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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통상부, 그 입 다물라'

[한미FTA 뜯어보기 218] 참여연대 "투자자-국가 소송제 알기나 하나"

최근 경실련과 민변, 최재천 의원(무소속) 등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논의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가 실제 도입됐을 경우 우리 정부가 취한 각종 부동산 정책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던 참여연대는 5일 자신들의 주장을 반박한 외교통상부의 의견을 재반박하는 논평을 내놨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한미 FTA가 부동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사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무력화 될 뿐만 아니라 우리 부동산 시장에 미국 투자자들이 몰려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교란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주장했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펼 수 있었던 것은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가 '간접수용'에 따른 차별로 인해 이익 손실을 본 투자자가 상대국의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간접수용'은 우리나라 법체계에는 존재하지 않는 개념으로 실제 '수용'은 아니지만 '수용'과 같은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경우를 고려한 개념이다.

문제는 '간접 수용'이란 개념 자체가 모호하고, 나아가 우리나라의 법체계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 개념을 포괄하고 있는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한미 FTA 체결로 도입될 경우 우리 정부가 구사할 수 있는 정책 수립의 자율성이 크게 침해될 수 있고, 그에 따른 피해가 우리 국민이 고스란히 짊어져야 한다는 데 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나 일부 전문가들은 '간접 수용'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상정하고 있는 데 반해, 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외교통상부는 이 범위를 협소하게 파악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피해도 미미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논란도 '간접 수용'의 범위에 대해 상호간 해석차에 원인이 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뿐만 아니라 부동산 투기 억제를 위해 투기과열지구를 지정하는 것까지 제소 대상에 오를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간접 수용'의 범위를 매우 포괄적으로 해석했다.

반면 이들의 기자회견 이후 반박 의견서를 낸 외교부는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 규제정책은 간접수용으로 간주되지 않을 것임을 미국과 이미 합의했고, 이에 따라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훼손될 우려는 없다"고 맞섰다. 즉 부동산 정책은 '정당한 복지 목적'을 위해 구사되고 있기 때문에 '간접수용'으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이에 대해 미국 투자자들이 제소할 수 없다는 것이 외교부의 반론 핵심이다.

이날 나온 참여연대의 논평은 이와 같은 외교부의 반론에 대한 재반론이다. 참여연대는 외교부의 반론에 대해 한마디로 "안이한 태도"라고 규정하면서 "외교부가 자신들의 부실협상 과정과 결과를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을 말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재반박했다.

참여연대는 "미국은 '정당한 복지목적을 위한 비차별적 규제정책'에 대해 매우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면서 "미국은 '환경', '공중보건', '안전' 등 세 가지 부문만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에서의) 예외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어 "이 세 가지 예외는 미 의회가 2004년 채택한 양자간투자협정(BIT) 표준안에서 새롭게 명시한 것"이라며 "이는 미국 내에서조차 투자자-국가 소송이 지닌 위험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어지자 미 의회에서 논란 끝에 이 세 가지 목적의 규제에 대해서만 이례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요컨대 미국은 환경과 공중보건, 안전 등 세 가지 영역에 대한 국가의 정책만 '투자자-국가 소송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예외 분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투기근절 목적의 규제정책 등이 '정당한 복지 목적'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외교부의 주장은 매우 주관적인 해석에 불과하다는 것이 참여연대 주장이다.

참여연대는 이와 함께 "투자자-국가소송제는 한미 FTA 협상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돼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안이하고 무책임한 여론호도와 밀실협상을 당장 중단하고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와 간접수용 개념의 채택이 미칠 영향에 대한 연구 조사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간접수용에서 부동산은 '일례'에 불과하다"면서 "'기업의 강제적 주식매각', '경영간섭', '정부에 의한 경영진 임용', '노동력이나 원자재에 대한 접근 거부', '자의적이거나 과대한 조세부과' 등도 모두 간접수용에 해당되고 제소 대상이 된다"고도 주장했다.

'간접수용' 개념의 채택과 '투자자-국가 소송제도'의 도입이 가져오는 폐해는 부동산 정책에만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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