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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대선 기지개'…盧대통령 경제관 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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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찬 '대선 기지개'…盧대통령 경제관 반박

"정치-경제 이분법은 맞지 않아"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그는 최근 경제현안을 중심으로 노무현 대통령 및 한나라당 대선주자들과 차별화되는 자기 목소리를 뚜렷이 내고 있다.
  
  대선출마 여부에 대해선 여전히 불분명한 태도이지만 각종 현안들에 대한 그의 분명한 입장 표명에는 정치권의 문턱을 넘어서기 위한 토대 구축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관측이 일반적이다.
  
  "'정치 아는 대통령'은 이분법적 구분일 뿐"
  
  정 전 총장은 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 및 서면인터뷰를 통해 "포괄적 의미의 정치라면 잘 모르겠는데 정치와 경제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달 27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인터넷신문협회 합동기자회견에서 "정치를 잘 아는 사람이 차기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데 대한 정면 반박이다. 그는 또한 "액면 그대로 경제보다 정치가 중요하다는 의미라면, IMF 경제위기 이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의 고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일부가 출자총액제한제도 완화를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임시국회에서 추진한 점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정 전 총장은 "대기업들에 대한 규율의 공백 상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면서 "적용대상 기업집단이나 계열사 범위, 출자한도 등의 측면에서 상당한 규제완화가 이뤄졌고 일부에서는 사실상 출총제가 폐지된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환상형 순환출자 등과 같이 출총제를 대체할 사전적 규제의 도입이나 자료보전 조치권을 비롯한 공정위의 조사수단 강화는 개정안에서 빠졌고, 피해 당사자들이 직접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사후적 규율, 특히 이중대표소송이나 회사기회 유용금지 등 상법 개정논의도 지지부진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총장은 "따라서 이번 공정거래법 개정안은 사전적 규제가 대폭 완화됐음에도 이를 대체 보완할 사전적 규제나 사후적 규율수단이 정비되지 않아 자칫 대기업들에 대한 규율의 공백상태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고 일침을 놨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그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관된 정책 집행을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예측 가능성과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뭔가 하고 있다는 전시 효과를 겨냥한 '정책 한탕주의'를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주요 경제현안에 대해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현안에 대한 이견이 정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그대로 노출되는 것은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한나라당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내륙 운하' 구상과 관련해 "어떤 (경제적) 프로젝트건 실현 가능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따져야 한다"며 비판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여러 가능성 놓고 진지하게 생각 중"
  
  대선출마 가능성도 완전히 닫아두지 않았다. 그는 이날 대전 현충원에서 대한민국 순직소방관 추모위원회 주최로 열린 '119 소방영웅들의 영면기원 천도제 및 순직소방관 추모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여러가지 가능성을 놓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재촉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생각은 오랫동안 깊게 하고 행동은 빠르고 과감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결심이 서면 좌고우면 하지 않고 뛰어들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정치권에선 범여권의 대선판이 정비되는 6~7월 이전을 외부 인사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정 전 총장이 4.25 재보선 때 대전 서구을 선거에 직접 뛰어들거나 반한나라당 후보를 직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정치권과의 접촉설에 대해 "그동안 정치권으로부터 공식, 비공식적으로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진전된 게 없다"고 일축했다.
  
  정 전 총장은 그러나 "대선 출마는 인생의 행로를 바꾸는 중요한 일인데 쉽게 결정할 수 있느냐"면서도 "저는 그동안 사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아 왔다"며 "이제는 그 도움을 사회에 갚아야 할 때가 왔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한나라 "정운찬은 고민하는 햄릿"
  
  정 전 총장의 '정치적인 행보'가 본격화되면서 한나라당에서도 견제의 목소리가 나왔다. 본격적인 정치활동 선언은 없이 "적당히 걸치고만 있다"는 비판이었다.
  
  유기준 대변인은 4일 논평에서 "정운찬 전 총장의 애매모호한 행보가 계속되고 있다"며 "지나친 신중함인지 고도의 정략적 발언인지 알 수 없으나, 자신의 몸을 던져 나라를 구하겠다는 지도자의 참 모습을 보기 어렵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유 대변인은 "국민들은 고민하는 햄릿보다는 자신의 전부를 던져 경제, 안보 등 누란의 위기에 처한 국가를 구할 수 있는 희생적인 지도자를 바라고 있다"면서 "좌고우면하면서 떨어진 감이나 먹겠다는 처신으로 일관하는 사람은 결코 국민이 바라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고 쏘아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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