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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위안부 동원 강제성 부정 총공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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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우익, 위안부 동원 강제성 부정 총공세

<아사히신문> 오보로 촉발···외교부 "위안부 문제 본질 호도하려는 것"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 작성 당시 일본 정부 조사단이 위안부 피해자 증언을 청취했던 영상이 21년 만에 공개됐다. 이에 일본은 일방적인 공개 조치는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6일 오전 정례회견에서 "(당시) 한국 위안부 증언청취는 비공개를 전제로 이루어진 것으로 일본 정부는 그 내용 공개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앞서 15일 일본 조사단이 지난 1993년 7월 서울 용산의 유족회 사무실에서 위안부 피해자 16명을 상대로 증언을 청취하는 모습과 피해자 2명의 증언 내용 일부를 공개했다. 일본 정부는 이 영상 공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외교부 노광일 대변인은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영상 공개와 일본 정부의 반응에 대해 "민간단체인 유족회 측에서 공개한 것에 대해 외교부 대변인으로서 무엇이라고 얘기할 사안은 아니"지만 "왜 이 시점에서 그것을 공개하게 됐는지는 잘 한번 생각해 보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유족회의 영상 공개에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이 영상에 강제로 위안부에 동원됐다는 피해자의 진술이 나오기 때문이다. 영상에서 피해자인 김복선(작고) 씨는 "정신대로 끌고간다는 소문이 나도는 상황에서 '여수, 나주, 보성에서도 처녀 공출이 많았다고 하니 다락에 숨어 나오지 말라'는 큰아버지 말을 듣고 2주일 동안 큰아버지 집(전남 강진) 다락에 숨어있다가 나와 마루에서 밥을 먹던 중 칼을 차고 들이닥친 일본 순사와 조선 사람에 의해 양팔을 붙잡혀 끌려갔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가 이번 영상 공개에 유감을 표명했지만, 사실 고노 담화와 관련해 비공개로 유지돼오던 관련 자료를 먼저 공개한 것은 일본이었다. 아베 정부는 지난 6월 20일 고노 담화 작성 과정 경위를 검증한 결과를 발표하며, 담화 작성 당시 한일 양국 정부 간 문안 조정이 있었다고 밝혔다. 담화가 양국의 ‘정치적 타협물’이라는 인식을 심어줌으로써 담화 자체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다. 아베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입증할만한 자료를 공개한 것에는 유감을 표명하면서, 일정 기한 동안 비공개로 처리되는 외교 문서는 담화를 무력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유로 공개해버리는 이중적인 태도를 보인 셈이다.

위안부 동원 강제성 부정하려는 일본 우익, 전방위적으로 공세 퍼부어

한편 한일 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국장급 협의는 지난 7월 23일 3차 회의를 마지막으로 아직 향후 협의 일정을 잡지 못한 상황이다. 추후 협의 일자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 내부 사정이 있는 것으로 보이나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일본 내부 사정이 일본 일간지 <아사히신문>의 위안부 보도와 관련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1982년 9월 2일 자에 태평양전쟁 당시 야마구치현에서 동원부장으로 일했던 요시다 세이지가 제주도에서 200여 명의 젊은 한국 여성을 ‘사냥’했다는 진술이 있었다고 보도했고, 그의 증언을 인용해 모두 16차례 보도했다. 그런데 1996년 요시다 세이지는 자신의 증언에 허구적인 요소가 포함돼 있다고 진술해 그동안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의 갈등 사안으로 번진 2014년 일본의 보수 우익 진영은 <아사히신문>이 요시다 세이지의 증언을 보도한 것을 문제 삼았다. 신문은 자체 검증 작업을 실시했고 검증 결과 요시다의 증언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돼 이와 관련된 16건의 보도를 취소했다.

그러자 <요미우리신문>, <산케이 신문> 등 일본 내 우익 성향의 일간지를 비롯해 각종 미디어에서 <아사히신문>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우익 성향 매체들은 <아사히신문>이 위안부 문제를 조작했다면서 고노 담화를 대체하는 새로운 담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정부도 이들과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지난 10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아사히신문>의 오보로 인해 많은 사람이 고통받고 있으며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명예가 훼손된 것은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지난 14일에는 일본 공영방송 NHK에 출연해 "일본 병사가 남의 집에 들어가 납치하듯이 어린 아이들을 데려다 위안부로 삼았다는 기사를 보면 모두 분노하게 된다"며 "잘못된 사실이었다는 점을 <아사히신문>이 스스로 노력해서 더 알려야 한다"고 밝혀 사실상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또 <로마인 이야기>로 유명한 일본 작가인 시오노 나나미 (鹽野七生)는 10월호 <문예춘추> 기고를 통해 <아사히신문>이 보도를 취소한 것을 "외국, 특히 미국의 분위기 흐름을 바꿀 좋은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는 국정 담당자, 언론을 비롯한 일본인 전체가 '고름을 완전히 짜낼 용기'가 있는지에 달려있다"며 "(아사히 신문)관계자 전원을 국회에 불러 청문회 내용을 TV로 방영해야 한다"고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일본 우익 세력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이 없다는 논리를 확산시키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달려드는 모양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아사히 기사 철회를 근거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려 한다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고 과거의 잘못을 축소 은폐하려는 행위라는 것이 우리의 기본 인식"이라고 밝혔다.

또 이 당국자는 "고노 담화 작성 당시 요시다 세이지 증언은 증거로 채택되지 않았다"면서 <아사히신문>의 요시다 세이지 관련 보도가 오보라고 해도 고노 담화의 내용과 일본군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훼손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보도를 취소하면서도 여성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위안부로 끌려갔다는 강제성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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