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시장은 24일 서울시청에 열린 기자회견에서 "서울시가 세계 도시 경쟁력 대다수 분야에서 10위 안에 들어와 있지만 삶의 질 부분에서는 50~60위권으로 중진국 수준"이라며 "박근혜 대통령께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창조경제인데, 창조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창조적 발상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쉴 수 있고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복지 예산이 늘어나야 가능하다"며 "시민들이 평생학습과 재교육을 할 수 있는 바탕 위에 새로운 창조도 혁신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명박 시장 하면 '청계천', '뉴타운', 오세훈 시장 하면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박원순 시장 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는 뭘까? 박 시장은 "브랜드가 필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 시장은 "시장이 시민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자기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신화에 중독돼 있는 것 같다"며 "하나의 브랜드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사업을 게을리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14년 지방선거 출마와 관련해서는 "원칙과 상식을 지키는 정치를 위해" 당적을 바꾸지 않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치가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미리 내가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고 확언은 하지 않았다.
▲ 24일 서울시청에서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프레시안(김하영) |
다음은 박원순 시장의 기자회견 일문일답 요약이다.
-지난 2년 동안 보람 있는 일, 혹은 아쉬운 일 등 소회를 밝혀 달라.
"과거를 회고하고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짧은 임기 동안 정책을 새로 만들고 추진하며 숨가쁘게 달려온 시간이었기에 어떤 것이 아쉬운지 어떤 것이 보람 있는지 회고하기에는 짧은 시간이었다. (그래도 얘기하자면) 19개 구청과 영역별, 주제별 현장시장실을 나갔다. 현장에서 만났던 많은 분들에게서 감명도 받고 정책적 영감을 얻기도 했다. 시민들 말씀을 통해 내가 뭘 잘못하고 있는지 스스로의 자기비판 순간도 있었고, 동시에 보람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때는 스스로 좌절감이 드는 순간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책을 결정해 현실화 했을 때 시민들의 삶이 바뀌는 모습을 볼 때 한없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
힘들 때는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자, 좋게 생각하자 한다. 내 얼굴이 많이 환해지지 않았나.(웃음) 기자들과의 관계도 그렇다. 매일 스크랩돼 보고되는 서울시 관련 신문기사들을 보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대부분 쓴소리이니까. 그래도 억지로 읽었더니 많은 도움이 됐다. 서울시를 위한 지적들 아닌가. 그런 측면에서 국정감사도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었다. 서울시가 하는 많은 사업들을 검증 받는 시간이니까. 물론 오해이거나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도 있었지만 국정감사가 끝난 뒤 비서실장에게 제기된 이슈들을 총정리해서 실천하고 재점검하라고 지시했다. 늘 긍정적인 마인드로 시정을 펴고 있다."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하시나? 어떤 자세로 임하실 건가?
"방금까지도 예산안을 마무리하기 위한 회의를 하다 왔다. 부서들끼리 토론하고 논쟁하고 야단이다. 그 과정에서 외부위원이 좋은 아이디어를 냈는데, 10월이 돼서야 예산을 책정할 것이 아니라, 5~6월부터 다음 해 예산에 대해 큰 틀에서 토론해야 한다고 제안하더라. 그래서 내가 '내년부터는 그렇게 하자'고 했더니 어떤 간부가 '5월은 선거운동할 시간'이라고 하더라. 사실 내년에 선거가 있다는 걸 깜빡했다. 그렇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웃음) 오직 시정에 올인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으로 출마 하나?
"우니나라 정치 현실이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내년 선거 때 어떤 상황이 될지 내가 알겠나. 다만 정치를 하는데 원칙과 상식이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당이 인기가 없긴 하지만 이미 입당해 있는 마당에 민주당을 탈당해서 다른 신분으로 나간다는 것은 원칙과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아무튼 정치가 변화무쌍한 상황 속에서 미리 내가 고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시정에 올인해서 시민들의 지지를 받는 게 중요하지 않겠나."
-올해 무상보육 예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무상보육 예산은 국회와 중앙정부가 결정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나로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다. 비단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지방 정부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번 시도지사협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확인했다. 국회에서 심각하게 토론해 줄 것으로 믿는다. (부담 비율을 조정하지 않으면) 많은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의 사업소 수준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재정적 여유가 없는 지방 정부가 무슨 새로운 일을 할 수 있겠나. 이 기회 빌어 중앙정부에 요청한다. 복지는 시대적 흐름이다. 단순히 숫자의 싸움이 아니라 철학의 큰 변화와 결단이 있어야 한다. 어느 국가든 복지국가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홍역은 다 치렀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복지가 더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마을공동체 사업에 상당한 공을 기울였다. 마을공동체가 1500개라고 하는데 공동체성의 강화가 실질적으로 피부에 잘 와 닿지 않는 것 같다.
"눈에 띄는 걸 하려다 보면 외형적인 것에 매달린다. 내가 추진하는 상식과 원칙, 합리성과 균형의 시정은 어찌 보면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삶의 구체적인 변화들은 태도나 철학의 변화가 와야 하는 것이기에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마을공동체 사업이 2년 안에 구체적이고 뚜렷한 성과가 났다면 그게 이상한 것이다. 마을에 건물을 세우고 표지판을 세우는 것이라면 금방 표시가 나겠지만, 행복한 삶을 위해 모임을 하고 토론을 하고 마을기업을 일으키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절대 숫자에 연연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있다. 객관적 평가나 지표는 정확히 측정하되 문서상 숫자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창업보육과정을 통해 몇 몇의 청년이 입주하고 배출됐는지 보다 이 과정을 통해 얼마나 지속가능한 사업을 펼치느냐가 중요하다.
시민들은 거대한 사업보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삶의 소소한 변화, 예를 들어 어린이집을 가꾼다든지 좋은 평생학습 강좌들이 개설된다든지 등에 더 관심이 많다는 것을 느낀다. 특히 마을 공동체 사업 중 부모 커뮤니티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다. 서로 모여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비용을 지원하는데, 마을의 부모들이 모여 자기 아이들의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다 동네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 이런 진화 과정을 보면 공동체에 대한 욕구와 수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이야 말로 진정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대형 토목공사와 전시성 사업은 안 하겠다고 했는데, 경전철이나 세빛둥둥섬 등은 잠시 시간만 멈췄을 뿐 새로운 대안 제시를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있다.
"경전철과 세빛둥둥섬을 전시성 행정이라고 하는 거에 대해 이해하기 힘들다. 세빛둥둥섬은 시행사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해결됐기에 잘 운영해 정상화 시키는 일만 남았다. 내년 봄부터 많은 프로그램이 생기고 하반기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경전철에 대해서는 논쟁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전철은 시민들의 교통 복지적 차원에서, 선진도시로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철학적 원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우리는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가능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한다. 가급적 보행과 자전거를 이용하는 한편, 대중교통도 버스와 택시에서 철도 중심의 체제로 개편해야 한다는 것은 명약관화한 시대적 방향이다. 다만 재정이 문제인데, 재정은 지하철 9호선의 사례처럼 서울시가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갖췄다. 앞으로 국토부의 승인과 시민 검증 등의 재검토 과정에서 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일 중에 시장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건 무엇이 있나. '박원순 브랜드'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나는 시장이 시민들에게 인지될 수 있는 자기 브랜드를 가져야 한다는 신화에 중독돼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브랜드를 위한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순간 다른 사업들은 게을리 하게 돼 있다. 19개 구청의 10년 넘게 묵은 현안들 수천 건을 해결해줬는데, 기존 시장들이 안 해준 것들이다. 해야 할 일을 파일로 정리하고 있는데, 지금 500개는 될 거다.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다양하게 시장의 손길을 기다리는 일들이 있는데, 시장이 자신의 브랜드를 위해 올인할 수 있겠나. 다만 혁신 과정이 정상적 궤도에 올라가면 신경 안 써도 되는 일들이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서울 시정에 비정상적인 일들이 많다. 지하철 9호선 그 엉터리 계약을 보고 정말 분노했다. 그래서 계약 심사단에 변호사를 고용해 웬만한 계약은 다 검증을 거치게 만들었다. 혁신이 중요하다. 서울시 행정의 패러다임을 바꾸고자 노력 중이다. 내년 임기까지는 행정을 정상화 시켜 수레바퀴처럼 잘 굴러가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게 박원순 브랜드보다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복지예산은 어느 정도까지 늘릴 계획인가?
"서울시가 세계 도시경쟁력 많은 부분에서 10위 안에 들어와 있다. 그런데 삶의 질 부문으로 가면 50~60위권이다. 전체 한국도 마찬가지다. 삶의 질은 중진국 수준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창조경제가 되기 위해서는 삶의 질이 높아져야 한다. 시민들이 쉴 틈이 있고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창조적 발상이 나온다. 이를 위해서는 복지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 복지예산 30%를 공약했고 달성했지만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시민들이 안식 속에 뭔가 새로운 학습과 재교육 받을 수 있는 바탕 위에 새로운 창조도 혁신도 일어날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정말 힘들더라도 복지 예산만은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의 경제 성장에 대한 비전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몇 가지 정리한 방향이 있다. 첫째, 서울시의 미래 먹거리는 관광과 엔터테인먼트에 있다고 본다. 그래서 관광과를 만들어서 국장을 임명했다. 여러 가지 인프라를 고민 중이다. 둘째, 서민경제를 담당하는 골목상권과 재래시장과 관련해 올해 안에 혁신안을 발표할 것이다. 셋째, 지식중심도시가 돼야 한다. 특허도시로 가야 한다. 특허분쟁 재판소를 서울시에 유치했다. 서울시 공무원의 경우 직무 발명으로 인해 이익이 생기면 절반을 공무원에게 주는 등 지적 재산을 위한 활동들을 다양하게 실천하고 있다. 또한 융복합 단지가 들어설 마곡단지나 70년대 경제 개발을 이끈 국책연구기관들이 많은 홍릉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넷째, 도심 산업도 되살아나야 한다. 성수동 수제화 거리, 종로 보석 상가, 약령시 등을 지원하고 있다. 다섯째, 이미 있는 산업단지들을 잘 키워야한다. G밸리는 1만 개의 중소기업이 모여 있는데 잘 지원하면 첨단 산업 단지가 될 거라 믿는다. 마지막으로, 서울시는 역대 어느 시기보다 많은 외자유치가 이뤄지고 있다. 한국 경제 전체는 힘들지만 서울에는 직접 투자가 많아져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정부와 함께 서울 경제를 일으키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이겠다."
-서울시 공무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무한한 신뢰와 존경을 갖고 있다. 지하철 9개 노선은 하루에도 수천 대의 전동차가 다니는데 투자가 적음에도 불구하고 사고율과 안전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폭설 제거도 서울시 경계로 들어오는 순간 다르다는 소리도 있지 않나. 다만 저는 완벽주의자여서 초기에는 공무원들을 많이 괴롭혔다. 어느 순간 서울시 공무원들 얼굴이 누렇게 변하는 것을 보고 최근에 와서는 많이 자제하고 있다.(웃음) 아무리 좋은 일이라 할지라도 직원들과 함께 꿈을 공유하고 비전을 나누지 않으면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잘 맞춰 나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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