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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로 못 가겠다"…'제2롯데월드', 불안한 송파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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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로 못 가겠다"…'제2롯데월드', 불안한 송파 주민들

[현장] 송파 주민 "왜 허가 내줬는지 이해 안 돼"

지난 4일 트위터에 도로가 푹 꺼진 사진이 올라왔다. "방이동 먹자골목 도로라는데 아예 땅이 꺼졌음. 잠실 망했어"라는 멘트가 올라왔다. 이 트윗은 1900회 리트윗됐다. 곧이어 땅에 물이 찬 사진과 함께 "구멍 뚫린 도로 보수하려고 땅 팠더니 물 차있다고 함"이라는 트윗이 올라왔다.

방이동 먹자골목은 제2롯데월드 건설 용지와 석촌 호수가 인접한 곳이다. 이 트윗을 올린 이 모(23) 씨는 "롯데월드 측이 석촌 호수에 계속 물을 넣고 있다고는 하지만, 잠실 주변 지반이 침하되고 언젠가는 외국에서처럼 싱크홀이 생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앞으로 잠실 쪽은 가지 말아야겠다"고 했다.

7일 제2롯데월드 건설부지 곳곳에는 '시민의 안전이 우선입니다'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현장에는 저층부 개장 승인을 준비한 듯, 막바지 도장 작업과 조경 작업이 한창이었다. 롯데 측은 현재 하루 450톤씩 한강 물을 끌어다 석촌 호수의 수위를 맞추고 있다. (☞관련 기사 : "제2롯데월드 앞 도로 푹 꺼질 수 있다")

▲ '구멍 뚫린 도로 보수하려고 땅을 팠더니 물이 차있다고 함'이라는 말과 함께 올라온 사진. ⓒ트위터 @alerts__

"성남 비행장 충돌 사고, 지반 침하 불안해"

인근 주민들은 제2롯데월드 건설에 대해 불만을 토로했다. 7일 제2롯데월드 부지 바로 맞은 편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에서 만난 박 모(남·65) 씨는 "석촌 호수에 물이 빠진다고 하니 불안하다"고 토로했다.

박 씨는 "아내에게 (제2롯데월드가) 넘어져도 석촌 호수 쪽으로 넘어질 것이라고 안심시켰다가도, 쓰러지면 (내가 사는 아파트가) '직빵'으로 넘어가나 싶기도 하다"며 "게다가 새벽 1~2시에도 콘크리트를 퍼 올리는 공사 소음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 주민 김 모(남·61) 씨는 "설마 이쪽 아파트까지 일 있겠느냐 싶은데, 넓은 땅을 파버렸으니 물길이 아무래도 교란될 것"이라면서도 "그보다는 공군 성남 비행장 충돌 사고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 땅이 꺼진 방이동 먹자골목. ⓒ트위터 @alerts__
제2롯데월드는 성남 공군비행장의 항공기 항로 안전과 교통 체증 등의 문제로 20여 년간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었다. 이러한 점을 지적하며 김 씨는 "이명박(전 대통령)이 다 무시하고 기업체 좋은 대로 안 되는 걸 허가해놨다"고 맹비난했다. (☞관련 기사 : 정몽준·박원순 공약 중 '안보'는 없네!)

김 씨는 "고층 빌딩은 주변 상권이나 도시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는 공터가 있는 곳에 지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이미 큰 건물로 꽉 들어찼는데, (왜 허가를 내줬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롯데에서 이렇게 큰 공사를 하면 교통 문제는 어떻게 할 건지 주민에게 설명이라도 하고 양해를 구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건방져도 너무 건방지다"고 덧붙였다.

이 아파트 단지에 있던 주부 김 모(여·47) 씨와 이 모(여·45) 씨도 "석촌 호수 지반 침하된다며? 누가 허가했나?", "(이)명박(전 대통령)이가"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이들은 "주민은 아파트 재건축을 원하는데, 123층 건물을 지어서 뭐하나 싶다", "이미 70층 넘게 올라갔는데 부술 거야? 애초에 못 하게 했어야지"라는 말을 더 주고받은 뒤 혀를 찼다.

드물게 제2롯데월드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도 있었다. 방이동 주민인 김 모(남·66) 씨는 "땅에 구멍 나고 물 빠지는 건 잘 모르겠는데, 물이 빠진다면 롯데가 그냥 안 놔두고 채우고 있을 것"이라며 "그보다는 (제2롯데월드 건설로) 송파가 발전하고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 빠진다는 얘기는 남 잘되는 거 못 보는 일부 세력의 선동"이라고 덧붙였다.

체념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70대 잠실동 주민(여)은 "높은 건물이 양쪽으로 있어서 불안하긴 한데, 길 건너서 (제2롯데월드가 있는 곳으로는) 잘 안 다닌다"며 "짓고 나서 반대하면 뭐 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돈 있어서 짓겠다는 걸 어떡해. 안전 규정 지켰겠지 뭐"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제2롯데월드 건설 현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자동 상승 거푸집' 장비가 추락해 노동자 1명이 숨지고 5명이 다쳤다. 같은 해 10월에는 지나가던 시민이 11층 공사 현장에서 떨어진 쇠파이프에 부상을 당했다. 지난 2월에는 47층 컨테이너에서 불이 났고, 4월에는 배관 설비 작업 중 폭발로 노동자 1명이 사망했다.

제2롯데월드, 서울시에 저층부 개장 신청서 제출

▲ 잠실 주공 5단지(오른쪽 건물) 뒤로 보이는 제2롯데월드 건물. 공사가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김윤나영)
공사가 진행 중이지만, 롯데 측은 제2롯데월드 저층부라도 먼저 개장하도록 임시 사용 승인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다. 이에 송파시민연대와 강동·송파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30일 서울시청 신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에 대한 대안 없이 제2롯데월드 개장을 강행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후상 송파시민연대 집행위원장은 "롯데가 조기 개장을 하려고 무리하게 밤에도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며 "제2롯데월드 공사 이후로 석촌 호숫물이 빠지고 있는데, 송파구청 측은 안전하다는 근거를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 집행위원장은 "물 빠지는 것도 주민들이 악취가 나서 민원을 제기한 탓에 발견했다"며 "일반적으로 공사하면 지하수가 없어지긴 하지만, 이렇게 많이 빠져서 냄새가 날 정도는 아니"라고 말했다.

석촌 호수 물이 빠지는 문제와 의문의 땅 파임 현상에 대해 롯데 관계자는 "송파구청, 서울시, 롯데가 함께하는 연구 용역이 진행 중이기에 객관적 근거가 없어 아직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방이동 먹자골목과 방산초등학교 근처에 난 구멍을 언급하며 "도로 파임 현상은 인근 상가 하수관 문제로 빚어졌다는 서울시 보도 해명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연구 용역에 롯데가 들어가서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문가의 지적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연구 용역은 송파구청이 주도하는데, 상대편(제2롯데월드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전문가) 측 주장만 들어가면 오히려 객관성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롯데 측도 참여하기로 제안이 들어온 것"이라고 반박했다.

교통 문제에 대해서 이 관계자는 "교통 대책도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 허가받은 잠실길 지하 차도 건설, 잠실역 사거리 지하 보행 광장 조성, 탄천변 동측 도로 확장 공사, 올림픽대로 하부 미연결구간 도로 개설 등은 이미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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