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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史觀'의 국가지도자를 생각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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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눈박이 史觀'의 국가지도자를 생각하니…

[기자의 눈]박근혜의 '과거사 히스테리'를 보며

박근혜 전 대표가 한나라당 부총재였던 지난 2001년 5월 그는 이회창 총재에게 박정희관(觀)을 밝히라고 요구한 적이 있었다. 긍정적인 평가를 하지 않으면 지방선거와 대선 등 지원유세에 나서지 않겠다는 투의 압박이었다.

시간이 흘러 이젠 그 자신이 대권후보 반열에 오른 박 전 대표는 "혈연은 천륜"이라며 스스로 '박정희교(敎)의 교주' 노릇을 하고 다닌다.

만일 박 전 대표가 평범한 한 시민이라면, 혹은 그저 의원 배지를 단 보통의 정치인이라면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박정희 찬가'가 이리도 걱정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인혁당 재심 판결, 긴급조치 관련 판사들의 실명공개에 대한 히스테리에 가까운 그의 반응도 '핏줄'로서의 항변쯤으로 넘어갈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는 엄연히 나라의 최고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이다. '외눈박이 사관'으로 과거를 돌아보는 이에게 나라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건지 의심하고 따져보게 되는 이유다.
▲ 박근혜 전 대표와 박정희 전 대통령ⓒ뉴시스

박정희 정권에 대한 박 전 대표의 반쪽짜리 평가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인혁당·민청학련 사건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조작·과장됐다는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발표가 있자 박 전 대표는 "한 마디로 가치가 없는 것이며 모함이다. 인혁당 문제가 증거는 없지만 정황이 이렇다는 식"이라고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논란 끝에 정수장학회 이사장 직에서 물러나면서도 박 전 대표는 "정권이 권력을 갖고 과거사를 조사한다는 게 정부 여당의 생각일지 몰라도 앞으로 과거사를 조사하는 것 자체가 과거사로 평가받을 것"이라는 꼬리를 달았다.

'민족문제연구소'와 '친일인명사전편찬위'의 친일인사 명단에 박 전 대통령이 포함됐을 때에도 박 전 대표는 당시 전여옥 대변인을 통해 "국민과 역사가 평가할 것"이라고만 했다.

과거사를 정리할 것을 요구하는 당 내 일부 의원들의 요구에 대해선 "그 동안 인혁당 등 여러 문제들은 법적으로 전부 결론이 난 사안들"이라고 잘라 말한 적도 있었다.

최근 긴급조치와 관련된 판사들의 실명 공개를 두고 박 전 대표가 "나에 대한 정치공세"라고 한 반응과 대개 일치한다. 효율적 국가 통치를 위한 필요악으로 보건, 쿠데타 정권의 전형적 지배방식으로 보건 박정희 정권이 '독재정권'이었음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유독 박 전 대표만은 일관되게 '박정희의 과(過)'에 침묵하거나 그것과 관련된 사실 또는 주장들을 부인해 온 것이다.

반면 박 전 대표가 논하는 '아버지'는 늘 '조국 근대화'를 이끈 국민적 영웅이다. 그의 '박정희 예찬론'은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다.

게다가 박 전 대표는 아버지의 공을 강조해 대권가도의 유력한 발판으로 삼고자 하려는 의도를 공공연하게 내비치기도 했다. "아버지를 보면서 대통령의 자리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느꼈다"고 했고, "과거 청와대에서 5년 이상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면서 누구보다 풍부한 국정경험을 쌓았다"고 자랑했다.

물론 한나라당 사람들마저 "아버지의 한계를 인정하고 넘어서야 한다"고 하는 경고를 박 전 대표가 물리치고 앞으로도 계속 자기 방식의 '박정희 정치'를 펴겠다면 이를 뜯어말릴 재간은 없다. 다만, 이는 과거사에 대한 최소한의 인정, 그리고 관련 피해자 및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등에 대한 기대도 아울러 접으라는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겠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한 외눈박이 사관을 가진 대선 후보를 둔 유권자의 처지는 어떤 것인가? 남들은 뻔히 두 눈을 뜨고 보는데 정작 후보자 본인만 외눈으로 사태를 보는, 기상천외한 상황을 지켜보는 유권자들의 처지는 얼마나 안쓰럽고 불행한가? 우리의 미래가 독재시절의 향수의 바탕 위에서 그려질 수는 없는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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