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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자기한테 돌아갈 문제를 묻고 있지 않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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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다 자기한테 돌아갈 문제를 묻고 있지 않은지…"

[기자의 눈]'정치인 노무현'에게 궁금한 몇 가지

"된 고비는 넘겼다."

"입이 째질 것 같다."

지난달 30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국민화합기원 대법회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들이다. 노 대통령은 7일에도 "그 동안 참 어려웠으나 다행히 이제 한고비를 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미FTA 타결 이후 지지율의 상승, 안정 기미를 보이는 부동산 가격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대통령 노무현'은 완전히 한 숨을 돌린 표정이다. 하지만 '정치인 노무현'은 요즘 무척 바쁘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도 지켜야 하고, '탈당예비군'들도 비판해야 한다. 오히려 야당인 한나라당은 '정치인 노무현'의 안중에 없다.

4년 만에 반복되는 '살모사 정치' 타령

이날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에 정치인 노무현이 좌절에 빠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스로 '계급장'을 떼고 나선 노 대통령은 자신의 당선자 시절 소망이 일그러진 정당 구조를 바로잡기 위한 '정계개편'이었다고 밝히며 열린우리당의 창당이야말로 가슴 벅찼던 일이라고 회고했다.

그는 "우리당의 창당은 역사의 대의에 기초한 결단이었고, 우리 정치의 새로운 희망"이었다며 "총선 대승도 탄핵 바람이 아니라 대의에 충실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김근태, 정동영 두 사람을 향해선 "구태정치를 펼친다"며 "나가려면 조용히 당을 나가라. 당신들이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던 사람들이 맞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의 대표를 맡고 있는 이병완 전 비서실장은 "탈당파들이 살모사 정치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어미를 죽이고 세상으로 나오는 살모사 정치', 어디서 많이 듣던 이야기다.

노 대통령은 작년에 벌써 '차별화를 시도해서 잘 된 사람 못 봤다'고 일갈한 바 있다. 열린우리당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노 대통령이니 만큼, 열린우리당에 대한 비판은 자신에 대한 차별화로 받아들여지는 것인가 보다.

그런데 노 대통령 본인은 '당선자 시절부터 소원이 정계개편이었다'고 고백하고 있지만 후보 시절에는 "민주당의 부채와 자산을 모두 승계하겠다"고 외치며 전국을 누볐었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가 애매한 '개혁과 통합' 대신 아주 이해하기 쉽게 '정계개편'을 슬로건으로 내걸지 않았던 이유는 뭔지, 뒤늦게사 궁금해진다.

'통합'이 도대체 뭐길래

궁금한 것은 그밖에도 더 있다. 노 대통령의 최근 글과 말에는 통합이라는 말이 자주 나온다. '통합신당, 원칙 없는 대통합'에 나오는 '통합'을 노 대통령의 입장에서 해석하자면 '지역주의에 기대는 정치적 야합' 정도다.

반면 '1988년 제13대 총선 이후 20년 간의 통합주의 운동', '우리당의 정치적 소명인 국민통합과 정치개혁', '제가 대선에서 대표구호로 내걸었던 통합과 개혁' 등의 문구에 등장하는 '통합'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는 지고지선의 지상과제' 정도의 뜻이 될 것 같다.

전자의 통합에 대한 노 대통령의 비판에는 일리가 없지 않다. "청와대가 개혁을 후퇴시켰다"고 비판하던 한 유력 정치인이 민주당을 두고는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개혁정당"이라며 연대의 대상으로 거론하는 모습에서 지역주의 징후 외에 어떤 원칙을 찾아보기 힘든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후자의 '통합'에 대해선 참 이해하기 힘들다.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나 "이 나라에 진보진영만 살고 있냐"는 일갈이 언뜻 떠오르긴 한다. 그밖엔 노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의 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 참여정치평가포럼도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는 지금까지 국민통합에 매진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헷갈리긴 매한가지다.

아마도 호남과 영남 간 지역통합을 의미하는 것이지 않나 짐작해보지만, 이명박 전 시장도 호남의 지지율이 10%를 훌쩍 뛰어넘은 지 오래고 박근혜 전 대표가 호남에 들이는 공도 이미 잘 알려졌다.

노 대통령이 영남 낙선자들을 장관으로, 공기업 고위직으로 중용하는 것이 '통합'인지, 재벌 총수들을 사면할 때 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어휘인 '국민화합과 통합'이 그가 말하고 싶어하는 통합의 본모습인지 도통 모를 일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전자의 통합과 관련해 김근태, 정동영 전 의장을 겨냥한 듯 "당신들이 말하는 통합신당은 무슨 당입니까?"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누가 대신 물어봐줬으면 싶었던 내용인지라 크게 공감이 가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노 대통령이 말하는 '국민통합'은 도대체 뭔지, 그것부터 좀 설명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지우기 힘들다.

'친필 정치'는 자기 자신에게 돌아가는 부메랑

이렇게 이날 노 대통령이 날린 화살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을 향해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그는 인식해야 할 것 같다.

30% 정도의 지지율을 가진 유일한 범여권 정치인 노무현, 그는 지금 자신의 말처럼 좌절하기보다는, 과도하게 그것도 책임지기 힘든 말들을 쏟아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둘러봐야 할 때라는 말이다.

한번만 씹어보면 금방 신 맛인지 쓴 맛인지 알 수 있는데 계속 단 맛이라고 우긴다고 그게 단 맛이 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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