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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되면, 부동산 대란 와도 못 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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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되면, 부동산 대란 와도 못 막는다"

[한미FTA 뜯어보기 213] 시민단체, '투자자-국가 소송제' 위험성 강조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최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의원(무소속)과 함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미국의 요구가 관철될 가능성이 높은 제도인 '투자자-국가 소송제도(ISD)'와 국내 부동산 정책 간의 관련성을 짚는 기자회견을 1일 열었다.

이들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구사하는 각종 부동산 정책 대부분이 무력화 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한 우리 부동산 시장에 미국 투자자들이 몰려오면서 부동산 시장이 교란돼 그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국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이 사실일 경우 정부가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취하고 있는 투기과열지구 지정 등 각종 투기억제책은 국제 소송의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그 소송에서 우리 정부가 패소한다면 사실상 우리 정부는 '부동산 대란'이 일어나도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

ISD란 협정 당사국 중 한 일방 국가의 투자자가 상대국가의 정책으로 인해 투자가치의 하락이 일어났다고 판단할 경우 그 상대국을 대상으로 직접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등 대부분의 양자협정에서 이 제도를 관철시켜 왔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FTA 협상에서도 우리 측에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ISD 때문에 대규모 임대아파트 사업도 제소당할 수 있어"

이날 서울 중구 정동 세실레스토랑에서 열린 기자회견의 참석자들은 ISD 도입 이후 이에 상충될 수 있는 부동산 관련 법률들을 열거하면서 "이 법률들에 근거해 수립된 정부의 각종 부동산 정책이 모두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일차적으로 정부가 신도시 건설이나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을 위해 민간택지를 수용하는 과정에서 정하고 있는 토지에 대한 보상 제도가 국제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현행 한국토지공사법 등 관련 법률에서는 국가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를 수용할 때 그에 따른 토지 보상 기준을 공시지가와 감정가 등으로 정하고, 보상 방식도 현금이나 채권 모두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채권 보상을 허용한 이유는 주변 지역에 토지보상비가 유입돼 토지 투기를 과열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ISD가 도입되면 이런 정부의 정책은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었다. 미국은 토지보상비를 토지의 시장가격 기준으로 정하고 있고, 보상 방식도 현금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부동산에 투자한 미 투자자들이 우리나라의 보상기준과 방식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국제심판에서 우리 정부가 승소한다 하더라도 이런 소송이 빈번해질수록 정부의 택지확보 사업은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최근 정부가 발표한 2017년까지 공공주택을 340만 가구까지 늘리기로 한 계획도 ISD 도입으로 택지확보가 여의치 않을 경우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부동산 투기 억제책도 위축될 수밖에 없어"

또한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내놓았던 부동산 투기 관련 대책도 마찬가지로 ISD가 도입되면 제소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기는 마찬가지라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었다.

예컨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지정과 같이 도시계획에 따라 토지의 이용과 개발을 제한하는 법률이나, 개발로 인해 토지의 가격이 상승할 때 개발이익을 환수할 수 있도록 한 개발 부담금제나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도 국제 분쟁에 휘말릴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서순탁 교수(서울시립대)는 "부동산 대란을 막기 위해 정부가 정하는 투기지역 혹은 투기과열지구 지정과 이에 따른 주택대출 규제 등 현 정부가 지금껏 내놓은 여러가지 부동산 투기 근절책 중 어느것도 ISD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없어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어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은 세계적으로 매우 특이한 성격을 갖고 있고, 그에 따라 정부의 정책도 다른 나라의 그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면서 "ISD가 도입되면 이런 우리나라의 특수성은 고려되지 않은 채 미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우리나라의 정책이 좌우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 투자자에 대한 '특혜' 논란 일수도

한편 이들은 정부가 국제 분쟁을 피하기 위해 미 투자자에게만 각종 규제를 면하게 해 줄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로 인해 국내 투자자들이 미 투자자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게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제소를 피하기 위해 정부가 미 투자자를 규제 대상에서 제외시키는 선택을 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미 투자자에게는 상당한 특혜를 주는 것이고, 국내 투자자에게는 역차별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실련의 윤순철 시민감시국장은 "역차별을 피하기 위해 국내 투자자들 상당수가 미국에 부동산 펀드 등을 설립한 뒤 국내에 역투자 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국가의 조정력이 크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시장 전체가 교란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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