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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응원단, 미인계 앞세운 선봉대"…정부 본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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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응원단, 미인계 앞세운 선봉대"…정부 본심?

통일부 "환영한다"더니···

국방부가 북한 응원단을 두고 "미인계를 앞세운 대남선전 선봉대에 불과"하다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통일부가 응원단의 인천아시안게임 참석을 환영한다고 밝힌 것과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 내에서 상반된 입장이 표출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각에서는 지금까지 정부가 취해온 행태를 고려했을 때 국방부의 평가가 정부의 본심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국방교육정책관실은 지난 1일 <국방일보>에 '북한 응원단 파견 논란의 진실'이라는 제목의 제36주차 특별시사안보 기사를 통해 "북한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국제적 행사에 응원단 파견이라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우리의 대북 경계심과 안보의식을 저하시키고, 국론분열을 획책하기 위한 화전양면전술이자 대남 심리전의 일환"이라면서 "응원단은 남북화해협력의 사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의 실체는 철저한 출신성분 심사와 사상검증을 통해 선발되는 소수정예의 혁명전사"라며 "남한 국민들이 선호하는 기준에 맞춰진 외모는 겉으로 드러나는 껍데기에 불과할 뿐"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국방부는 "북한 당국은 응원단원들에게 장기간 합숙훈련을 통해 말과 행동을 철저히 교육시킨다. 서로를 감시하게 하고 '적의 심장부로 들어간다'며 남한에 대한 적대감을 주입시킨다"면서 응원단이 사실상 대남 침투요원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참석한 북한 응원단 ⓒ연합뉴스

그러면서 이번 응원단 참가는 북한의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이라고 규정했다. 국방부는 "지난 세 차례의 응원단 파견과 이번의 파견 논란 모두 우리가 먼저 요청한 것이 아니었다. 그들이 먼저 나서서 '민족평화' 운운하며 선전한 것"이라며 "이는 상황이 불리하다고 판단될 때는 대화와 평화적인 제스처를 제의하고, 상황이 유리하다고 판단되면 무력을 동원해 도발을 저지르는 전형적인 화전양면전술"이라고 밝혔다.

국방부는 "북한 응원단이 보여줬던 아름다운 겉모습과 파견 논란으로 우리 사회 내부에 갈등이 조성된다면, 이는 북한의 계략에 넘어가는 것"이라며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또한 심리전의 장으로 이용해 온 북한의 이중적인 모습에 절대 현혹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 당국자는 4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국방부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이라며 "정부가 북한 응원단을 환영한다는 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당국자는 "응원단으로 인해 남한 내 부정적인 영향이 완전히 없을 것이라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응원단이 남북 화해협력에 이바지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국방부의 지적처럼 응원단이 남남갈등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평가에 대해 이 당국자는 "남남갈등은 원하지 않지만 생길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설령 갈등이 있더라도 남북한 화해와 관계개선에 기여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답했다.

응원단은 대남 침투요원? 정부의 본심은

겉으로 보기에는 북한 응원단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엇갈린 것처럼 보이지만, 응원단 참가를 놓고 남북이 줄다리기를 벌인 정황을 봤을 때 <국방일보>에 게재된 국방부 입장이 정부의 본심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지난 7월 17일 북한 선수단과 응원단의 아시안게임 참가를 위한 실무접촉 당시 북한이 먼저 언급하지도 않은 대형 인공기 문제를 제기하며 사용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선수단과 응원단의 체류 경비 문제는 '국제관례'대로 하겠다는 정부가 응원단의 소지 물품이나 응원 방식에는 '남북관계 특수성'을 걸고 넘어진 셈이다. 이에 북한은 실무접촉 결렬을 선언했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실무접촉 결렬 이후 북한은 선수단 명단만 우선 제출했고, 지난 8월 중순 대표단을 보내 조추첨 행사에 참석했다. 당시 대표단으로 참석한 손광호 북한 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은 28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TV에 출연해 "제17차 아시아경기대회에 응원단을 내보내지 않기로 했다"며 "인천에 간 대표단이 (지난 20일 조추첨 당시) 남측 조직위원회와 당국에 이같은 내용을 통보했다"며 사실상 응원단 불참 의지를 표명했다.

그런데 정부는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했다는 내용을 28일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손 부위원장이 "구두로 언급한 내용이고, 비공식적으로 이야기한 것"이기 때문에 북한의 입장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북한에서 방송이 나간 28일 이전까지 북한의 공식 입장을 확인하지 않았다.

심지어 정부는 지난 8월 26일 북한 선수단 참가와 관련해 북한에 서면 통지문을 보낼 때도 응원단 참가 문제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통일부 임병철 대변인은 이에 대해 지난 8월 29일 정례브리핑에서 "26일 정부가 보낸 서한은 북측이 우리 측에 22일 전달한 서한에 대한 답변 형식"이었다며 "공식 통보받지 못한 응원단 파견 문제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부는 북한의 응원단 파견에 "환영한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입장은 북한이 응원단을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밝힌 28일 이후에 처음 나왔으며, 응원단이 오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20일 이후 정부는 북한에 공식적인 확인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응원단 참석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것이, 응원단 불참의 책임을 북한에 떠넘기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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