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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SEF] "기업으로 사회적 요구 부응하는 매력적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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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GSEF] "기업으로 사회적 요구 부응하는 매력적인 일"

[인터뷰] 호주 사회적기업 지원기관 '소셜트레이더스' 브룩스 대표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처음 제정된 때가 2007년. 개념조차 생소했던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지난 5년간 자리를 잡을 무렵 2012년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되면서 1년 만에 2800개의 협동조합들이 생겨났다. 사회적기업에 협동조합이 더해져 '사회적경제'(Social Economy)라는 하나의 경제 영역이 구축되고 있다. 이는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까지도 남유럽 재정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경제위기가 계속되자 사회적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6~7일 열린 국제 사회적경제 포럼(GSEF 2013)은 세계적인 사회적경제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기회였다.

호주에서도 2008년부터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공식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호주는 세계 금융위기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었지만, 호주 정부는 소외 계층에 대한 직업 훈련과 일자리 제공, 소외된 지역에 대한 사회서비스 제공 측면에서 사회적기업의 가치에 주목하고 투자를 시작했다고 한다. 불과 5년 사이에 사회적기업은 2만여 개로 늘어났다.

맬버른에 사무국이 있는 '소셜트레이더스(Scial Traders)'는 이와 같은 호주의 사회적기업 부흥 흐름의 중앙에 서 있다. 호주를 대표하는 사회적기업 개발 기구로 2008년 설립된 이후 사회적 기업에 역량, 창업(start-up)을 위한 투자와 자원, 시장 진입과 성장 등과 같은 각종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GSEF 2013에 초청돼 방문한 소셜트레이더스 데이빗 브룩스(David Brookes) 대표를 지난 5일 만났다. 그는 도요타, 앰코 등 글로벌 다국적 기업에서 15년 동안 비즈니스 파트너십, 커뮤니케이션 등에 관한 업무를 맡다 '지역사회 파트너십'에 흥미를 느꼈고, 자신의 경력과 자산을 살려 아예 사회적기업 육성에 뛰어든 인물이다.

▲ 데이빗 브룩스.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그는 사회적기업에 대해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사회적 책무와 기업적 이익 창출 두 가지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적기업은 기업적 활동을 통해 사회적 요구를 해결한다는 측면에서 매력적인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에는 정부나 기업이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사회적기업을 통해 얻는 '사회적 조달' 시장의 중요성에 대해 활발한 연구와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사회적기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장기적 안목을 갖고 강한 열정과 끈기를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음은 브룩스 대표와 한 인터뷰 전문이다.


프레시안: 호주의 사회적기업 현황은 어떠한가.

브룩스: 소셜트레이더스가 최근 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사회적기업이 2만여 개 이상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양한 사회적기업들이 산업과 사회 전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중소기업이 대부분이지만 대기업도 몇 개 된다. 호주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개념 자체는 수십 년 전부터 활용돼 왔는데, 4~5년 전부터 '사회적기업'(Social Enterprise)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그 기간 동안 사회적기업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아졌다.

프레시안: 소셜트레이더스의 자료에 따르면 교육(education & training) 분야의 사회적기업이 가장 많은 것(26.3%)으로 나타난다. 교육 분야에 사회적기업이 많은 이유가 있나.

브룩스: 가장 활발한 분야이다. 정부 기관과 학교들이 사회적기업들과 함께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중등교육 과정에서 어린 학생들에게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고 어떻게 하면 사회적기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교육하고 있다. 사회적기업에 관한 학생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프레시안: 한국에서는 학교 교육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을 가르치거나 사회적 경제활동에 대한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브룩스: 호주에서는 대학 수준에서 먼저 이와 같은 교육을 시작했다. 소셜트레이더스도 맬버른 대학과 비즈니스스쿨 파트너십을 맺고 MBA 과정의 학생들에게 소셜트레이더스의 사회적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사회적기업을 창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다른 대학들로 확산되고 있다. 중등교육 과정에서는 아직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는데, 현재 중등교육 과정에도 기업가 정신과 사회적기업에 관한 교육을 정식 커리큘럼으로 채택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 중이다.

프레시안: 한국에서는 2007년께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본격 사용되기 시작했다. 호주에서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계기가 있나.

브룩스: 5년 전 소셜트레이더스와 연방 정부가 호주의 사회적기업들을 찾아내 사회적기업 지도를 그리는 프로젝트(Finding Australia Social Enterprise Sector)를 실시했다. 여러 분야에서 사회적기업 활동을 하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상담을 하고 견해를 나누는 작업을 통해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의 정의를 만들었고, 정부와 자선단체 등에서 이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사회적기업이라는 용어가 본격 사용되기 시작한 2008년 무렵은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있던 해이기도 하다. 기존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에 대한 대안으로 사회적 경제라는 개념이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호주도 금융위기의 어려움을 겪었나.

브룩스: 운이 좋았었는지 호주에는 금융위기의 영향이 크지 않았지만 적게나마 영향을 받기는 했다. 무엇보다 사회적기업이 주목을 받게 된 것은 그 무렵 정부가 소외된 지역 사회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소외 계층의 교육훈련이나 직업 제공 역할 등에 관한 사회적기업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연방 정부가 2009년부터 사회적기업 개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프레시안: 브룩스 씨는 소셜트레이더스에서 일하기 전 도요타, 앰코 등 대기업에서 15년간 근무했었다. 어떤 일을 했으며, 사회적기업 분야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

브룩스: 도요타, 앰코 등에서는 전략적 비즈니스 파트너십을 맺고 정부 정책 부서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일을 담당했다. 특히 가장 좋아했던 일은 지역 사회(community)와 파트너십을 맺는 일이었다. 이 일을 하면서 점점 커뮤니티 분야에 참여하는 일이 늘어났다. 그리고 5~6년 전부터 정부의 사회적기업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커뮤니티 분야의 조직들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 때 소셜트레이더스에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고 내 경험이 소셜트레이더스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 사회적기업은 두 가지 영역, 즉 사업 경험과 기술 등 비즈니스 측면의 자원과 공동체의 욕구와 열정 등 커뮤니티적 측면을 연결해 주는 매력적이고 좋은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은 이 두 영역을 연결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고 비즈니스와 커뮤니티 간의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데이빗 브룩스. ⓒ서울사회적경제지원센터
프레시안:
소셜트레이더스가 하는 일은 무엇인가.

브룩스: 5년 전 탄생한 소셜트레이더스의 주 목적은 호주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이해도를 고취시키는 데 있다. 이와 같은 목적 하에 다섯 가지 일을 하는데 첫째, 사회적기업들의 자금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투자를 받는데 도움을 주고, 기업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게 비즈니스 플랜을 만드는데 도움을 준다. 둘째,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게 조언(coaching)을 하고 셋째, 시장에서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플랫폼을 제공해 그들이 생산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판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넷째는 사회적기업으로 인해 생기는 혜택에 대한 사회적 이해를 고취시키는 활동을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기업에 관한 연구를 통해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프레시안: 시장에서 기회 확대와 관련된 일에는 무엇이 있나.

브룩스: 사회적 조달에 대한 의식을 고취하고자 한다. 정부나 기업이 자신의 업무를 진행하면서 사회적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인 사회적인 혜택을 가져온다는 걸 이해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프레시안: 사회적기업 창업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는 젊은이가 소셜트레이더스를 찾아간다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

브룩스: 일 대 일 피드백을 주지는 못 한다. 일 대 일 피드백을 주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자원이 필요한데 소셜트레이더스는 작은 조직이다. 대신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한 달에 한 번 사회적기업 탐방과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참여해 사회적기업 현장을 방문해 체험할 수 있고 워크숍을 통해 사회적기업의 많은 사례와 연구 자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크런치(The CRUNCH)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참여 신청을 받으면 신청자의 아이디어가 상용화 가능한지, 시장성이 있는지 등을 평가해 생존과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6개월간 비즈니스 멘토링, 워크숍, 투자 설명회 기회 제공 등의 인큐베이팅 서비스를 받게 된다.

프레시안: 주로 어떤 곳에서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를 하나.

브룩스: 다양하다. 소셜트레이더스와 같은 사회적기업 중간지원 조직도 있고, 자선단체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투자하기도 한다. 정부에서 운영하는 펀드도 있다. 대다수는 자선 투자자들에 의해 투자가 진행된다. 다만 호주의 사회적투자 시장이 아직 잘 발전돼 있지 않은 편이다. 그래서 사회적기업이 자체적으로 주류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도 하지만 이런 자금은 단기자금인 경우가 많아 부담스럽다. 보통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는 하이브리드 형태로 이뤄진다. 갚아야 하는 자금과 갚지 않아도 되는 보조금. 갚아야 하는 자금도 대출 상환 기간이 상당히 길고, 이율이 낮으며 수익이 생길 때까지 2년 간의 상환 유예 기간을 두는 등 사회적기업의 안정을 위한 특화된 형태로 진행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다양한 종류의 금융 지원 체제를 만들어야 하고 사회적기업 투자 시장을 개발해 사회적기업 금융 시장을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정부가 사회적기업 투자를 늘리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0여 년 전에는 주로 빅토리아주와 같은 주정부가 사회적기업 투자를 해왔는데, 2009년부터는 연방 정부도 경기 부양책 일환으로 투자를 시작했다. 연방 정부에 이어 다른 주정부들도 사회적기업 투자를 시작했지만 아직 규모는 크지 않다.

프레시안: 소셜트레이더스도 정부의 투자를 받고 있나.

브룩스: 소셜트레이더스는 빅토리아 주정부로부터 50%, 민간으로부터 50%의 투자를 받고 있다. 빅토리아 주정부에서는 지난 2년 동안 400만 달러(약 46억 원)를 받았고, 계약을 연장해 앞으로 4년 동안 650만 달러를 지원 받는다. 기존 계약보다 지원금이 다소 줄었는데, 이는 다른 주정부의 지원을 통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점은 소셜트레이더스가 정부의 지원을 받기는 하지만 독립적인 조직이라는 점이다. 정부 기관으로서 역할보다는 좀 더 자유롭게 역할을 찾아 수행하고 있다.

프레시안: 소외계층의 사회적 서비스를 담당하는 사회적기업은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는 점이 큰 고민이다.

브룩스: 호주도 마찬가지다. 사회적기업을 지원해야 하는 데에는 세 가지 동기가 있다. 하나는 장애인과 같이 사회경제적으로 소외된 계층에게 직업 훈련과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야는 기업 자체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적으로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다. 정부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또 하나는 정부가 제공하지 못하는 지역 사회의 서비스를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기업을 만들어 제공하는 경우다. 이 경우에도 정부가 책임 의식을 갖는다. 마지막은 비영리 사회적기업이 여러 분야에서 정부와 기업, 자선단체들이 해야 할 사회적 책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프레시안: 소셜트레이더스에서는 '사회적기업상'(annual Australian Social Enterprise Awards Program)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효과는 어떠한가.

브룩스: 올해 처음 시상을 했다. 성공한 좋은 사회적기업을 찾아내 인정해주는 것이 목적이다. 상을 통해 사회적기업으로 인한 지역 사회의 혜택과 시장에서 성장 잠재력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킬 수 있다. 연방 정부 등이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다. 1회 시상식은 성공적이었고 앞으로 매년 개최할 계획이다.

▲ 소셜트레이더스 홈페이지에 게재돼 있는 2013 사회적기업상 수상 소식.

프레시안: 사회적기업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브룩스: 18~26세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일단 아이디어가 시장 잠재력이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라도 시장성이 없어서 정부나 자선단체의 지원금에만 의존하게 되면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다. 또한 사회적기업을 만든다는 것은 아주 긴 여정이다. 이를 견딜 수 있는 강력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 의지를 주변에 확신 시킬 수 있는 능력도 필요하다. 사회적기업을 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사회적 임무와 기업적 이익을 창출해야 하는 임무 두 가지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강한 열정과 강한 의지, 강한 끈기를 가져야 사회적기업을 성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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