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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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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통일의 파트너로 보지 않는 박근혜

[한반도 브리핑] 헤이그, 드레스덴, 워싱턴의 공통점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은 헤이그에서 열린 한미일 3자정상회담에 참가했고, 드레스덴에서는 대북 ‘3대 제안’을 내놓았다. 또 최근 워싱턴에서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회동했다. 이 모든 회의에서 ‘북’은 주요의제였지만, 정작 그 논의의 참가자는 아니었다. ‘북문제’를 논의하면서 정작 당사자의 하나인 북은 배제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은 이 모순을 극적으로 보여준다. △남북 주민의 인도적 문제 우선 해결 △남북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구축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 등 대북 ‘3대제안’은 모두 북과의 교류를 상정한다. 하지만 정작 그 제안을 ‘북한 당국’에 하면서도 독일에 있는 드레스덴 공대에 북측 인사는 없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에 이러한 제안을 직접 전달하지도 않은 것으로 보인다.

▲ 독일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지난 3월 28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수여한 이후 가진 강연자리에서 인도적 지원과 경제협력 등을 골자로 한 3대 대북 지원을 발표했다. ⓒAP=연합뉴스

그 차이는 2000년 김대중 대통령의 베를린 선언과 비교할 때 두드러진다. 2000년 3월 10일 독일을 방문한 김대중 대통령은 “우리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이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는 준비가 돼있다”며 한반도 냉전구조 해체와 항구적인 평화 및 남북 간 화해·협력을 위한 ‘베를린 선언’을 발표했다. 정부는 김 대통령의 이날 선언에 앞서 8일 판문점을 통해 북측에 선언요지를 전달했으며 주한 미·일 대사에게도 선언 내용을 통보했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이 선언은 3개월 뒤 남북정상회담으로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에서 대북 제안을 하되, 그 상대인 북을 대상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에서 그 이유를 유추할 수 있다. 그는 ‘최근 외신보도’를 인용하며 “경제난 속에 부모를 잃은 아이들은 거리에 방치되어 있었고, 추위 속에서 배고픔을 견뎌내고 있었”다고 발언했다. 서울로 돌아온 후 7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는 북한의 ‘내부불안’을 직접 언급했다. 북이 경제적으로는 먹고 살기도 힘들 정도로 궁핍하고, 정치적으로는 불안정하다는 인식이 여실히 녹아있다.

뿐만 아니라 북 정권이 잘못된 정책을 취해 이런 결과를 초래했으므로 그 정책을 바꾸도록 하겠다는 의지도 사뭇 강하다. 박 대통령은 드레스덴 연설에서 “핵을 포기하여 진정 북한 주민들의 삶을 돌보기 바란다”고 공개적으로 권고했다. 그 연설 전 3월 26일(현지시각) 방영된 독일 공영방송 ARD와의 인터뷰에서는 핵무기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루겠다는 병진 노선이 도저히 이룰 수 없는 불가능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하겠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작년 5월 방미 당시에도 ‘병진노선’은 불가능한 목표라고 공언한 바 있다.

북은 남이 베푸는 시혜의 대상이고 훈계의 대상이다. 행동의 주체는 한국이고, 북은 철저히 ‘대상화’되어 있다. 대화의 상대, 협력의 파트너가 아닌 것이다. 설사 못 살고 불안정한 ‘북한정권’이라도 이러한 대접을 받아들일까? 혹시라도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고, 핵군사력도 강화되고 있다면 어떨까?

오늘도 북의 우라늄 농축 시설은 돌아가고 있고, 공장에서는 ‘사회주의 경쟁’이 번지고 있다. 한미연합군사훈련 기간 중 ‘침략소동’에 긴장하여 포탄과 미사일 발사로 바쁠 줄 알았던 북 지휘관들은 뜻밖에도 백두산 지구에서 ‘혁명전적지’ 답사 행군을 하고 있었다.

북은 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정은 제1위원장을 재추대하고, 그의 측근 최룡해와 김원홍 등 소장파 실세를 국방위원회에 전진 배치했다.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 등 원로는 유임됐다. 일부 소식통이 ‘장성택 라인’으로 분류해 숙청설이 돌았던 리수용은 외무상으로 승진했다.

CIA와 국방부 및 국무부 내의 정보부 등 16개 정보기구의 정보분석을 총괄하는 연례보고서인 <미국 정보사회의 세계위협분석>은 “북의 권좌를 차지한 지 2년이 지난 김정은은 유일지도자와 최고결정권자로서의 지위를 더욱 공고화했다”고 평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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