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 등 검찰 개혁 관련법이 진통 끝에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권력형 비리 등의 수사를 위한 특검 발동이 여전히 까다롭고 특별 감찰 대상에서 국회의원 및 고위 공직자가 제외되는 등 원안에서 크게 후퇴해 '누더기 개혁법'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여아는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28일 본회의를 열고 이른바 '상설 특검'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재석 159인 중 찬성 83인, 반대 35인, 기권 42인으로 가결시켰다.
그러나 '무늬만 상설특검'이란 비판이 나온다. 이날 처리된 특검법은 법안 제출없이 국회의원의 의결만으로 특검 발동을 가능하게 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불가능하게 했다는 점에서 현행 특검법보다는 진전했지만, 구속력 차원에선 원안보다 크게 후퇴했다. 당초 야당은 별도의 기구와 인력을 갖춘 '기구 특검'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사안에 따라 국회 의결로 특검을 발동하는 '제도 특검'으로 절충됐다.
우선 특검 발동 요건부터 제약이 크다. 특검 발동은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과반의 찬성을 얻거나, 법무부 장관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에만 가능하다. 특검 실시를 위한 국회 의결 정족수를 재적 의원 2분의1로 정한 기존의 조항과 변함이 없어, 특검을 하려면 매번 여당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셈이다. 야당이 지난해부터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특검 도입을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의 반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비춰보면, 기존의 사안별 특검 제도와 달라질 게 없는 셈이다. 때문에 '무늬만 상설특검'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은 반대 토론에 나서 "다수당의 다수파의 입맛에 맞는 법안이며, 특검법의 취지가 완전히 뒤집어 졌다"고 부결을 호소했지만, 결국 통과됐다.
역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특별감찰관 제도 역시 취지가 퇴색됐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을 대통령의 배우자 및 4촌 이내의 친족, 청와대 수석비서관급 이상으로 한정해, 국회의원이나 고위 공직자는 대상 자체에서 빠졌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제대로 된 특별감찰관제가 가능하려면 대통령이 임명된 고위공직자와 국회의원이 포함되고, 특별감찰관에 수사권과 영장청구권을 부여해야 한다"며 반대 토론에 나섰으나, 법안은 재석 160인에 찬성 83인, 반대 35인, 기권 42인으로 통과됐다.
오랜 논란 끝에 검찰 개혁 법안은 '제도 특검' 등으로 절충됐지만, 새누리당이 앞장 서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퇴색시켰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지난 2012년 11월 정치쇄신 공약을 직접 발표하며 "고위공직자의 비리 수사를 위해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겠다. 현행처럼 사안별로 특별검사를 정하는 과정에서 정치 공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상설특검제는 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집인 <세상을 바꾸는 약속 책임있는 변화>에도 그대로 담겼던 내용이다.
이에 따라 여야는 지난해 상반기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제를 도입하기로 합의했지만, 공약의 주체인 청와대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데다 새누리당의 반대도 거세 여야 합의 과정에 진통이 컸다. 결국 민주당이 법안의 무산을 우려해 제도 특검 수용으로 한 발 물러서면서, 오랜 기간에 걸친 검찰 개혁 논의는 '빛 바랜' 법안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기초연금법은 '처리 무산'…4월 국회로
역시 여야 간 진통이 컸던 기초연금법 제정안은 처리가 무산돼 4월 국회로 미뤄졌다.
여야 협상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과 연계해 10~20만 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을 주장해 왔으나, 민주당은 국민연금과 기초연금의 연계를 반대하면서 연계 시 지급 대상을 하위 70%에서 더 확대하거나 지급액을 올려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앞서 정부는 오는 7월부터 기초연금제를 실시하기 위해 이 법안의 2월 국회 처리를 요청했지만, 여야 간 입장이 평행선을 달림에 따라 처리가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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