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최고도 사퇴시사…강재섭 '사면초가'

한나라 지도부 '휘청', 내주 초가 고비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자신의 거취문제를 비롯한 당 쇄신방안을 두고 칩거에 들어간 가운데 이재오 최고위원이 27일 "강재섭 대표가 제시하는 당 쇄신 방안을 보고 조만간 향후 거취를 결정할 것"이라고 사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이대로는 국민이 원하는 당의 변화와 개혁을 이룰 수 없으며 현 지도부로는 대선승리가 매우 어렵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실상 자신의 거취를 걸고 강재섭 대표의 사퇴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게다가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이 전날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데 이어 나온 것이어서 강 대표의 대표직 유지 여부는 한층 더 불투명해졌다.
  
  "쇄신안 보고 거취 결정할 것"
  
  자타가 인정하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원내사령탑'인 이 최고위원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그 동안 내가 사퇴할 경우 마치 이명박 전 시장의 캠프가 당을 흔들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 있음을 우려해 왔으며, 심지어 강재섭 대표와 현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을 안정시켜 달라는 캠프의 입장까지 발표한 바 있다"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그러나 오늘 아침 모 일간지에 보도된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으로 한나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더욱 커질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공격했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보도된 한 인터뷰에서 "(행정중심 복합도시법안을 놓고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 막고 싶다'고 했는데, (그런 분과) 같이 유세를 하면 오히려 표가 떨어지지 않았겠느냐"고 이 전 시장을 겨냥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한나라당 '참정치운동본부'의 유석춘 공동본부장도 이날 "한나라당은 반사이익에만 안주하며 오만한 태도로 일관했다"면서 "책임을 통감한다. 능력의 부족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당의 쇄신에 보탬이 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면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도부 책임론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참정치운동본부의 구성을 주도한 강 대표의 입장에서는 신경이 쓰일 만한 대목이다.
  
  유 본부장은 "공천잡음과 선거운동 과정에서 불거진 한나라당의 부패에 국민은 절망했다"며 "유력한 두 대선주자의 원심력 또한 국민들의 심판에 한 몫을 거들었다"며 이 전 시장과 박 전 대표를 함께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 분당 자택에 칩거
  
  한편 강재섭 대표는 서울 염창동 당사나 국회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나경원 대변인은 "강 대표가 경기도 분당 자택에 칩거하며 주말과 휴일 동안 자신의 거취 및 당 쇄신방안 등에 대한 구상에 몰두할 것"이라면서 "심사숙고해 좋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로선 강 대표가 재보선 참패의 후유증을 수습할 당 쇄신안을 패키지로 제시하는 한편 전국위원회에 재신임을 묻는 방안이 유력하다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강 대표의 한 측근은 이날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 대표는 주말까지 칩거하며 구상을 정리해 4월 임시국회를 마친 다음 달 1일쯤 기자회견을 갖고 개혁 프로그램을 비롯한 당 쇄신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면서 "근본적으로 당을 다 바꾸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국민들로부터 '정말 정신을 차렸구나'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의 개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 대표가 발표할 쇄신안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면피용 정도의 수준에 머무를 경우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와 함께 지도부 전체가 붕괴되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박형준 의원도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당장 강 대표보고 사퇴하라는 게 이재오 최고위원의 의중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만일 쇄신안을 두고 이 최고위원이 불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려 사퇴를 하게 된다면 현실적으로 (강재섭 대표가 대표 직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