 건조하게 전달했을 뿐이다. 유일하게 판결에 대한 '불편함'을 엿볼 수 있는 것이 5면 하단에 실린 '검찰 안에서도 선거법 적용 논란…최종 판단은 대법 몫'이란 제목의 기사다. 그간 선거법 위반 적용을 둘러싼 채 전 총장과 황교안 장관의 갈등, 또 검찰 내부 갈등에 대해 간략하게 언급한 뒤 "상고가 확정된 뒤 대법원은 사안의 중대성과 국민적 관심을 감안, 이 사건을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 넘길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박 대통령, 정치권 '복지.증세' 논의 타박할 때인가', '문 대표, 거친 말 앞세우면서 '국민통합' 이룰 수 있겠나', '넥슨.엔씨, 세계시장 팽개치고 안에서 진흙탕 싸움만 해서야' 등 세 편의 사설을 실었다.

다른 보수언론인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10일 관련 사설을 통해 입장을 밝혔다. <중앙>은 '1,2심 엇갈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선거법 위반사건'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하급심의 엇갈린 판결에 대해 대법원이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최종 판단을 내려줄 것을 촉구한다"며 "국정원도 과거 스스로 권우를 훼손해 불신을 자초한 점을 인정하고 과감한 개혁 작업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동아>는 '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국정원 어두운 과거와 절연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더 강하게 국정원 개혁을 촉구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1, 2심의 법리 판단이 달라진 만큼 최종적으로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정치 개입을 금지한 국정원법 위반은 물론이고 조직적인 불법 선거운동으로 선거법 위반 부분까지 유죄로 판단된 2심 판결에 대해 원 전 원장과 국정원은 통렬한 반성을 해야 한다"는 것.

한편,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책임'을 따져 물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의 정통성에 의문 던진 '원세훈 판결''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이 사건은 '국정원 댓글 사건'이라는 약칭으로는 포괄할 수 없는 중대한 의미를 지니게 됐다. '국정원 부정선거 사건'으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며 "원세훈 전 원장의 범행 동기나 배경, 박근혜 후보 쪽의 인지 여부 등 더 확인돼야 할 대목이 여럿 남아 있다. 박 대통령도 이런 재판 결과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히는 것이 정치인의 책임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경향>은 '원세훈 대선개입 유죄, 청와대가 답할 때다'라는 사설에서 "박 대통령이 불법 대선개입의 '수혜자'임이 드러난 이상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원 전 원장에 대한 선거법 적용을 반대하는 등 수사를 방해했던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물러나야 마땅하다. 검찰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을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인지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 수사에 착수하기 바란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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