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경제의 흐름을 짚어 드리는 <프레시안> 도우미 정태인입니다. 요즘 정치 돌아가는 꼴은 박근혜 대통령의 삶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구중궁궐에 살다가 스스로 택한 오랜 유배를 거쳐서 그런가요? 어쩌면 이런 사람들만 골라내서 국민들을 고문하는 걸까요?
박 대통령은 인격적으로는 문제가 많아도 능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그 능력이 더 문제가 되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입니다. 우선 우리의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부터 짚어 볼까요?
최 후보자는 7월 8일 인사청문회에서 현재 경기에 대해 "경제 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는다"고 진단했습니다. 한 마디로 안 좋다는 거죠.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3년 내내 사용하던 '완만한 경기 개선' 대신 '경기 회복세 부진'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정부 안팎에서는 기재부가 올해 경제 성장률을 기존 4.1%(신 기준, 연구개발투자도 한은 국민계정 투자항목에 새롭게 집어넣어 3.9% 전망에서 0.2%p 올라갔죠)에서 3.5∼3.7% 정도로 상당 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최 후보자는 '세월호 사고 여파와 세계경기침체'를 이유로 들었지만, <프레시안> 독자들이 이미 알고 있듯 전망 자체가 그릇된 것이었습니다.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가계의 소비 증가율 전망이 과장되어 있었던 겁니다. 1분기 경제성장율(GDP 증가율)은 0.9%지만 국민소득(GNI) 증가율은 0.5%에 머물렀고 가계부채는 신기록을 갱신하고 있으니 소비가 증가할 리 만무합니다.
그런데 새삼 경기회복 대신 침체를 들고 나온 이유는 뭘까요? 최경환 후보자가 대한민국 경제호를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진보 성향으로 볼 수 있는 세 신문의 보도는 미묘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한겨레>는 "최경환 후보자를 비롯한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이 '사회적 대타협'과 '가계소득 증대'에 나설 방침임을 밝히면서, 정부 경제정책이 기존의 '수출·대기업 중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썼는데요.
그 동안 경제정책의 기조에 비춰 보면 이 정도만 돼도 획기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최 후보자 스스로도 "향후 경제정책의 방점을 가처분소득 증대에 두겠다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가진다. 지금까지 소위 보수 정당에서 추진해온 정책의 변화를 제가 시사하고 있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지금까지 대기업의 수출과 투자에만 목을 매단 것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기업의 사내유보금이 투자와 배당, 임금 분배 등을 통해서 가계소득으로 흐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증가시키지 않고는 구조적인 내수 부진이나 축소지향적인 성장 프로세스를 끊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합니다.
구체적으로 사내유보에 대해 벌금을 물린다든가, 최저임금을 올릴 수 있겠죠. 노사정위원회와 같은 기존 기구는 물론 박 대통령이 선거 때 약속한 '국민대타협 위원회'를 새로 구성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국교직원노조를 법외 노조로 만들고 철도 파업 때 민주노총에 경찰을 투입하고, 최저임금을 찔끔 올리는 등 '줄푸세'의 '세'를 군대처럼 밀어붙이는 이 정부가 대타협에 나선다는 걸 믿을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은 정반대 쪽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이명박 정부 초대 부총리를 지낸 강만수 장관과 꼭 닮은꼴이라는 거죠. 최 후보자는 "어느 나라든지 환율이 급격하게 움직여서는 안 되기 때문에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종)을 다 한다"고 말했습니다. 즉 대기업을 위한 고환율 정책을 포기한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그는 또 "한국은행 총재와 끊임없이 만나 경제 인식의 간극을 좁혀 나가겠다"며 사실상 금리 인하를 시사했는데 이는 "한은이 반대하면 방법이 없지 않으냐"고 한 현오석 경제팀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입니다.
정부의 적극적 경기 진작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최 후보자는 "지금 경제상황만 감안하면 추경을 하고도 남을 상황"이라며 "내년 다소간 적자예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는데요. 금년 추경은 불가능하더라도 내년에 적자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얘기죠. 하지만 '줄푸세'의 '줄'은 세금을 줄인다는 것이니 증세를 하지는 못할 겁니다.
읽기에 따라 사뭇 달라 보이는 두 신문의 논조를 종합하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모든 수를 다 동원해서라도 성장률을 끌어 올리겠다는 겁니다. 수출은 수출대로, 내수는 내수대로 진작하겠다는 거죠. 하지만 수출은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미국이 절상을 요구하고 있고 경상수지도 계속 흑자를 보이고 있으니까요) 내수 쪽에 집중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런데 그가 과연 임금을 올리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것, 그리고 사회적 경제를 키우는 것, 즉 경제민주화를 시행할까요? 불행하게도 그의 사전에는 '경제민주화' 대신 '줄푸세'가 있을 뿐입니다.
그럼 내수에 무엇이 남을까요? 바로 부동산입니다. <오마이뉴스>의 기사는 이를 잘 보여줍니다. 최 후보자는 한국의 부동산 값이 그리 높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인용한 통계의 문제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 자체가 속마음을 제대로 보여 주는 것이죠.
대표적인 시장론자인 서승환 국토부 장관과 최경환 부총리가 만나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아직도 남아 있는 마지막 규제인 LTV와 DTI를 풀겠죠. '푸'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겁니다. 이제 증세 없이 재정적자를 메꾸는 방법도 여기서 나옵니다. '푸=민영화'죠. 공기업 자산을 팔면 되는 겁니다.
<한겨레>의 은근한 기대와는 달리 최 후보자는 '줄푸세'의 화신이라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겁니다. 다만 소비 진작을 위해 대기업의 배당을 늘리겠다는 것만 추가된 것이고(이 또한 자산가들을 위한 정책이죠), 어디까지나 초점은 부동산 투기에 있는 거죠.
OECD는 2010년 한국의 소득 불평등이 회원국 중 4위이고 2050년에는 3위로 올라설 전망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최 후보자의 경제정책은 이 순위를 훨씬 빨리 끌어올릴 겁니다. '사회적 대타협'을 제시하긴 했지만, 실은 모든 정책이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최경환 선장이 모는 '대한민국 호'는 '분배'라는 평형수를 모두 빼 버렸으니, 이제 곧 '세월호' 신세가 될 겁니다.
<매경이코노미>가 일반인 1000명을 대상으로 '부의 불평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국민의 85%가 "우리나라 부의 편중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하고 92.4%의 국민은 시간이 지날수록 "부의 불평등이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런데도 최 후보자와 정부는 '줄푸세'를 통해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키겠다고 밝히고 있는 겁니다. 박근혜 정부 주위에는 시장만능론자들이 가득 차 있습니다. 이들이 모여서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대해 퍼부은 헛소리는 다음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단 노약자나 고혈압이 있으신 분들은 안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주간 프레시안 뷰>는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만의 차별화된 고급 칼럼지입니다. <프레시안 뷰>는 한 주간의 이슈를 정치/경제/남북관계·한반도/국제/생태 등 다섯 개 분야로 나눠 정리한 '주간 뉴스 일지'와 각 분야 전문 필진들의 칼럼을 담고 있습니다.
정치는 임경구 프레시안 정치 선임기자 및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가 번갈아 담당하며, 경제는 정태인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원장, 남북관계·한반도는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국제는 이승선 프레시안 국제 선임기자, 생태는 하승수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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