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4 지방선거에서 기초선거 '무(無)공천' 승부수를 던진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민주당과 새누리당을 향한 압박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미 공천 방침을 확정하며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반대하는 가운데, '무공천'에 대한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는 민주당의 고민이 커지게 됐다.
안 의원은 이날 오후 민주당 김한길 대표를 찾아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에 끝까지 노력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24일 기초선거 '무공천'을 선언한 안 의원은 "민주당도 고민이 많으실텐데 현명한 결단을 내리면 좋겠다"고 말했고, 이에 김 대표는 "참고하겠다"고 답했다고 이윤석 민주당 수석대변인과 안 의원 측 박인복 공보팀장이 전했다.
아울러 이 대변인은 "두 사람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 심각성에 대해 공감하고,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를 관철하기 위해 끝까지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회동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계속 주장했던대로 기초선거 공천 폐지에 대해 말씀드렸다"며 "이건 약속의 문제다. 그래서 큰 뜻에, 대의에 동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했다.
당초 민주당은 새누리당의 반대로 기초선거 공천제 폐지가 어려워지자 '공천 유지' 쪽으로 기울었으나, 안 의원의 무공천 선언으로 입장 표명을 미루고 있는 상태다.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 파기를 맹렬히 비판해온 민주당으로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이 이미 공천 방침을 확정한 가운데 지방선거 공천을 안 하기도 부담되지만, 그렇다고 공천을 하기엔 역풍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여당의 공약 파기를 비판해온 마당에 스스로 공약을 어기는 모순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무공천이란 '명분'을 등에 업은 안 의원 측의 압박도 거세지고 있다.
안 의원은 이날 오전 대전에서 열린 새정치연합 창당 발기인대회에서 "눈 앞의 실리보다 큰 정치의 길을 가야 한다"며 "민주당의 결단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이 대의를 선택하면 새누리당의 약속 파기를 바로잡을 수 있다"면서 "이번 지방선거를 정치개혁의 장으로 만들고 낡은 정치의 구도를 일거에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정당 공천 폐지 불이행만으로도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는데 국민과 약속을 지키는 게 책임정치포기라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이것이야말로 국민을 깔보고 정치의 기본을 무너뜨리는 반개혁적 행태"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황우여 대표를 향해선 "이틀 전 드린 회동 요청을 피하지 말고 조속히 수행해 달라"며 "만나서 왜 정당공천 폐지 약속을 지켜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국민의 뜻인지 함께 확인해 볼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안 의원이 여야 양당을 싸잡아 비판한 데 대해 김한길 대표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약속을 지키지 않고 국민께 약속했던 것을 파기한 사람들과 약속을 지키자고 요구하는 사람들은 다르다"라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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