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무덥습니다. 무더운 날씨와 함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정말 요즘에는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어떤 해에는 극심한 가뭄이 오기도 하고, 어떤 때에는 한 달 내내 비가 계속되기도 합니다. 홍수, 태풍, 폭설 피해도 늘어납니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언론, 정부, 정치는 기후변화에 무관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오히려 지역언론들이 기후변화가 자기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기사들을 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지역 언론 사람들의 삶에 조금은 더 밀착해있기 때문일 겁니다.
제주 지역 언론인 <한라일보>는 제주의 '폭염' 현상에 대해 기사를 썼습니다. 제주도는 작년에 극심한 가뭄으로 농작물들이 말라죽고, 제한급수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열대야 현상도 아주 심했습니다. 서귀포시는 49일간 열대야가 지속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후변화가 지속될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입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제주도가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서늘하다'고 했다는데, 이제는 여름마다 폭염이 덮칠 기세입니다.
제주도만이 아닙니다. 전라북도의 공공연구기관인 전북발전연구원은 7월 7일 자 보고서를 통해 2050년이 되면 전라북도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1.6~2.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폭염 일수는 3.7배, 열대야 일수는 7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당연히 인간, 동물, 농업에 큰 피해를 줄 것입니다.
(☞ 기후변화에 폭염-열대야 우려)
기후변화로 건강에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지역으로는 부산이 꼽혔습니다. 6월 25일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질병(말라리아, 쓰쓰가무시병 등), 홍수, 대기오염, 알레르기, 폭염 등으로 인한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지역이 부산이라는 것입니다. 아무래도 남쪽인데다가 해안가라서 이런 전망이 나온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아주 심각한 문제입니다.
얼마 전 <교수신문>에서 서울대 김경렬 명예교수(지구환경과학부)의 강연 내용을 요약해서 실었습니다. 지구 역사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우려된다는 김경렬 명예교수의 강연 내용을 한번 귀담아들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에 링크를 첨부합니다.
실제로 여섯 번째 대(大)멸종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나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구 역사상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고 합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대멸종은 6500만년 전에 있었습니다. 이 때 공룡이 멸종을 했습니다.
그동안의 멸종 원인은 운석이나 혜성의 충돌, 대규모 빙하기같은 자연적인 현상에 의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이전과는 다릅니다.
여섯 번째 대멸종에 관한 얘기는 2007년 발간된 유엔환경계획(UNEP)의 4차 환경전망보고서(Global Environment Outlook)에서 언급되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는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난 20년간 어류는 30퍼센트(%)가 줄었고, 양서류의 30%, 포유류의 23%, 조류의 12%가 멸종위기에 놓였다고 지적했습니다.
2012년 발간된 유엔환경계획의 5차 환경전망보고서에서도 1970년대 이후 척추동물의 개체수가 30% 감소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여러 위협원인들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기후변화입니다. 지금처럼 기후변화가 진행되어 지구의 평균기온이 2.5~3.5℃ 상승하면, 생물종의 40~70%가 멸종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습니다(유엔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
최근에 나온 또 하나의 연구결과도 암울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올해 5월 30일 유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지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지구상의 생물종 멸종이 인간이 지구상에 나타나기 전보다 1000배 정도 빨리 진행되고 있다고 합니다. 미국 듀크대의 생물학자인 스튜어트 핌 교수의 연구결과는 전세계 언론에 보도가 되었습니다. 이런 멸종속도는 과학자들의 예측보다 훨씬 빠른 것이었습니다. 아래에 이 연구결과에 대해 보도한 <한겨레> 기사를 붙입니다.
결국 지금의 기후변화, 그리고 환경오염문제는 단지 날씨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라,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입니다. 지금 살아가는 우리와 앞으로 태어날 생명의 생존의 문제입니다.
과학자들에게 맡길 문제가 아닙니다. 과학자들도 기후변화를 예측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물, 땅, 생물권, 대기권이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결국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기후변화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고, 삶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면 경제성장 같은 것을 국가의 정책목표로 삼아서는 안 됩니다. 경제성장을 희생시키더라도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고, 교통체계를 바꾸고,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합니다. 먹거리의 변화, 농업의 변화도 필요합니다.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하는 농업, 대규모 공장식 축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라면 이런 정도의 노력을 기울이는 게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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