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란도 B' - 어쩌면 이게 쌍용차가 조만간 내놓을 신차(개발명 X-100)의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만일 사실이라면 기가 막힌 이름이다. 기존 쌍용차의 대표 모델이자 브랜드 역할을 했던 '코란도'에다, 자동차 마니아라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B'라는 상징적 코드를 넣었으니 말이다.
2008년 세계 경제 위기 이후 호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소비자들은 소형차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글로벌 메이커들은 너도나도 소형차 개발에 열을 올렸다. 그동안 소형차 개발에 강점을 갖고 있었던 현대기아차와 한국GM의 역할이 눈에 띄게 높아진 시기가 바로 2008~2010년 시기였다.
그러나 2011년 이후에는 아주 더디긴 하지만 경기가 회복되는 듯한 국면이 시작되었다. 소비자들은 점차 실용적인 SUV나 캠핑카 같은 다목적 차량(MPV)을 선호하게 되었다. 그러나 주머니 사정이 충분히 좋아지지는 않은 관계로 소형 SUV가 주목을 끌게 된다.
그래서 2012년 이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연간 30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 분야가 바로 'B-세그먼트 SUV'이다. 세그먼트는 차량의 크기, 엔진 배기량 등을 고려한 구분 기준인데, 보통 A-세그먼트는 경차, B-세그먼트는 소형차, C-세그먼트는 준중형, D-세그먼트는 중대형 등으로 이해하면 쉽다.
보통 SUV라고 하면 최소한 C-세그먼트 이상급에서 만드는 것이 상식이었는데, 세계 경제 위기는 완성차 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점차 차량 크기와 엔진 배기량을 낮추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중요한 추세로 등장한 것이다.
한국 시장에서도 이미 B-세그먼트 SUV가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하고 있다. 맨 먼저 출시된 차량은 한국GM에서 생산되는 쉐보레 트랙스이다. 그다음은 지난 연말에 깜짝 데뷔를 했던 르노의 캡처(Captur)인데, 한국에 출시될 때엔 'QM3'라는 이름으로 나왔다. 두 차량 모두 디젤 엔진을 적용할 때 배기량 1.6~1.7리터급 엔진이 장착된다.
아마 그 다음 차례가 바로 쌍용차의 X-100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코란도 B'라는 이름을 붙이게 되면, 차량 마니아들은 "아, 이 차가 바로 쌍용차가 만드는 B-세그먼트 SUV로군!" 이렇게 쉽게 이해하게 된다. 우연의 일치일지 모르지만 이미 출시된 '코란도 C'는 C-세그먼트에서 만들어진 차량이므로 절묘하게 차량 이름에 질서가 생기는 효과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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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만 믿어서는 큰코다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코란도 B'로 검색하면 의미 있는 내용이 나오지 않는다. 그럼 <인사이드 경제>가 쌍용차를 위해 작명을 해준 것이냐고? 필자는 그런 영역엔 재능이 없다. 다만, 쌍용차와 관련한 소식을 어디에서 찾아야 최신 정보를 접할 수 있는가를 알고 있을 뿐이다. 그게 어디냐고? 바로 외신 뉴스들이다. 글로벌 자동차 업계 소식을 전하는 'just-auto'에서는 이미 X-100을 'Korando B'라고 호칭하는 뉴스를 몇 개 검색할 수 있다.
안타까운 얘기지만 쌍용차와 관련한 정확한 정보를 얻으려면, 국내 뉴스만 봐서는 곤란하다. 워낙 낚시질하는 기사들도 많고, 회사가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는 기사들도 많기 때문이다. 특히 모기업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의 전략과 연동된 지점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그 경우에는 인도 현지 언론 기사들도 참조해볼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방문 기간 중 마힌드라 회장과 만난 직후 쏟아진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1조 원 투자할 계획"이라는 기사들 아니었던가. 당시에는 청와대까지 나서서 오보 양산에 동참하기까지 했다. 마힌드라 그룹과 쌍용차 회사 측도 사실이 아니라고 부정하는데, 한국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은 무조건 '마힌드라 찬양가'를 불러댔다.
사실 이유일 사장이나 마힌드라의 파완 고엔카 사장의 얘기를 구체적으로 들어보면, 동의 여부를 떠나 저 사람들이 뭘 얘기하고 싶어 하는지를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은 편이다. 노동자들에게 적대적일지언정, 최소한 오해의 소지는 없도록 얘기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들의 입을 통해 들을 수 있는 얘기의 총량이 워낙 작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래서 한국 정치권과 언론들이 하는 얘기들은 검증에 검증을 해봐야 한다. 자본가들이 하는 얘기가 워낙 짧기 때문에 오해를 양산하는 측면도 있고, 마힌드라와 쌍용차에 대해 충분한 조사 없이 '듣는 말'만 가지고 자기 편한 식의 이해만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 "거지 근성 없다" … 자력으로 미국 진출
쌍용차 "이미지 쇄신 위해 사명·로고 변경 계획 중"
예를 들어 위와 같은 내용의 기사들이 제네바 모터쇼가 열리던 3월 초에 집중적으로 보도된 바 있다. 겉으로만 보면 쌍용차 이유일 사장이 마치 "모기업에 구걸하지 않겠다"는 강한 인상을 풍긴 것처럼 보인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르노 그룹의 제롬 스톨 부회장이 르노삼성의 독립성을 부정하는 인터뷰를 했던 것과 대비되며, 이유일 사장은 단박에 '한국 제조업의 자존심'처럼 부각되기까지 했다.
그러나 모기업이 위치해 있는 인도 현지 언론들의 반응을 보면 좀 다르다. 이를테면 <인도 타임즈(Times of India)>가 3월 5일자로 제네바 모터쇼와 관련해 내놓은 기사 제목은 "M&M to piggyback on Ssangyong to the US" 즉 "마힌드라 그룹이 쌍용차의 등에 업혀(piggyback) 미국으로 진출한다"는 것이었다.
기사 내용 역시 제목과 비슷하다. 마힌드라가 직접 미국에 진출하고 싶었으나, 픽업트럭 출시 관련 소송에 휘말려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쌍용차'를 앞세워 진출한다는 것이다. <인도 타임즈>는 직접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을 인터뷰한 내용도 실었다.
"우리는 쌍용차와 함께 미국으로 진출할 것입니다. 한국 브랜드는 미국에서도 잘해낼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는 쌍용차를 통해 배운 모든 교훈들을 따라갈 것입니다. (We will go to the US with Ssangyong. The Korean brand will socialize well in the US. We will route all the lessons we've learnt through Ssangyong.)"
아울러 <인도 타임즈>는 파완 고엔카 사장도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했다.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등에 업혀 미국으로 진출하게 된다면,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투자를 통해 든든하게 실탄을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하자 고엔카 사장은 이메일로 이렇게 답변한다.
"쌍용차의 미국 진출 계획은 이제 초기 단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투자 관련 얘기를 하는 것은 너무 이른 감이 있네요. (Ssangyong's US plans are in very early stage yet. It is too soon to make any comments on investments.)"
마힌드라의 필요에 따른 미국 진출과 사명(CI) 변경
그런데 인터뷰 내용에 이어 기자가 추가하는 기사 내용을 보면, 이유일 사장이 한 얘기와는 좀 다른 내용을 쏟아낸다.
"쌍용차 최고 경영진들이 이미 발표한 바 있는 10억 달러 투자와 별도로, 마힌드라 그룹이 직접 투자를 더 하게 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했다. 쌍용차는 신차 개발을 위해 내부 수익금을 통해 향후 4년 동안 매년 1억8700만 달러 내지 2억8000만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그 계획에는 현재 개발 중인 X100 프로젝트도 포함되어 있다. (However, industry sources claim that M&M may pump in fresh investments over and above the $1 billion that Ssangyong's top management has already announced. The Korean company is planning to pump in $187-280 million per year for four years from its own internal accruals to develop new models. That includes the X100 which is currently under development.)"
위 내용은 꽤 신빙성이 있다. 일단 '향후 1조 원 투자 계획'의 주체가 마힌드라가 아니라 쌍용차임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그 외에 별도로 마힌드라의 직접 투자가 있을 것임을 시사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기사 전반의 내용을 봤을 때에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마힌드라가 미국에서 걸려 있는 소송 문제 때문에 직접 진출하지 못하고 쌍용차를 대신 내세우는 것이기에, 미국 진출에 따르는 일정한 위험 부담은 마힌드라가 책임져줘야 하는 대목이 있기 때문이다.
쌍용차가 예뻐서 지원해준다는 얘기가 아니다. 마힌드라가 글로벌 종합 자동차 회사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만일 자회사인 쌍용차가 이번에 미국에 진출하는 데 실패할 경우 엄청난 장애물이 생기기 때문이다. 쌍용차의 미국 진출 성공은 마힌드라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절대로 실패해선 안 되는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그냥 쌍용차가 알아서 투자하라고 내버려둘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쌍용차가 1000억 가까운 돈을 들여서 진행한다는 사명(CI) 변경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이유일 사장이 이곳저곳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쌍용차가 사명 변경을 추진하는 이유를 종합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다.
▲ 그동안 7번 주인이 바뀌는 등 '망하는 회사' 이미지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 '쌍용'에는 해고와 파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 더블 에스(SS)가 맨 앞에 있는 등 외국인들이 발음하기 어렵고 중국 브랜드 냄새가 난다. ▲ 쌍용차의 엠블렘이 유럽 오펠의 그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인도 현지 언론에 등장하는 사명 변경의 이유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이다. 그래서 사실상 모기업인 마힌드라가 쌍용차의 사명 변경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이유로 사명 변경이 추진되는 것이라 보도되고 있다. 이 얘기 역시 설득력이 꽤 있는데, 왜냐하면 현재 걸려 있는 소송 문제로 인해 마힌드라가 자기 이름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마힌드라는 현재 자신의 이름과 브랜드로 미국에서 트랙터 등 농기계를 생산하고 있다. 하지만 승용차 사업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다. 농기계 브랜드로 승용차 사업에 진출한다는 것이 얼마나 우습게 보이겠는가. 그렇다면 자회사인 쌍용차를 통해 진출하는 길밖에 없다. 한데 '쌍용'이라는 이름이 미국인들 입장에서 부르기도 어렵고 중국 브랜드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글로벌 종합 자동차 회사라면 미국·중국·유럽 3개의 시장에서 점수를 내야만 한다. 그런데 중국이나 유럽 시장의 경우 '쌍용'이라는 브랜드로 승부를 보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 유럽의 경우 주인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오래전부터 쌍용차가 판매 법인을 운영해 왔기에, 유럽인들에게 '쌍용'이라는 브랜드는 낯설지 않다. 브랜드 이름에서 중국 냄새가 난다면 중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성공 요인이 된다.
'쌍용'이라는 명칭에서 7번 망한 회사, 해고와 파업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것은, 사명 변경의 이유로는 적절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름 몇 글자 바꾼다고 이미지가 바뀌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3년 전에 '대우'라는 명칭을 떼어버리고, 과거 대우차 시절의 차량 이름도 모조리 바꾸면서 '쉐보레' 브랜드를 도입한 한국GM의 사례를 보자. 비록 마티즈, 젠트라, 라세티 대신 스파크, 아베오, 크루즈라는 이름을 쓰지만, 한국GM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여전히 '대우차' 이미지를 떠올리지 않던가.
오히려 이런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에는 '해고자 복직'만큼 쉬운 특효약이 없다. 조계종에서도 "해고자가 만든 첫 차를 사겠다"고 얘기하는 마당에, 지난 5년 가까이 고통과 설움이 북받쳐 오르는 '쌍용차 정리해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수천억을 주고도 살 수 없는 한국인들의 '마음'을 얻는 방법 아니겠는가!
이런 문제는 외면한 채 무려 1000억이나 들여서 사명 변경에 나서고, 거기에 들어가는 자금과 미국 진출에 필요한 투자비 일부를 마힌드라가 대야 하지 않겠냐는 얘기에는 '거지 근성' 운운하며 발끈하는 태도가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인다.
주로 마힌드라의 필요에 봉사하는 신차와 엔진 개발
위 그림은 인도에서 마힌드라 그룹이 발행하는 잡지 "Mahindra Everyday"의 2013년 제2호(하반기)이다. 아마 상·하반기에 각각 발행되는 것으로 보이는데, 2013년 제2호의 커버스토리 제목은 "Ssangyong : U turn" 즉 쌍용차의 부활을 특집으로 다루고 있다.
그중 위의 부분은 파완 고엔카 사장에게 쌍용차 부활에 대한 의미를 묻는 인터뷰를 진행한 것이다. 마지막에서 두 번째 질문은 "쌍용차와 마힌드라 사이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만족하는가"인데, 고엔카 사장은 "엔진과 차량 플랫폼 작업을 공동으로 하고 있어서 특히 기쁘다"는 답을 한다.
아니? 엔진과 차량 플랫폼 작업을 공동으로 하다니? 사실이다. 이미 외신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사실을 꾸준히 보도해 왔다. 오직 입을 다물거나 무관심했던 것은 한국 언론들뿐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6개의 엔진을 공동 개발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1990년대 초반 메르세데스-벤츠와 협약을 맺어 이 독일 그룹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차 개발을 해왔던 쌍용차는, 이제 1.5리터와 1.6리터 배기량 엔진을 포함해 많은 신형 엔진을 자체 개발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
마힌드라&마힌드라가 쌍용차와 합작해 가솔린 엔진 개발에 나선다. (Cartrade.com)
"현재 배기량 1~1.6리터 사이 가솔린과 디젤 기반 총 6개의 엔진을 쌍용차와 함께 개발 중이며, 향후 출시 계획인 신차들에 적용할 예정이다." 자동차 소싱 문제는 대부분 규모의 경제 문제를 파생시킨다. 만일 마힌드라가 자체적으로 6개의 엔진 플랫폼 개발을 하고 있다면, 회사는 연간 8만 대까지 생산량을 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코노믹 타임즈>)
엔진 기술은 실제로 상하이차가 쌍용차에서 가장 탐냈던 기술이었다는 점에서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게다가 마힌드라가 쌍용차와 합작 개발한다는 이들 신형 엔진의 면면을 보라.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배기량이 1.2~1.6리터 사이의 엔진들이라는데, 현재 쌍용차에서 생산되는 차량 중에서 가장 배기량이 낮은 엔진이 적용되는 것이 뉴코란도C와 렉스턴W에 들어가는 2.0리터 디젤 엔진이다.
조만간 출시될 X-100의 경우 1.6리터 디젤 엔진이 장착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럼 도대체 1.6리터 디젤 엔진을 제외한 나머지 엔진은 왜 개발하는 것일까? 그렇다. 앞에서 미국 진출과 사명 변경 이유가 마힌드라의 필요 때문이었듯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형 엔진 개발 프로젝트 대부분에서도 마힌드라를 위해서 쌍용차의 기술력이 동원되고 있다.
인도 현지 생산, 현지 판매를 위한 신차와 엔진들
마치 한국에서 경차에 대해 세금 감면을 비롯한 각종 혜택을 주는 것처럼, 인도에도 이와 유사한 제도가 있다. 전장 길이 4미터 미만의 차량에 대해 소비세를 상당히 감면해준다. 다른 차량에 대해서는 30퍼센트에 가까운 무거운 소비세가 붙는 반면, 전장 길이 4미터 미만의 차에는 단 10퍼센트만 붙게 된다.
한국의 경차 기준에도 엔진 배기량이 적용되는 것처럼, 인도에서도 전장 길이만이 아니라 엔진 배기량이 일정 수준 이하여야 세금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그 기준이 얼마일까? 가솔린 엔진의 경우 1.2리터, 디젤 엔진의 경우 1.5리터 이하여야 한다.
그렇다면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가?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합작 개발한다는 1.2~1.6리터 엔진 6종은 아마도 각각 1.2리터, 1.5리터, 1.6리터 배기량의 가솔린과 디젤 엔진일 것이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1.6리터 디젤 엔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마힌드라 차량을 위한 것이지 쌍용차 라인업과는 관련 없는 엔진들이다.
그럼 1.2~1.5리터 엔진들은 어디에 탑재되는 것일까? 그게 바로 마힌드라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내놓을 계획인 'S101'이란 차량이다. 이 차량이 바로 전장 길이 4미터 미만에서 가솔린 1.2리터, 디젤 1.6리터 엔진이 적용되는 차량이다.
그런데 이 차량은 매우 흥미로운 배경을 갖고 있다. 인도 최대의 자동차 포털 사이트인 'Cardekho.com'을 방문해 보면, 이 차량의 이름이 '마힌드라 쌍용 S101'이라 소개되어 있다. '마힌드라 쌍용'이라는 이름을 사용한다는 것은, 이 차량 개발에 쌍용차가 상당 부분 기여했다는 점을 짐작하게 해준다. (현재 한국에서 CKD 수출되어 인도 현지에서 최종 조립되는 렉스턴이 '마힌드라 쌍용'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인도 현지 언론들 대부분도 이 사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마힌드라가 쌍용차 기술진들과 협력해서 만든 차량이 바로 S101이라고 말이다. 다시 말해 이 대목에서는 "쌍용차의 기술력이 오로지 마힌드라와 인도 시장을 위해 동원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엔진과 신차 모두 말이다.
그뿐이 아니다. 조만간 쌍용차가 출시할 X-100의 인도 버전도 개발되고 있다. X-100 플랫폼을 공유하게 될 이 차량 역시 마힌드라와 쌍용차의 합작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이름은 'S102'이다. 그렇다면 'S103'도 있을까? 그렇다. 마찬가지로 X-100 플랫폼 위에서 개발되고 있는 S103은 다목적차량(MPV)이다. 이 차량 역시 인도에서 출시된다.
허허, 그럼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인가? 마힌드라가 인도 시장에 내놓을 'S1xx' 시리즈의 신차 플랫폼과 모델, 여기에 들어갈 엔진들까지 모조리 쌍용차가 함께 만들어주고 있다는 뜻? 그럼 이 중에서 쌍용차에 필요한 제품은 뭐가 있을까? 그건 여러분이 한번 답해보기 바란다. 이미 쌍용차가 개발하고 있는 X-100 말고는 한국에 출시되는 제품이 보이질 않는다.
쌍용차와 합작해 완벽해지는 마힌드라의 라인업
이제 위 그림을 보면 거의 윤곽이 나오게 된다. 왼편의 마힌드라 콴토·볼레로·자일로·스콜피오·XUV500이 바로 현재 마힌드라가 갖고 있는 라인업이다. 마힌드라의 승용차 사업의 90퍼센트 이상이 인도 내수용이며 수출용은 채 10퍼센트도 되지 않는다. 즉, 대부분이 고만고만한 내수용 중저가 차량들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 쌍용차와 합작을 통해 프리미엄(고급) SUV인 렉스턴W가 추가되었고, 소형 SUV 부문에서 S101, S102, S103 등이 추가된다. 이로써 마힌드라의 라인업은 소형, 저가형, 중저가 내수형, 고급형 등으로 완벽해지게 되지 않는가! 여기에 엔진 개발에까지 쌍용차가 동원되고 있다.
그럼 마힌드라와 합작해 쌍용차가 보게 되는 이익은 뭐가 있는가? 이거야말로 <인사이드 경제>가 묻고 싶은 대목이다. 도대체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해준 것이 뭔가? 이토록 엄청난 것들을 쌍용차로부터 챙겨가면서 말이다.
석연치 않은 의혹들 : 응답하라, 마힌드라와 쌍용차!
또 기술 이전과 관련돼서도 많은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마힌드라와 쌍용 간에는 협업이 일어나서 쌍방향으로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과 관련된 사항들을 공유할 것입니다. (…) 구체적으로 투자가 어떻게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설명을 드리자면요. 엔진 관련된 투자가 될 것입니다. 이것은 쌍용과 마힌드라에서 공동 개발할 엔진들로 3개의 엔진은 쌍용자동차에서 개발할 것이고 3개의 엔진은 마힌드라에서 개발하고 이 6개의 엔진은 양사가 같이 사용하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또 2개의 신차 개발을 할 것입니다. 그 신차 개발명은 X100이랑 B100이라는 신차들인데요. X100의 개발은 쌍용에서 하고, B100의 개발은 마힌드라에서 하는 것으로 제품 개발이 계획되어 있습니다.
위 얘기는 2012년 10월 8일, 파완 고엔카 사장이 대한민국 국회 환경노동위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해 진행한 답변의 일부이다. 이 자료 역시 <인사이드 경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국회의 공식 기록물에서 추출한 내용임을 밝혀둔다.
"서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술과 관련된 사항들을 공유할 것"? 이건 그동안 세간에 의혹으로 떠돌던 '라이선스 공유' 내지 '크로스 라이선싱' 문제를 떠올리게 만든다. 즉, 쌍용차의 기술력과 라이선스를 마힌드라가 '공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술 유출 등의 불법 행위가 합법으로 둔갑된다. 공짜로 기술이 넘어가는데 계약서 한 장으로 손 한 번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 문제와 관련하여 의혹이 집중되는 대목이 바로 작년 3월 27일에 열린 이사회 안건 중 "협력 개발을 위한 Initial-Framework 승인의 건"이다. 이 안건에서 아마도 마힌드라와 쌍용차가 신차 및 엔진과 관련해 합작 개발을 진행할 때 기본 원칙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의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물론이고 쌍용차 현장조직 일부도 이 내용을 밝힐 것을 수차례 촉구했지만 사측은 아직까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국정감사에서 고엔카 사장이 발언한 내용 중에서 의혹이 가시지 않는 대목이 하나 더 있다. 쌍용차가 X-100을, 마힌드라가 B-100을 개발하기로 했다는데, X-100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차량인데 반해 도대체 B-100이 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구글을 비롯해 각종 검색 엔진을 동원해봐도 'B-100'이라는 검색어로는 '바이오 디젤'이라는 말밖에는 찾을 수가 없다.
반대로 X-100의 경우에는 한국의 포털은 물론이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정보를 찾아낼 수 있다. 사실 B-100 프로젝트가 '007 프로젝트' 혹은 제이슨 본 시리즈의 '트레드스톤' 같은 것이 아니고서야 이처럼 꽁꽁 숨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사실상 B-100 프로젝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거나, 혹은 개발 예정이었으나 문제가 생겨서 폐기되었다고 추정할 수밖에 없다. 그게 아니라면 고엔카 사장이 대한민국 국회에 와서 위증을 한 것일까? 만일 B-100 프로젝트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거야말로 기술 개발은 모조리 쌍용차가 담당하고 그 수익과 열매는 대부분 마힌드라가 가져가는 것이라 볼 수밖에 없다.
이유일 사장은 마치 '쌍용차는 거지 근성이 없다, 우리 힘으로 미국에 간다, 마힌드라라는 이름이 아니라 한국적 색채가 나면서도 외국에서 통할 이름을 사용하겠다, 한국 기술력으로 엔진·미션을 만들고 신차도 만든다'고 강조하면서, 은근히 외국 투자 기업과 쌍용차를 구분하려 한다.
하지만 <인사이드 경제>의 눈에는 쌍용차 역시 한국GM이나 르노삼성처럼, 해외 모기업인 GM과 르노의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외국 투자 기업의 하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마힌드라라는 이름을 미국에서 쓰지 못하니까 쌍용이라는 이름을 바꿔서 미국 진출을 하려는 것이요, 모든 위험 부담은 쌍용차가 지되 결실은 마힌드라가 가져가는 구조이니 '거지 근성 없다'는 말을 쓰는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응답해야 한다. 제네바 모터쇼에서 이유일 사장은 '기술 유출' 관련 의혹에 대해 펄쩍 뛰면서 "절대 그럴 일 없다", "마힌드라가 1000억을 주고 다른 데서 기술력을 사면 되는데, 기술 유출 의혹을 받아가면서 그럴 이유가 없다"고 맞받아쳤다. 하지만 펄쩍 뛰기만 했을 뿐, 이 의혹을 시원하게 날려버릴 증거를 제시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다.
이를테면 간단한 것 몇 가지만 물어보자. X-100은 분명 쌍용차의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만든 플랫폼이자 신차 모델이다. 그런데 이 플랫폼 위에서 쌍용차와 마힌드라가 S102와 S103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 차량들은 모두 인도 현지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완성차 업계의 원칙상 S102 및 S103 차량 생산 시에는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X-100 플랫폼 사용에 따른 '로열티(기술 사용료)'를 지급함이 마땅하다.
아무리 모기업과 자기업 관계라 하더라도 누가 기술력을 갖고 있고 라이선스를 보유하고 있느냐에 따라 로열티 지급을 반드시 해야 한다. 이를테면 한국GM이 개발권과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차량을 GM의 다른 해외 법인에서 생산할 경우, 반드시 한국GM에 로열티를 물도록 되어 있다. 실제로 한국GM의 로열티 수입은 꽤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마힌드라가 쌍용차에 위 차량에 대한 로열티를 지급하도록 계약이 체결되어 있는가? 그렇다면 금액은 어느 정도인가? 아니, 그 이전에 X-100 플랫폼에 대한 라이선스는 쌍용차가 독립적으로 보유하고 있는가?
아울러 신형 엔진 개발에 있어서도 6종의 엔진에 대해 마힌드라가 개발하는 3종이 무엇이고 쌍용차가 개발하는 3종이 무엇인지? 6종의 엔진 개발에 대한 라이선스는 누가 소유하는지? (이 부분만 투명하게 밝혀져도 양자 사이의 계약이 공정한지 불평등한지 쉽게 알 수 있다.) 그리고 도대체 마힌드라가 개발한다는 B-100 프로젝트는 아직 유효하기는 한 것인가? 국회까지 와서 자랑스럽게 떠벌린 얘기라면, 지금쯤 그 근거를 분명히 밝혀야 하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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