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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인문의 풍경, 한강에서 출발하다

6월 인문의 풍경학교 개교

세월호에서 돌아오지 못한 분들과 유족들에게 깊이 사죄합니다. 어이없고 기막힌 이 나라를 더 이상 방관하지 말고 혁파할 것을 함께 다짐합니다.

나만의 인문학적 감성과 기록을 영상으로 담아보려는 <인문의풍경학교>가 오는 6월 개교합니다. 교장선생님은 길 위의 인문학자 겸 사진가인 이지누 선생님입니다. 인문의풍경학교에서 기획한 1차 작업은 <한강프로젝트>입니다. 교장선생님은 <인문의풍경학교를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상원사 Ⓒ이지누

내가 생각하는 풍경의 완성은 사람이다. 그렇다면 인문의 풍경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눈에 보이는 자연의 풍경 속으로 사람의 흔적이 자연의 풍경과 어우러져 빚어놓은 또 하나의 풍경을 말한다. 그러한 풍경은 눈에 쉽게 보이기도 할 테지만 더러는 집요하게 파고들어야 겨우 그 형체를 드러내는 풍경이기도 하다.

가령 내가 생각하는 강에는 반드시 물만 흐르지 않는다. 강에는 사람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강 주변의 자연환경이 아름답거나 척박하거나 상관없이 그 곁에서 살아간 수많은 사람들은 그들이 처한 환경 속에서의 생존과 생활을 위한 흔적들이 인문환경들을 빚었으며, 그러한 것들 하나하나가 물굽이마다 쌓여 강에서만 만날 수 있는 독특한 문화들이 형성되었다고 믿는다. 그러한 문화들 중 눈에 띄게 드러나 있지 않은 것들도 많을 것이다.

비록 그것이 시각화가 될 수 없어 글로만 기록이 가능하다 하더라도 나는 그것을 풍경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20여 년 동안 기록해 왔다. 그 경험으로 그러한 것들이 반드시 시각이미지만으로 기록되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가지는 것은 아니다. 시나 소설, 그림이나 춤, 음악과 같은 모든 장르의 예술로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한때 집안의 재산목록에 들 만큼 귀한 것이었지만 이제는 누구나 가지게 된 사진기를 통하여 기록을 하려 한다. 사진은 말하기의 또 다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참가하는 사람들은 전문가여도 좋고 그렇지 않아도 좋다. 사진 찍기를 즐기고, 걷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20여 분 남짓 넌지시 바라보는 새벽 풍경을 위하여 밤새 산을 오를 수 있고, 굽이치는 물줄기를 보려 높은 곳에 오르기를 마다하지 않을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좋다. 사진기도 자신의 형편대로면 된다. 비싼 만년필을 가졌다고 결코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다. 사진기 또한 마찬가지다.

▲염불암 Ⓒ이지누

인문의 풍경은 사람을 믿는 학교다. 그러므로 당연히 사진도 사람이 찍을 뿐 비싼 사진기에 주눅이 들 필요도 없고, 더구나 자랑할 까닭도 없다. 또 반드시 사진과 글이라는 폐쇄성을 가지지는 않는다. 제각각 자기 나름의 언어와 표현방식으로 한강을 기록하고자 하는 사람들도 환영한다. 한 해 동안 작업을 하여 전시회나 출판 또는 공연과 같이 발표하는 자리도 만들 예정이며, 이는 여태 이루어져 왔던 참가자들의 수동적인 답사 행태에서 보다 능동적인 답사의 행태를 변화를 꾀하는 것이기도 하다.

보다 많은 장르의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방식으로 한강을 기록하고 표현하여 보다 풍성한 기록물들이 넘쳐나는 <인문의 풍경, 한강을 기록하다> 프로젝트가 완성되기를 기대한다.

▲한강 발원지 우통수 Ⓒ이지누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사진을 찍기 시작했으며, 1990년, 화가 17명과 공동으로 ‘경의선모임’을 조직하여 서울역에서 문산까지 이어지던 경의선의 24시간을 기록한 <분단풍경>을 시작으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91년에는 당시의 시위 현장을 촬영하여 개인전을 치른 <원천봉쇄>를, 1992년에는 교육 현장 사진집인 <멈춘 학교, 달리는 아이들>을 기획하여 전시와 출판을 하였고, 1993년에는 ‘현실문화연구’를 조직, 그 첫 번째 작업인 <압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의 전시와 출판을 하였습니다.

그후 전시를 멀리하고 출판에 몰두하면서 사진과 출판 그리고 사진과 인문학과의 관계에 대하여 고민하며 한국인을 포함한 문화 전반에 걸친 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많은 사진작가들이 전시를 염두에 두고 다양한 시각으로 작업을 하는 사진판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행보입니다. 이는 일반 대중들이 사진을 접하는 시간이 전시보다 출판물이 월등히 많은 현실상황에서 보다 긴말하게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그만의 독특한 작업 방식입니다.

1990년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한 후, 94년에는 한강, 95년부터 98년까지는 DMZ지역에 대한 작업을 하였으며, 각종 월간지와 주간지 그리고 일간지에까지 연재를 하며 사진과 글의 방법과 관계를 모색하던 중 2000년에는 계간 <디새집>을 창간하여 편집인으로서 그 동안의 공부를 실험해보기도 하였습니다.

▲금강연과 월정사 Ⓒ이지누

그후, 2004년부터 05년까지는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폐사지와 마애불 같은 불교문화유산에 대한 작업, 2005~06년에는 <한겨레신문>에 민중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 또 같은 해 <경향신문>에는 1994년 이후 다시 한강에 대한 작업을 1년에 걸쳐 연재하였습니다.

그 동안 직접 기획하여 공동 작업으로 출판한 책은 끊어진 경의선을 잇자는 ‘경의선모임’을 만들어 경의선의 24시간을 촬영한 <분단풍경, 1991 눈빛>, 전교조 교사들이 직접 촬영한 학교 안 모습인 <멈춘 학교, 달리는 아이들, 1992 눈빛>, 신인류나 오렌지족으로 대변되던 20세기 말 강남의 문화풍경을 분석하고 시각이미지로 작업한 <입구정동 유토피아, 디스토피아, 현실문화연구 1993>이 있습니다.

또 1991년의 시대상황을 촬영한 <원천봉쇄, 1991 눈빛>, 전라북도 변산에 대한 기행산문집인 <우연히 만나 처음 사귄 풍경, 2005 샘터>, 작가가 어린 시절 살았던 한옥에 대한 가벼운 인문학적 에세이인 <이지누의 집 이야기, 2006 삼인>, 전국에 흩어져 있는 폐사지에 대한 인문학적 작업인 <절터, 그 아름다운 만행. 2006 호미>, 일제강점기의 지식인들이 남긴 기행문들을 요사이 말로 고쳐 쓴 <잃어버린 풍경 2권, 2007 호미>, 날마다 고전을 읽고 그 느낌을 쓰는 독서일기인 <관독일기, 2008 호미>, 시골 촌로의 삶을 사진과 글로 채록한 <할배한테 찔레꽃 향기가 나네, 2008 호미>가 잇습니다.

지지난해부터 전라남도의 폐사지 기행문인 <마음과 짝하지 마라, 자칫 그에게 속으리니, 2012 알마>, 전라북도의 폐사지 기행문인 <돌들이 끄덕였는가, 꽃들이 흔들렸다네, 2012 알마>, 충청도 폐사지에 대한 기행문인 <나와 같다고 옳고, 다르면 그른 것인가, 2013 알마>와 같은 저서를 내고 있습니다. 현재 폐사지학교 교장선생님도 맡고 계십니다.

▲월정사 부도밭 Ⓒ이지누

인문의풍경학교 1차 작업은 <한강프로젝트>이고 제1강은 <한강의 발원지를 찾다>로부터 시작합니다.

한강의 발원지는 지리학적인 발원지와 인문학적인 발원지 두 곳으로 나뉘어 탐사하며 촬영합니다. 그 두 곳은 고려 말부터 조선시대에 한강의 발원지로 알려져 온 오대산의 우통수라는 작은 샘과 현대에 이르러 지리적인 조건을 충족하여 발원지로 인정받은 태백의 금대봉 검용소입니다. 두 곳에서 흐르기 시작한 물줄기는 정선군 북편명 나전리에 이르러 서로 만나게 됩니다.

우통수→오대천→나전(조양강)
검용소→골지천→아우라지→나전(조양강)

어느 곳 하나 소홀히 할 수 있는 곳들은 아니므로 두 곳을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합니다.

[예고]
제1강 오대산 우통수 2014년 6월 13(금, 저녁)~14(토)일
제2강 금대봉 검용소 2014년 7월 11(금, 저녁)~12(토)일

▲오대천과 월정사 Ⓒ이지누

교장선생님은 제1강을 열며 이렇게 말합니다.

한강 물줄기는 독특한 문화현상을 일궈놓았다. 오대산 지역에는 불교문화권을 형성했으며, 산을 빠져 나가 오대천을 이루다가 정선에서 골지천과 만나 조양강이 되면서 동강으로 영월에 이르기까지는 뗏목으로 대변되는 민중들의 삶이 강물에 녹아들었다. 또 영월로부터 단양까지는 민중문화와 사대부문화가 서로 어우러지기 시작하여 단양에 이르면 그 절정을 보인다. 빼어난 풍경도 그 이유이지만 강물이 죽령을 넘어 경상도로 오가던 사대부들과 만났기 때문이다.

그곳에서부터 충주까지는 은둔한 사대부들의 흔적이 강하게 남았고 충주에 이르면 강을 사이에 두고 삼국이 다투던 흔적은 물론 경상도의 조령을 넘어 온 물산이나 강원도로부터 모여든 세금이나 화물들이 모였다가 흩어지는 하항(河港)으로서 기능을 했던 흔적도 찾아 볼 수 있다. 충주로부터 여주, 양평에 이어지는 강가에는 고려시대의 불교문화가 강을 따라 펼쳐졌고, 수많은 사대부들이 강가에 별장을 지었던 이야기들이 무수히 많이 남았으니 그것은 두물머리나 한양 일대도 마찬가지다. 또 한강이 임진강과 만나 서해바다로 흘러가는 김포 일대는 분단으로 인한 상처가 고스란히 남아 있어 고대사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의 희로애락이 모두 녹아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러한 한강의 발원지는 한 곳이 아니다. 두 곳이다. 모든 강물의 시작은 한 곳이건만 한강의 발원지가 두 곳이라니 의아하다. 그것은 관점의 차이 때문이다.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1987년 국립지리원에서 물길의 길이를 측정한 결과 금대봉 아래인 태백시 창죽동 산 1-1번지의 검용소(儉龍沼)가 발원지로 인정되었다. 그러나 문화적 관점에서 보자면 평창군 오대산의 서대에 있는 작은 샘인 우통수로 보는 것이 옳다. 우통수의 존재를 처음 기록으로 남긴 것은 <삼국유사>이며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만들어진 지리서나 문인들의 시와 기문에도 우통수를 한강이 시작되는 샘으로 말하고 있다.

더구나 <세종실록지리지>에서는 오대산 월정사 옆 금강연에서 지방관이 주재하여 해마다 가을이면 한강대제를 올렸다. 그곳에서 제를 지낸 까닭은 우통수의 물이 내려와 그윽하게 고여 못으로 바뀌는 금강연이 한강이 시작되는 곳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 우통수와 샘 곁에 있는 암자인 서대 염불암을 찾아간다. 염불암은 보기 힘든 너와로 지붕을 이었으며, 오로지 걸어서 갈 수 있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몇 안 되는 암자에 속한다. 또 1695년 삼연 김창흡이 오대산을 유람하고 남긴 글인 <오대산기> 속에 나타나는 금강대나 신성굴 그리고 학담이나 사미대와 같은 오대천의 숨은 현장들에 대한 이야기들도 찾아간다.

*자세한 자료집은 참가하시는 분들에게 현장에서 나눠 드립니다.

▲월정사 전나무숲1 Ⓒ이지누

제1강 <오대산 우통수>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6월 13일 금요일>
20:00 서울 출발(금요일 저녁 출발합니다. 19시 50분까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옆 공영주차장에서 <인문의풍경학교> 버스에 탑승바랍니다. 저녁식사는 제공되지 않습니다. 답사 일정은 현지 사정에 따라 일부 조정될 수 있습니다.) 제1강 여는 모임
23:00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도착. 숙소 배정 취침(다인실)

<6월 14일 토요일>
진부(아침식사 후 06시 30분 출발)→(버스 이동)→상원사→우통수→염불암→상원사→학담(점심식사 : 김밥 혹은 도시락)→부도밭→금강연→월정사→전나무숲→오대동문→(버스 이동)→서울(20:30 도착 예정)

▲인문의풍경학교 제1강 탐사로 Ⓒ인문의풍경학교

*상원사부터 월정사까지 오대산 속에서 하루종일 걷는 일정입니다. 현지 사정에 따라 일정이 조정될 수 있습니다.

진부에서 상원사까지는 자동차로 이동하고 상원사에서부터 걷기 시작합니다. 상원사에서 우통수와 염불암까지 오르는 길은 가파른 산길 20분을 오르고 난 뒤 원만한 산길 30분 남짓한 거리를 더 올라야 합니다. 너와지붕을 하고 있는 염불암은 오대산의 서대에 해당하며 암자와 우통수는 서로 50m 남짓 떨어져 있는 같은 장소입니다. 그곳에서 한 시간 정도 머물렀다가 상원사로 되돌아 내려와 오대천을 따라 월정사까지 걸어 내려오며 촬영합니다. 그 길은 <선재길>이라는 이름의 소문난 걷기길입니다. 월정사까지 대략 11km 남짓입니다.

<인문의 풍경–한강을 기록하다>는 걷는 것이 목적이 아닙니다. 촬영을 하거나 사람들이 남겨놓은 흔적을 샅샅이 톺아보기 위하여 걷는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더디 걸립니다. 그래서 트레킹만을 목적으로 하는 분들은 아쉽지만 사양합니다.

압구정동에서 출발하는 버스 안에서 1시간 남짓 인문의풍경학교와 <한강프로젝트>에 대한 교장선생님의 입문적인 강의가 있습니다.

▲월정사 전나무숲2 Ⓒ이지누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걷기 편한 차림(가벼운 등산복/배낭/등산화/모자, 풀숲에선 반드시 긴 바지), 스틱, 무릎보호대, 식수, 윈드재킷, 우비, 먼지방지마스크, 따뜻한 여벌옷,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멀미약,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삼각대 있는 분들은 가능하면 지참하세요. 없는 분들은 형편 봐가면서 장만하면 됩니다. 사진 장비는 갖고 있는 대로 시작하세요. 해보면서 교장선생님과 상의해서 구입하든지 하면 되니까 무리하게 장만할 필요는 없습니다. 선 시작 후 장만^^

인문의풍경학교 제1강 참가비는 18만원입니다(왕복교통비, 숙박비, 입장료, 식사비, 강의비, 운영비 등 포함). 참가 신청과 문의는 인문학습원 www.huschool.com 문의는 전화 050-5609-5609 이메일 master@huschool.com으로 해주세요. 인문의풍경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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