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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좀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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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좀 알아야"

"선거 중립? 잡음과 논란은 어쩔 수 없다"

취임 4주년을 맞아 한국인터넷신문협회와 합동기자회견을 가진 노무현 대통령은 무려 두 시간 사십 분 동안 '할 말'을 다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차기 대통령의 조건과 관련해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선거 중립' 시비에 대해서는 "잡음과 논란은 어쩔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밖에 북핵문제에 대해서는 "공격용이 아니다"고 수 차례 강조했고 한미 FTA에 대해서도 "그로 인해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증거가 있냐"고 되물었다. 한편 최근 자신이 촉발시킨 진보 논쟁에 대해서는 "논쟁에 뛰어든 것은 잘했다"고 자평했다.

"차기 대통령, 정치를 좀 알았으면"

노무현 대통령은'차기 대통령이 갖춰야 할 조건'을 묻는 질문에 "가치지향이 분명하고 정책적 대안이 분영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며 "차기 대통령은 정치를 좀 알았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최근 범여권에서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등 정치권 바깥 인사를 대선후보로 영입하려고 하는 움직임에 대한 간접적인 반대 의사로 읽힐 수 있을 만한 대목이었다.

또 다음 대선의 쟁점에 대해서도 "경제는 단골메뉴이고 진정한 시대정신은 (따로)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한나라당의 대선주자로서 경제전문가를 자임하고 있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노 대통령은 "여론조사를 하면 15대 때도, 16대 때도 '경제 대통령'이 국민들 사이에서 높게 나왔다"며 "그러나 그때 시대정신이 전부 경제는 아니었지 않았냐"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경력을 축적한 언론들이 올바른 쟁점을 이끌어 가야 한다"며 "(언론들은) 경마 보도하듯 지지율이 몇 퍼센트라고만 보도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진보논쟁, 글 쓰신 분들이 진보를 표방할 만한가"
▲ 노무현 대통령 ⓒ인터넷신문협회 공동취재단 제공

노 대통령은 "과연 글을 쓰신 분들이 진보를 표방할 만한 균형점 위에 있는가 의문"이라며 최근의 진보논쟁을 이어갔다. 노 대통령은 "진보 진영에서 제기한 문제의 전제가 보편적인 진보를 대표하는 가치와 논리에 근거하는 것 같지 않아 유감스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대통령이 그런 논쟁에 뛰어든 것이 적절하냐"고 자문한 뒤 "적절한 것"이라고 자평했다. "그런 금기를 두지 않아 논쟁에 뛰어 든 것"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진보 논쟁의 구조 자체가 당사자인 저는 낄 자리가 없고 그에 대해 아무도 말하기 어렵게 돼 있었다"며 "누가 진보이며, 가치와 논리는 누가 대변하고 있는가 하는 문제제기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논쟁에 개입하는 것이) 대선 정국에 영향이 있을지는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대선의 유불리를 따질 만큼 돌아가는 판을 정확히 읽을 능력은 없고 또 대통령 선거가 모든 가치에 우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정신병자 아니면 선제핵공격 안 해"

노 대통령은 북핵문제와 관련해서는 "개혁개방의 길로 나아가려 하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상대방이 나를 위협할 때 대응하기 위해 또는 아예 위협을 못하도록 협상하기 위해 여러 목적으로 핵무기는 따로 개발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냐고 할 때, 사용하는 것보다 안하는 것이 더 이익이 크고 안전하다면 사용하지 않을 것이고, (핵무기를) 갖고 있는 것보다 버리는 것의 이익이 크면 버리는 쪽을 선택한다"면서 "그 판단에 있어서 현 시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판단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북한 핵무기를 공격용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의 언급을 하면서 "북한이 핵을 만들어 언제, 어디를 향해 공격을 하겠는가. 북한이 먼저 공격을 받지 않고 핵무기를 선제사용하는 것은 정신병자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는 북한에게 관대한 것이 아니라 냉정한 사실관계만을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선거 중립, 축소해서 해석해야"

한편 노 대통령은 현재의 개헌 논의 지형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노 대통령은 "지지율 낮은 대통령이 이야기해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고 지지율 높은 정당이 이야기 해도 틀린 것은 틀린 것"이라며 "그런데 내 반대편에서 총대 메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논리가 안되니 진정한 의미에서 토론하는 사람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개헌 논의가 진행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 "내가 어리석었다. 최소한 우리사회는 그정도 양심과 공론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솔직히 이런 문제 때문에 한국 사회를 약간 걱정하는 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정략적이다, 아니다는 판단에는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든지 한번 더해먹는다든지 하는 구체적인 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개헌에 대한 토론이 일어난다고 해서 어느 당이 유리해지고 불리해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선거 중립과 정치 중립의 기준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리는 소위 선거활동 금지에 대해 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한 다른 나라에 없는 조항을 우리만 만들었을 때에는 축소해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문제에 대한 판단이나 평가는 결국 국민들의 몫"이라며 "잡음과 논란은 어쩔 수 없다"고 말해 선거개입 시비에 개의치 않을 것임을 내비쳤다.

노 대통령은 초당적 국정운영 요구에 대해서도 "오늘 탈당계에 서명해서 넘겨줬습니다만 초당적 국정운영이라는 말에는 예전부터 거부감을 가졌다"며 "그 말은 진실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로 양극화가 더 진행되지 않는다"

노 대통령은 한미 FTA 협상과 관련해 "한미 FTA로 양극화가 진행된다는 논리의 근거는 어디서 나온 것이냐"고 되물으며 "한미 FTA로 양극화가 더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번에 한번 TV 토론을 보니 한미 FTA를 공격하는 쪽에서 양극화 문제를 들고 나와 재미를 보더라"며 "그러나 한미 FTA의 어떤 메커니즘과 어느 요소 때문에 양극화가 진행되는지 답해보라"고 따졌다.

노 대통령은 격한 어조로 "(양극화가 심화되는 분야가) 유통업이라면 농산물, 식품, 잡화, 어느 유통 분야냐"고 "한미 FTA에는 유통업이라는 주제 자체가 없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기업 지원 서비스 분야를 미국과 동조화시켜서 서비스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자는 욕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한국이 협상을 너무 잘해서 잘 안 열어줘 아쉬운 부분이 있어 서비스가 안 열린 게 있으면 주도적, 자발적으로 열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부동산이나 산업정책 등 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자평했다. 노 대통령은 '체감경기가 좋지 않다'는 질문에 "민생파탄이라 하는데 언제보다 얼마나 나빠졌길래 '파탄이라 하나'라고 개별적으로 꼭 물어보고 싶다"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좀 더 냉정하게 어느 시장이 언제보다 나빠졌는지 분석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2004년부터 (경제성장률이) 4.5%~5% 정도인데 한국 경제에서 이것이 파탄이냐. 그렇다면 호황은 몇 퍼센트로 잡아야 하나"라고 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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