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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모교 교장 "도박장으로부터 아이들 지켜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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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朴대통령 모교 교장 "도박장으로부터 아이들 지켜 달라"

용산 '화상 경마장' 기습 개장 논란…"학교 맞은편 도박장, 말이 되나요?"

한국마사회가 학교가 밀집한 서울 용산구 청파로에 마권 장외발매소(화상 경마장)를 기습 개장해 주민 반대가 극심한 가운데, 이 지역 성심여자중고등학교 교장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지켜 달라"고 호소했다. 성심여중고는 박근혜 대통령이 학창 시절 6년을 보낸 모교이기도 하다.   

성심여중고등학교 교장인 김율옥 수녀는 4일 박 대통령에게 보낸 공개 서한에서 "14~18살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화상 경마 도박장이 들어섰다"며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지키고자 마련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200m에서 30m 떨어진 곳에 화상 경마 도박장이 '합법'이란 사실을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막막하고 답답하다"고 했다. 

화상 경마장은 성심여중고등학교로부터 불과 235m 떨어져 있으며, 인근에는 원효초등학교도 위치해 있는 등 학교 및 주거 밀집 지역에 있다. 

김 교장은 이어 "마사회는 지난 6월28일과 29일 기습 개장을 시도함으로써 주민들 몰래 비밀리에 입점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주민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반복했다"며 "'주민과 협의없이 개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한 것이며, 나아가 최근 입점 철회를 의결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함으로써 정부기관의 의결도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은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쉽지 않다"며 "더구나 그 상대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문화센터 운영 등을 내세우며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환경보다 눈 앞의 실질적인 도움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주민을 현혹하는 거대 공기업"이라고 했다. 
   
이어 "하지만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말처럼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교육 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이며 안전장치"라고 호소했다. 

김 교장은 "화상 경마 도박장은 정의와 성실을 배워야 할 아이들의 교육의 자리를 거대 자본의 이윤을 앞세워 파괴하는 곳이며, 안전해야 할 아이들의 가족을 도박 중독으로 인한 가정 파괴의 위험으로 내모는 곳이자 서민의 주머니를 털고 그들의 영혼을 앗아가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반생명의 자리"라며 "공기업으로서 마사회가 기업의 이익 추구 전에,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 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제2의 세월호를 막아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촉구했다. 

다음은 김 교장의 공개 서한 전문이다. <편집자> 

2014년 6월28일과 29일의 마사회 기습입점과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님께 드리는 공개 서한

존경하는 박근혜 대통령님께
저는 서울 성심여자중고등학교장이자 용산구 화상도박경마장 입점 저지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인 성심수녀회 김율옥 수녀입니다. 저는 지난 2013년 5월 우리 학교 인근에 25층 규모의 대형 마권장외발매소(화상경마도박장)가 들어선다는 소식을 접하고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1년 이상 화상경마도박장 입점을 막기 위해 싸워왔습니다. 제가 학교장으로서, 또 청소년 교육을 사명으로 살아가는 성심수녀회 수녀로서 대책위 활동을 함께 하게 된 것은 아이들에 대한 염려와 걱정 때문입니다.

14-18살의 여학생들이 공부하는 학교에서 마주보이는 곳에 화상경마도박장이 들어선 것입니다. 도박장에서 나오는 사람들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것이 걱정되었고, 도박으로 한탕을 추구하는 사람들 앞에서 정의(正義)의 가치과 성실한 삶의 의미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걱정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키고자 마련된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200m에서 30m 떨어진 곳에 화상경마도박장이 위치한 것이 합법이라는 사실에 아이들에게 무엇이 법의 기본정신인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그렇지만 아무것도 안하고 있을 수 없었기에 대책위와 함께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마사회는 지난 6월28일과 29일에 기습개장을 시도함으로써, 주민들 몰래 비밀리에 입점한 것과 같은 방식으로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는 행동을 반복하였습니다. 그간 용산구 17만명은 화상경마장 입점을 반대하고 외곽이전을 주장하며 반대서명을 해왔습니다. 이 가운데 12만 명의 반대서명은 이미 마사회와 관할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에 2013년 9월경에 전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마사회는 17만 주민들의 반대의사를 무시하였을 뿐 아니라, 화상경마장의 기습개장을 통해 '주민과 협의없이 개장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스스로 파기한 것입니다. 이것은 1년이 넘도록 화상경마장 입점을 막아내고자 애써온 대책위와 마사회 간에 가졌던 협의과정에서도 양자 간의 아무런 합의사항이 없었음에도 기습개장을 함으로써 양자 간의 협의자체를 무시한 것입니다. 나아가 마사회는 최근 입점철회를 의결한 국민권익위원회의 결정도 무시함으로써 정부기관의 의결도 무시한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지키려는 노력은 아직 벌어지지 않는 일을 막아내는 일이며,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로 싸우는 것처럼 쉽지 않았습니다. 더구나 그 상대는 거대 자본을 바탕으로 지역상권 활성화, 문화센터 운영 등을 내세우며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환경보다 눈앞의 실질적인 도움이 더 중요한 것이라고 주민들을 현혹하는 거대 공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린왕자에서 여우의 말처럼 본질적이고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교육환경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어른들이 지켜주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울타리이며 안전장치입니다.

우리는 지난 세월호 참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울타리이며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무너졌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똑똑이 보았습니다. 또한 자본의 이윤추구를 앞세울 때 그 일이 얼마나 많은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갔는지,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주는지 보았습니다.

화상경마도박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상경마도박장은 정의와 성실을 배워야 할 아이들의 교육의 자리를 거대 자본의 이윤을 앞세워 파괴하는 곳이며, 안전해야 할 아이들의 가족을 도박중독으로 인한 가정파괴의 위험으로 내모는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그곳은 서민의 주머니들 털고 그들의 영혼을 앗아가 이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반생명의 자리입니다.

지난 6월28일과 29일 마사회의 기습개장에 대한 항의과정에서 만난 화상경마장 입장객들의 면면은 화상경마장이 어떠한 곳인지 분명히 보고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거리에 입만 열면 욕설이 쏟아지는 사람들이 가득하게 될 것이며, 이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이 위협받게 되고, 아이들의 부모님과 지역 주민들이 도박에 빠져 그 분들처럼 되리라는 것이었습니다.

마사회의 기습개장을 막아내는 과정에서 학부모, 주민, 교사들이 마사회 직원과 경마장에 들어가려는 입장객 사이의 몸싸움으로 넘어지고 다쳤습니다. 교감 선생님을 저를 보호하시려다 병원에 실려 가셨으며, 학부모 대표는 밀려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뇌진탕 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았습니다. 많은 교사와 학부모와 주민들이 팔과 다리에 부상을 입었으며, 몸싸움의 과정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수많은 욕설과 위협을 당해야 했습니다. 저는 학부모와 주민들과 교사들이 다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에게 다가올 위험을 눈으로, 온 몸으로 확인하였습니다. 그러기에 화상경마장의 입점을 막으려는 우리의 싸움은 비록 공기업 마사회라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의 싸움이라고 해도 멈출 수 없다는 분명한 이유를 더 깊이 확인하였습니다.

아이들은 이 땅의 미래입니다. 교육환경을 지키는 것은 아이들의 건강한 생명을 돌보는 것일 뿐 아니라, 이 사회와 이 나라, 이 땅의 생명을 돌보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국가 공기업인 마사회가 다른 회사를 앞세워 주민 몰래 건물을 짓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민 몰래 기습개장을 하는 것은 그 스스로 부끄럽기 때문이며, 이는 몰염치를 넘어 파렴치한 행동입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수 조에 이르는 이익을 얻는 마사회가 도박중독자를 양산하고, 주민의 주거 환경과 학생의 교육 환경을 침해하면서까지 화상경마장을 운영하는 것은 공기업의 설립 취지에 합당한 것이 아님에 분명합니다. 공기업으로서의 마사회가 기업의 이익 추구 이전에, 이 땅의 미래인 아이들의 교육환경을 보호하고 지키는 것이야 말로 제2의 세월호를 막아내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국민권익위의 의결도 준수하지 않은 채 기습개장을 시도하는 마사회의 횡포를 막아줄 수 있는 분은 오직 행정부의 수반이신 대통령님 뿐이시라고 생각됩니다. 다시금 국가의 수반이신 대통령님께서 공기업으로서의 마사회가 기업의 이익 추구 이전에 국가기업으로서 교육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해 다음의 내용들이 구체적으로 실현되도록 조처하여주시길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1. 대통령님께서는 마사회가 국민권익위의 의결대로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을 철회하도록 필요한 조처를 취해 주십시오.

1.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이 주민과 시민이 반대하는 용산 화상경마장의 이전 승인을 즉각 취소하도록 마사회에 지시하여 주십시오.

1. 교육부 장관님이 학교 앞 화상경마를 막기 위해 국회에 발의된 법안들이 조속히 통과되어 학생들의 교육환경을 지킬 수 있도록 지시하여 주십시오.

 건강하고 밝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 아이들의 교육환경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함께 애써주시는 대통령님의 수고에 하느님의 축복과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립니다.

2014년 7월 2일

용산 화상경마장 입점저지를 위한 주민대책위원회 공동대표
성심여자중고등학교장 김율옥 수녀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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