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머리' 푼 박근혜 "워밍업은 끝났다"

이명박 검증 공세 가속…"출생지 문제가 네거티브냐?"

이명박 전 서울시장에 대한 박근혜 전 대표의 '검증' 공세가 연일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박 전 대표는 15일 "아무개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대선후보로 나가겠다는 것은 상관이 없다. 그런데 당과 맞지 않는 사람이 (후보가) 된다면 당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는 것"이라며 "검증을 네거티브라고 한다면 그런 말을 하는 것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몰아쳤다.

박근혜 "후보는 당의 정책과 노선에 맞아야"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사실상 선거캠프로 사용되고 있는 여의도 개인사무실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네거티브라고 하는 것은 사실도 아닌 것을 거짓말로 해서 공격하는 것인데, 그런 것은 절대 있어서도 안 되고 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한나라당의 후보는 당의 정책과 이념, 노선과 맞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검증논란'과 관련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박 전 대표는 "이번에는 꼭 정권교체에 성공해서 무너진 경제, 사회의 혼란, 외교관계의 문제 등을 바로잡아 선진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한나라당의 정책과 정강을 따라서 해야지, 엉뚱한 정책·정강이 들어와서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최근 불거진 검증 논란에 대해 이명박 전 시장 측이 "네거티브 경선을 하자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나서자 재공격한 것.

특히 박 전 대표는 이날 그동안 고수해 온 '올림머리'를 과감하게 풀어 늘어뜨린 헤어스타일로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위 '전투복'으로 통하는 바지 차림이었다.

바지 차림과 함께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박 전 대표의 '전의'를 가늠하는 지표처럼 인식돼 왔다. 헤어스타일 변화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이제 워밍업이 끝났다"고 말해 이명박 전 시장에 대한 '뒤집기'를 위한 전면전에 나설 뜻을 강력하게 시사했다.

"애매모호한 것은 확실히 밝혀야"

박 전 대표는 최근 불거진 이명박 전 시장의 출생지 논란에 대해서도 피해가지 않았다. 이 전 시장의 출생지가 경북 포항(영일)이 아닌 일본 오사카라는 게 논란의 요지.

이와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전 시장께서도 스스로 말을 했다. 그것이 네거티브와 관련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전 시장이 일본 출생 사실을 스스로 밝힌 만큼 네거티브 공세가 아니라 정당한 '검증'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애매모호한 것은 확실히 밝혀야 하고, 반대로 이야기한 것에 대해서는 명확히 어떻게 된 것인지 이야기가 있어야 한다"면서 "국민들이 (후보에 대해) 확실하게 알고 선택을 해야지, 뭔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의 출생지 논란과 관련해선 외곽조직도 가세했다. 박 전 대표의 팬클럽인 '박사모'의 정광용 대표는 이날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장성민입니다>에 출연해 "이명박 씨가 '좋다, 검증하자'고 했으면 좋겠다"면서 "네거티브라고 하는 말은 검증이 너무 두렵고 무서워서 하는 것이 아닌가. 뭔가를 감추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의혹만 생산할 뿐"이라고 몰아쳤다.

그는 "이 전 시장이 일본에서 태어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고 나왔느냐, 아니면 적당히 덮었느냐가 문제"라면서 "이 전 시장의 일본이름은 아끼히로"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시장 측은 "이 전 시장의 출생지가 일본이고 자란 곳이 포항인 것은 맞다"면서 "공개적으로 여러 번 밝혀 왔고 굳이 숨기려고 하지도 않은 일을 난데없이 문제제기하는 저의를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나는 충분한 검증 마쳐"

후보검증의 주체와 관련해 박 전 대표는 "개인이나 어느 캠프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니고, 당에서 해야 할 일"이라고 한 발 물러서면서 "이번에는 당 차원을 넘어 나라를 위해서도 대선에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그는 '이명박 전 시장에 비해 충분히 검증받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사실이지 않느냐"면서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년3개월 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온갖 모함과 비방을 받았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명박 "될만하니까 음해와 모함"

이에 앞서 이명박 전 시장은 14일 저녁 대전 순복음교회 집회에 참석해 "이 나라가 어렵다. 희망이 없다고 한다. 남북이 어렵다. 경제가 절망적이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는다.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될만하니까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 (내가) 음해와 모함을 당해도 여러분들이 기도로 지켜 달라"고 주문했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제기한 '검증공세'를 '음해와 모함'으로 규정한 셈이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저녁 대전시 기독교연합회 증경회장단 초청으로 이뤄진 '이명박 장로 초청 간증 집회'에 연사로 나선 이 전 시장은 주로 자신의 군복무 면제와 관련한 의혹에 대해 집중 해명했다.

이 전 시장은 "대학 3학년 때 몸이 아파 차라리 군대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겠다고 생각해 논산훈련소에 자원입대했다"면서 "그러나 신체검사에서 몹쓸 병이 있음을 알게 됐고 서울 시립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 측은 이와 관련해 "입영을 했다가 '보조기관지 확장증' 판정을 받고 그 이후에 한 번 더 있었던 신체검사에서도 불합격 판정을 받아 면제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