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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찾아간 KBS 기자들, '눈물의 사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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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유가족 찾아간 KBS 기자들, '눈물의 사죄'

안산 합동분향소 방문…"기사 바꾸겠다 할 수 없는 현실"

“유가족의 목소리를 더 담아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거듭나겠습니다”

한국방송공사(KBS)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내려놓고 안산행 버스에 올랐다. 대형 오보부터 보도 책임자의 실언까지, KBS가 세월호 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마음에 다시금 상처를 낸 데 대한 사죄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다.

▲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이 15일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영정을 향해 참배하는 모습. ⓒ프레시안(서어리)

15일 오전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 50여 명이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검은 양복을 갖춰 입고 가슴에는 노란 리본을 달았다.

침착하게 분향소에 입장한 기자들은 이내 영정을 들여다보며 흐느끼기 시작했다. 헌화와 참배를 마치고도 일부 기자들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기자들이 방명록에 남긴 글은 모두 “죄송하다”라는 내용이었다.

분향소를 나온 기자들 가운데는 이번 사고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에 사인하는 이들도 있었다.

▲ 참배 후 분향소 밖에서 세월호 참사 수습 및 진상규명을 위한 서명운동에 참여하는 KBS 기자협회 소속 기자들. ⓒ프레시안(서어리)

유가족 "거짓 없는 보도, 목숨 걸 수 있나"

기자들은 이후 유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천막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조일수 기자협회 회장만 대표로 갔으나, “모두 다 들어오라”는 유가족들의 말에 50명 전원이 좁은 천막 안으로 들어섰다.

유가족들은 다소 격앙된 모습으로 기자들을 맞이했다. 한 유족은 “여러분을 보는 순간 저는 가슴이 너무 떨린다. 심장이 멈출 것 같다. 사지가 벌벌 떨린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보도 통제’ 여부에 대해 추궁했다.

“취재를 해도 어느 선에서 잘리지 않나. 그래서 자꾸 왜곡된 보도를 내보내는 거 아닌가. 잘렸나, 안 잘렸나“라는 질문에 조 회장은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 없다. 이런 사태와 관련해 잘린 것(보도)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한 치 거짓 없이 보도할 자세라면 환영하지만 만약 그럴 생각이 아니라면 돌아가라”며 강하게 압박했다.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한 김시곤 전 보도국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가족들은 김 전 보도국장이 ‘전보 발령’된 데 대해 “(KBS를) 떠난 게 아니지 않나. 도피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이에 조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총회를 열었다. 조만간 다시 자리를 만들어서 KBS의 문제가 뭔지 논의해 회사에 (바꿀 것을) 요구하겠다. 안 되면 저희는 바로 일손을 놓고서라도 해결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가족들은 “여기 오신 기자들이 목숨을 걸고 왔다고 생각하는데, 믿어도 되는 거냐”며 기자들의 변화 의지를 재차 확인했다.

유경근 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 대변인은 “우리 아이들 앞에 와주셔서 우선 감사하다. 그렇지만 감사합니다고 말할 수 없는 게 솔직한 심정일 것”이라며 “마음 속으로 응원 보낼 테니 좋은 모습 보이도록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

조 회장은 “제대로 된 보도를 보여드릴 때까지는 (유가족들이) 사과를 받아주셨다고 생각하지 않겠다”며 “가족분들의 심정을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오늘 들은 말씀을 앞으로 남은 기자 생활 동안 꼭 기억하고 마음에 담아두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기사 바꾸겠다는 약속, 할 수 없다"

유족들과 대화를 마친 뒤 걸어나가는 기자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침통한 표정이었다.

A 기자는 “할 말이 뭐가 있겠느냐. 그저 부끄러울 따름”이라며 말을 아꼈다. B 기자는 “마음이 너무 무겁다. 그동안 우리가 잘못했던 점들이 있기 때문에 말씀드리려고 조용히 왔고, 조금이나마 우리의 마음이 유가족분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10년 이상 중견급 C 기자는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잇지 못했다.

“기사가 변하지 않는 이상은… 기사를 확실히 바꾸겠다는 약속을 할 수 없다. 입에 발린 얘기밖에는…”

‘변화해달라’는 유가족들의 바람이 이뤄지기엔 사내 환경이 따라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보도 통제 등 사태에 책임지고 길환영 사장이 물러나라는 사내 대다수 구성원들의 요구에도 회사는 묵묵무답이다. C 기자는 눈물을 머금은 채 다시 서울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KBS 기자들이 분향소 방명록에 남긴 글. ⓒ프레시안(서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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