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이사장 유종일)는 직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주요 경제 정책에 대한 평가로 'MB의 비용'을 공동 기획, 연재한다. 두 번째 기획 ‘MB 정부의 자원외교’에 이어 세 번째로 ‘기업비리 및 특혜’에 대해 알아본다.
이명박 정부는 친기업이라는 명목하에 다양한 형태로 시장에 개입해 경제 비효율성을 증가시키고 비용을 발생시켰다. 그중에는 롯데그룹도 포함돼 있다. 롯데그룹과 이명박 정권은 정권 내내 밀월관계가 지속되었고, 롯데그룹이 이명박 정권을 적극적으로 지원한 가운데 많은 특혜가 롯데그룹에 주어진 것으로 보도되었다. 제2롯데월드 허가, 부산 롯데타운 신축 허가, 맥주사업 진출, 그리고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등이 대표적인 특혜 사업으로 꼽힌다. 이것이 왜 문제인지, 그리고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2008년 3월 이명박 대통령이 기업인들과 만난 자리에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함으로써,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동안 허가를 받지 못해 지지부진하던 재2롯데월드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주간한국>, 2012. 11. 23). 롯데그룹은 1994년에 '제2롯데월드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제2롯데월드는 현재 롯데월드 옆 8만7182.80㎡ 부지에 1조7000억 원을 투입하여, 연면적 60만7849㎡, 높이 112층으로 건물백화점과 쇼핑몰 등을 아우르는 초고층 건물을 건축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성남 공군기지에서 이착륙하는 공군이나 정부 고위층, 외국귀빈의 비행에 있어서의 안정성 미확보로 인한 국방부의 반대, 고도제한에 따른 성남시와의 형평성 문제, 용적률과 건폐율 상향 조정 논란 등의 이슈로 인해 10여 년간 지지부진했으며, 결국 2007년 7월 국무조정실로부터 사실상 '불허' 결정을 받았다 (<조선일보>, 2009. 11. 19).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제2롯데월드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재경일보>, 2012. 06. 02). 앞서 언급된 대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3월 기업인들과의 모임에서 제2롯데월드 문제를 전향적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하고, 제2롯데월드 신축에 반대한 김은기 공군참모총장을 경질하였다. 공군에서는 예전부터 제2롯데월드를 반대해 왔는데 그 근거는 주로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서울공항으로 불리는 성남비행장의 전략적 중요성이다. 성남비행장은 공군 15혼성비행단과 북한군 침투를 저지하는 KA-1 경(輕)공격기 대대, 미 육군 2사단 2항공여단 2대대 등이 배치된 한국군의 전략 기지이다. 특히, 북한이 수도권에 화생방 공격을 가해 오면 중화제를 싣고 이륙해 서울에 뿌려야 할 임무를 띠고 있으며, 유사시 국가원수의 이동을 책임지게 되어 있다. 평시에도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마치고 입국하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둘째는 고층건물로 인한 항공장애 우려다. 성남비행장은 제2롯데월드와 약 5~6㎞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성남비행장을 이용하는 군 수송기는 롯데슈퍼타워에서 1500m 떨어진 지점에서 400m 고도로 비행해야 한다.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고층건물의 높이가 지상 60m 이상일 경우 항공장애를 일으킬 우려가 있다. 잠실 근처에는 롯데슈퍼타워 등 공사 중인 초고층 빌딩도 5곳이나 된다. 특히 높이 롯데슈퍼타워는 높이 555m 지상 123층의 초고층 빌딩으로 아이파크의 3.5배나 된다. 실제로 2013년 11월 16일 오전 8시 54분에 발생한 LG전자 자가용 헬기의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 아이파크 (159m짜리 건물임) 충돌 사건은 초고층 빌딩이 항공장애에 미치는 영향을 실증해 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가 2013년 11월 18일 인터뷰한 조진수 한양대 교수(항공우주학회장)는 "2009년도 당시에 제가 공군 활주로 3도 트는 것보다는 제2롯데월드의 높이를 200m 아래로 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고 소견을 냈었다. 그 이유는 제2롯데월드 옆을 지나가는 항로가 이착륙할 때 높이가 한 280m 정도 된다. 따라서 제2롯데월드가 280m 아래에 어느 정도 여유가 있다면 정말 위급한 경우에 돌발적 악재가 나도 항공기가 거기에 충돌하는 가능성은 굉장히 떨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 문제와 관련하여 <조선일보>는 2013년 11월 18일 공군 소식통들을 인용하여 고층건물로 인한 항공장애 우려를 보다 실감 나게 전했다.
"현재 빌딩 전체 높이의 약 2분의 1쯤 건설된 것 같은데 조종사들은 이것만 보고도 심리적 압박감을 느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F-5기 추락 사고처럼 항공기가 조종불능 사태에 빠지면 조종사 의지와 상관없이 사고가 날수 있다."
“건물과 1500m 떨어진 곳이라면 순간의 실수에도 1~2초 안에 건물에 닿아버릴 수 있는 거리이다.”
그런데 이렇게 다양한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특히 보수진영에서조차 "안보까지 팔아먹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로 특혜 의혹이 있었던 사안(<뷰스앤뉴스>, 2013. 11. 17)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끝까지 밀어붙여 결국 제2롯데월드를 허가하게 된다.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었을까? 답은 공군이 활주로 각도를 3도 정도 틀어 문제를 해결하기로 한 것이다 (<프레시안>, 2013. 11. 18). 2013년 11월 19일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 인터뷰를 한 김성전 씨(공군조종사, 예비역 중령)에 따르면, 참여정부의 조사보고서에서는 원래 재2롯데월드가 가능하도록 하려면 동쪽 활주로를 7도 정도 틀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밖으로 7도를 틀게 되면 외부의 도로까지 매입해야 하고, 근처 야산을 까내야 한다”는 것. 이렇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소요되게 된다. 따라서 롯데의 비용을 줄여주기 위해서는 활주로 각도를 2.97도 정도 밖에 틀 수가 없다.
그런데 문제는 7도를 틀어 바깥쪽으로 나가야 할 것을 2.97도를 틀어 안쪽으로 오므리다 보니 비행장 두 활주로가 기형적으로 포개지는 형상이 되었다. 이렇게 기형적인 모습을 가진 활주로는 적의 견착식 미사일이나 기습 공격에 대비해서 전술출항과 전술귀항을 하게 될 때 필요한 거리인 4000~6000피트를 확보할 수 없게 한다. 즉 "두 대의 비행기가 횡적으로 나란히 들어와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롯데월드 위치 자체가 1.9k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따라오는 비행기는 갈 데가 없어" 전투기편대를 운항할수 없게 된다. 이렇게 민간기업 사업을 위해 대통령을 태운 비행기가 이착륙하고 군사작전이 이루어져야 하는 공항 활주로 각도를 틀어버린 전례는 세계적으로도 찾기 어렵다. 더구나 안보를 목숨보다 중요시한다는 소위 보수 정권에서 일어난 일이다.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제2롯데월드를 허가하여 롯데그룹에 준 특혜는 9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예측이다(<프레시안>, 2013. 11. 18).
부산롯데타운 신축허가
롯데그룹은 2013년 11월 부산 롯데백화점 광복점 인근을 롯데타운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뉴스1>, 2013.11.27.). 2009년 12월에 개장된 롯데백화점 광복점 본관과 2010년 8월 개장된 신관, 그리고 2014년 롯데시네마 등이 들어서는 3관을 완성하고, 이후 108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세워서 이 일대 전체를 롯데타운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부산 롯데타운은 1996년부터 도시개발사업으로 추진되었다. 그러나 영도다리 재건설과 롯데타운에 들어설 초고층 빌딩의 높이 조정 문제 등으로 부산시 및 시민단체들과 마찰을 빚으면서 10년 동안 난항을 겪어왔다. 이 사업이 특혜의혹의 초점이 된 이유는 이 사업에 필요한 토지 대부분이 공유수면을 매립해서 생기는 땅이기 때문이다.
애초 롯데타운사업의 주관사였던 롯데건설이 2007년 부산 롯데타운의 매립지가 준공되었을 때는 이를 관광시설로 허가받았다. 그러나 이후 사업주관사가 롯데백화점으로 바뀌면서, 공유수면매립 목적 변경에 대한 신청서를 부산해운항만청에 제출했다. 원래 계획했던 호텔 객실과 업무용 사무실을 대폭 줄이고 주거시설을 새로 추가하기로 한 것이다. 애초 계획은 주 건물인 초고층 타워동 고층부에 800개 호텔 객실을 배치하는 것이었지만, 변경된 계획에서는 호텔객실을 180~339개 정도로 줄이면서 1~40층 안팎의 저층부에는 고급 주거시설을 배치하고 중층부에는 오피스텔을 배치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롯데호텔 측은 다국적 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휴양과 숙박, 비즈니스 기능을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때문에 반드시 주거시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행 공유수면매립법 제28조(매립목적변경 제한) 1항에 의하면 준공검사를 받은 매립지에 대해 준공검사 전의 기간 및 준공검사일로부터 20년 이내에는 매립목적을 변경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물론 법 제28조 2항에는 예외조항이 있고,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예외조항을 들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롯데백화점의 답변에 대해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부산 롯데타운의 경우는 단순한 용도 변경의 차원을 넘어서 관광시설 내에 주거 지역 설립을 목적으로 애초 초고층 건물의 층수를 높이는 것은 편법으로 예외조항에 들기 어렵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시사코리아>가 보도했다(<시사코리아> 2009. 07. 27). 또한 <시사코리아>에 따르면,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롯데의 매립목적변경을 승인하는 것은 공유수면매립법 재정 이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특정기업에 대한 정부와 자치단체의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관계자들의 특혜 의혹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초고층 건축물에 대한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관광특구 등 계획적 관리가 가능한 지역에 층수 50층 이상이거나 높이 150m 이상인 건축물에 대하여는 호텔과 아파트 등을 복합하여 건축할 수 있도록 관련규정(08.6.5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이 개정됐다”며 ‘법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다 (<시사코리아> 2009. 07. 27). 하지만 공익적인 목적이 아닌 기업의 사업성 때문에 이미 준공된 공유수면 매립지의 용도를 변경하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논란은 지속하고 있다. 왜냐하면 공유수면 매립지 용도변경에 따라 부산시민이 공유해야 할 재산이 개별기업인 롯데에 이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시 중구가 2011년 7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부산롯데타운이 포함된 중심지미관지구 일부를 일반미관지구로 변경하는 안을 조건부로 가결하면서, 롯데는 약 900세대의 70~80평대 고급아파트를 지을 수 있게 됐고, 현재 시가를 감안할 때 수천억에서 수조 원대의 이익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맥주사업 진출
롯데는 원래 일본의 대표적 맥주인 아사히맥주를 수입해 국내 유통사업을 하는 롯데아사히주류를 가지고 있었고 이 아사히주류가 롯데칠성에 합병됐다. 하지만 수입맥주 시장은 국내맥주에 비해 미미하다. 2011년 말 기준 국내 맥주시장 규모가 약 3조8000억 원인데 수입맥주의 비중은 4% 내외로 아주 작다. 거기다 이미 소주와 위스키 제조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맥주사업에 진출하면 상당한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따라서 롯데칠성은 2009년 초 OB맥주를 인수해 맥주시장에 진입하려고 시도했다. 하지만 2009년 5월 초 사모펀드인 KKR이 오비맥주를 인수하게 됨으로써 기회가 무산되었다.
하지만 롯데그룹은 2009년 5월 하순 "공장을 지어 맥주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혔다. 주류업계에서는 이러한 롯데그룹의 결정이 무모하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당시 맥주 생산 판매를 위해서는 연간 1850kL(500mL 370만 병) 이상, 소주는 연간 130kL(360mL 36만 병) 이상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의무적으로 갖춰야 했지만, 시장은 이미 오비맥주와 하이트맥주가 거의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가 2009년 9월 "내년 하반기 중 맥주 등 주류 제조업 면허 기준을 대폭 완화하겠다"고 발표하여 롯데그룹의 숨통을 틔워주었다. 롯데는 2012년 3월에 주류제조업 면허를 획득하여 충주에 맥주공장을 건설하였다. 이러한 정부의 결정에 대한 주류업계의 평가는 ‘특혜’라는 것이다. 맥주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주류제조업 면허를 준 것은 그 자체가 특혜라는 주장이다 (<조선일보>, 2009. 11. 19). 롯데칠성이 2014년 8월26일 기준 주가 213만4000원을 기록하여 2011년 170만 원대이던 것과 비교하면 롯데그룹에서 맥주시장 진출허가의 특혜성을 쉽게 알 수 있다.
AK글로벌(현 롯데DF글로벌) 면세점 지분 인수
롯데호텔, 신라호텔, 그리고 AK글로벌 등은 2007년 공개입찰을 통해 인천공항 면세사업자로 선정되었다. 그런데 2010년 롯데호텔이 AK글로벌 지분 81%를 인수하면서 시장 점유율 50%이상을 가지는 독과점적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신라호텔 등으로부터 반발을 사게 되었다. 롯데호텔은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를 통과하여 인수승인을 받았고 관세청으로부터 '면세사업권' 승계 허가를 취득했다. 이러한 공정거래위원회와 관세청의 결정은 신라호텔이 파라다이스 면세점 인수 승계를 허용하지 않았던 것과는 대조적인 결정이었다(<일요시사>, 2013. 06. 19).
신라호텔은 "롯데가 AK글로벌 면세점을 운영하는 것은 공항공사가 입찰 조건으로 내건 '중복 낙찰 및 복수사업권 취득불허 방침'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인천지방법원에 영업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하지만 2010년 7월 인천지방법원이 신라호텔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함으로써 롯데호텔의 영업권을 인정해 주었다(<프레시안>, 2012. 07. 17). 정부와 법원의 결정에 따라 면세점 업계에서 롯데호텔은 확고한 1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롯데의 이러한 독점적 지위는 6조에서 7조 원대에 이르는 면세점 사업에서 50%이상의 매출을 보장하는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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