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볼라 바이러스가 최초 발생지인 서아프리카를 넘어 스페인 미국 등으로 번지면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10월 14일 발표에 따르면, 올 3월 이후 에볼라 환자는 8914명이며 이중 4447명이 숨졌습니다. 이번 주 내에 9000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WHO는 나아가 조속히 특단의 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앞으로 두 달간 매주 1만 명씩 추가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이보다 더 비관적 전망도 있습니다. 지난 9월 23일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향후 넉 달간 최고 55만에서 최대 140만 명의 에볼라 환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 바 있습니다. 에볼라의 치사율이 55%에 이르는 만큼 최악의 경우 내년 1월까지 80만 명 가까운 희생자가 나올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최근 40년 동안 최악의 전염병 사태인 에볼라의 확산을 막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요 발생국 중 하나인 라이베리아에 미군 4000명을 파견하는 한편,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와 영국도 각각 과거 피식민지였던 기니와 시에라리온에 군대를 파병했습니다. IMF를 비롯한 국제경제기구들은 에볼라에 의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고 합니다.
그러나 미국과 영국의 비판적 학자들은 에볼라 창궐에 대한 서방측의 진단과 처방에는 중대한 오류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잘못된 진단으로 잘못된 해결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들은 첫째, 에볼라가 아프리카 특유의 질병이라는 생각은 서방의 잘못된 편견이라고 지적합니다.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는 아프리카가 아니라 독일이며 미국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이번처럼 에볼라가 크게 번진 것은 서방 측의 신자유주의 정책 등에 의해 해당 국가의 상하수도와 방역체계 등 공중보건 시스템이 무너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군대 파병과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겁니다. 셋째 과거 미국과 남아공 등이 추진했던 생물학 무기 개발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합니다. 차례로 짚어보겠습니다.
에볼라의 최초 발생지는 독일
현재까지 서방의 주류 언론들은 에볼라가 1976년 자이레에서 처음 발생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당시 550명이 감염돼 340명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 웹사이트에도 그렇게 소개돼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시라큐스대학의 아프리카 전공학자인 호레이스 캠벨 교수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의 최초 발생지는 1967년 독일 마르부르그입니다. 마르부르그와 프랑크푸르트의 생물학 연구실에서 일하던 연구원들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고열과 출혈을 일으켰으며 이들을 돌보던 가족들에게도 옮겨져 31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이중 7명이 숨졌다고 합니다. 이러한 사실은 <랜싯(Lancet)>, <뉴 잉글랜드 저널 오브 메디신> 등 권위 있는 학술지에 기록돼 있는 사실입니다. 캠벨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가 아니라 '마르부르그' 바이러스로 부르는 게 정확하다고 지적합니다.
앞에 말한 자이레는 2차 발병 사태입니다. 3차는 1979년 아프리카 수단에서 나타나 34명 발병에 22명이 숨졌습니다. 네 번째는 미국입니다. 1989년 말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불과 36킬로미터(km) 떨어진 버지니아 주 레스턴에서 에볼라 환자가 발생했습니다. 사망자는 없었다고 합니다. 1995년 자이레의 키트위트에서 발생해 200명이 사망했고, 이후 우간다 앙골라 가봉 코트디브와르 등에서 간간이 발생했지만 소규모로 끝났다고 합니다.
에볼라가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것은 맞지만 최초 발생지가 독일이고 미국에서도 발생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에볼라를 아프리카 고유의 질병으로 보는 시각은 버려야 한다는 게 캠벨 교수의 지적입니다.
이번 사태는 의료 영리화가 빚은 참극
이어서 캠벨 교수는 에볼라 바이러스에 대한 최선의 예방책은 효율적 공공보건 시스템이라고 강조합니다. 감염 환자를 격리하고, 철저한 방역을 하며, 에볼라 감염 원인과 대처 방법에 대한 공공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위생적인 상하수도 시설을 비롯해 깨끗한 생활환경이 돼있다면 에볼라의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 퀸메리대학의 앨리슨 폴록 교수(공공보건의학)도 “대부분 정상적 사회라면 환자 격리와 방역만으로도 에볼라 확산을 쉽게 막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라이베리아와 시에라리온, 기니 등에서 에볼라가 크게 번진 이유는 이들 나라가 너무도 가난한 데다, 앞의 두 나라는 오랜 기간 내전을 겪으면서 공중보건 시스템이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공공 지출을 제한한 IMF의 신자유주의적 경제 처방으로 무너진 공중보건 시스템은 복원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두 교수 모두 아직까지 확실한 에볼라 치료약이나 예방백신은 개발되지 않았다면서 현 단계에서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은 환자들의 격리와 방역, 그리고 대중들에 대한 위생교육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등이 유엔을 통한 지원은 외면한 채 자국 군대를 파병한 데 대해서는 제국주의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인도의 한 전문가는 '제국의 입김: 바이스러스의 정치학'이라는 칼럼을 통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이 인도주의적 지원을 명분으로 군대를 파견해 과거 식민지였던 이들 나라에 대한 독점적 지배를 강화하려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재 미국과 유럽, 중국 등이 아프리카에서 벌이고 있는 자원 쟁탈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이 전문가는 특히 아프리카연합(AU) 등이 미군 등의 파병을 허용함으로써 에볼라에 대한 대응을 군사화했고 나아가 중국, 쿠바, 인도, 한국 등 다른 국가들의 선의의 지원을 봉쇄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까지 유엔 에볼라 기금에 돈을 낸 나라는 인도와 호주 딱 두 나라로 1000만 달러가 모였다고 합니다.
한편 앨리슨 폴록 교수는 이번 에볼라 사태는 지난 20여 년간 서구 주도로 진행돼온 의료 영리화가 빚은 비극이라고 지적합니다. 지난 20여 년간 미국 등은 세계보건기구(WHO)의 예방의학이나 공공보건 분야에 거의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미국의 최고 갑부인 빌 게이츠가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을 통해 거액의 돈을 기부했으나 사용 목적을 C형 간염 등 서양인들에게 중요한,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커다란 돈벌이가 되는 질병의 치료약이나 백신 개발에만 한정함으로써 예방의학과 공공보건 분야에서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WHO는 게이츠재단 등의 기부금으로 메르크 등 거대 제약회사와 손을 잡고 돈이 되는 치료약과 백신 개발에만 매달렸던 겁니다. 연구자들도 돈이 지원되는 분야에만 몰리고 공공보건 전문가들은 찬밥 신세였다는 것이죠.
폴록 교수는 "이번 에볼라 사태는 공중보건의 측면에서 보자면 구조적이고 사회적이며 경제적인 재앙"이라고 말합니다. 그는 이어서 가난한 쿠바의 의료 수준이나 질이 GDP의 18%를 의료비에 지출하는 부자 나라 미국과 대등하게 된 것은 바로 예방의학과 공공보건을 중시한 결과라고 지적합니다.
미국 등 생물학무기 개발의 부작용?
미국은 지난 1972년 생물학무기의 개발, 생산, 보관을 금지하는 유엔 협약에 가입한 이후 공식적으로는 생물학무기를 개발하거나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1977년 쿠바를 상대로 은밀하게 생물학무기(뎅기열)를 사용한 전례가 있습니다. 올해 미국에서 발간된 <백 채널 투 쿠바(Back Channel To Cuba)>(윌리엄 네오그란데·콘블러쉬 지음, 노스캐롤라이나대학 펴냄)란 책에 따르면, 1975~76년 쿠바의 앙골라 사태 개입에 대한 보복으로 뎅기열을 퍼뜨렸다는 것입니다. 당시 쿠바는 뎅기열 창궐이 미국에 의한 생물학 전쟁이라고 주장했고, 이 같은 사실은 미국 언론에 의해서도 확인됐다고 캠벨 교수는 전합니다. 당시 미국정부는 뎅기열 확산을 막기 위한 쿠바의 관련 장비 및 약품 구매마저도 방해했습니다. 쿠바가 현재와 같이 우수한 공중보건 체계를 갖추게 된 것도 이 사건이 계기가 됐다고 합니다.
미국은 또한 1962~1973년 '프로젝트 112'라는 이름의 생물학 및 화학무기 실험도 한 바 있습니다. 자국민은 물론이고 외국인을 대상으로 비밀리에(실험 대상자가 모르게) 생물학무기의 효과를 실험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00년 CBS방송 보도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본토에서의 실험이 비윤리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 외국에서 실험을 했다"고 합니다.
한편 1964~1980년 로디지아 내전 당시 남아공의 후원을 받은 로디지아 백인 정권은 민간인을 상대로 탄저균을 살포해 80명을 살해했습니다(로디지아는 이후 짐바브웨에 합병됨). 당시 남아공 백인정권에서 화학무기 및 생물학무기 개발을 담당했던 우터 바순 박사 등은 이후 미 정보기관에 합류해 연구 활동을 계속했습니다. 캠벨 교수에 따르면 아프리카는 유전자원이 가장 풍부한 대륙으로 각국의 미생물 연구자들이 가장 많이 몰려드는 지역입니다. 또 아프리카 흑인들이 생물학무기의 생체실험 대상으로 많이 이용된다고 합니다.
미국은 1972년 이후 공격용 생물학무기의 개발은 중단했으나 외부의 생물학 공격을 방어한다는 명분으로 이른바 '이중 목적'의 병원성 미생물(pathogen) 연구는 계속해 왔습니다. '이중 목적'이란 유전자 조작에 의해 만들어진 바이러스 등 새로운 미생물을 치료 목적과 함께 생물학무기로 쓸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방의 많은 국가들이 '이중 목적'의 병원성 미생물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메릴랜드주 포트 데릭에 본부를 둔 미 육군전염질환연구소(USAMRIID)가 주요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2001년 9.11테러 직후 미국의 일부 공공기관에 탄저균이 든 우편물이 배달되면서 미국에서는 생물무기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2003년 이라크 침공 직후인 2004년 미 의회는 '생물테러방지법'을 만들었습니다. 향후 10년간 50억 달러를 들여 생물학무기 테러에 대응할 백신들을 구입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특히 이 법에서는 미국이 방어해야 할 주요한 생물학무기로 탄저균, 에볼라, 조류인플루엔자 등 세 가지를 꼽았습니다.
그런데 캠벨 교수에 따르면 지난 2011년 가을 미생물 연구자와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 병원성 미생물 연구의 윤리성에 대한 치열한 논란이 있었습니다. 9월 몰타에서 열린 한 학술회의에서 한 연구자가 조류인플루엔자의 전염성을 높인(인간에도 감염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바이러스 다섯 종을 개발했다고 발표한 것이 계기였습니다. 이에 대해 한 안보 전문가는 "인체에 치명적인 바이러스의 전염성을 높이는 연구를 한 것도 잘못이고, 나아가 그 결과를 공표해 외부세력이 모방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잘못"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아직까지 에볼라 바이러스의 전염성 향상에 관한 연구가 있었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캠벨 교수는 이번 에볼라 확산 이전에 '이중 목적' 병원균 연구자들이 서아프리카 지역을 방문했는지를 밝혀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그는 아프리카연합(AU) 등이 정보공개법을 활용해 과연 그런 사례가 있었는지 밝혀낼 것을 국제사회에 요구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서방 측이 주도해온 병원성 미생물 연구의 부작용으로 이번 사태가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지요.
에볼라 바이러스의 알려지지 않은 진실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는 분은 미국의 진보언론 <카운터펀치>에 실린 다음 두 기사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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