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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오물' 치우지 않으면 사법부 영원히 불신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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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철 '오물' 치우지 않으면 사법부 영원히 불신 받아"

[토론회] "이용훈 대법원장도 책임져야 한다"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파문이 날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사법부에 대한 일반인의 불신이 커지고 사법 파동이 올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외압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10일 서울 서초동 서울변호사교육문화관에서 '수렁에 빠진 사법부, 어디로 가야 하나'라는 제목으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자들은 철저한 진상 조사와 함께 이용훈 대법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뢰인이 '위에서 지시하는 대로 하는군요'라고 하더라"

김갑배 변호사(전 대한변협 법제이사)는 "법원장이 재판에 압력을 행사했을 경우 법원장이 어떤 외부 압력을 받았는지 여부도 밝혀야 한다"며 "상식적으로 외압을 밝히지 못한 채 신 대법관이 판사들에게 의중을 얘기하고 당부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갑배 변호사는 "원래 사법부 독립은 외압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생각해왔고, 그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왔다"며 "이제 외압은 상당히 사라져 법관 스스로 양심에 따라서 재판하는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데 이번 사건으로 분명히 드러난 것은 법원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법원장이 재판에 개입할 수 없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지냈던 문흥수 변호사는 신 대법관의 이메일과 사건 배당 문제를 두고 '사법 행정'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흥수 변호사는 "사법 행정과 재판은 엄격히 구분되는 중요한 문제"라며 "일반 국민들은 잘 알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최고의 법률가라는 대법원장마저 헷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 변호사는 "사건 배당이 기본적으로 재판권이라는 것이 선진국 변률가들의 통설"이라며 "배당은 재판의 첫 단추인데 이것을 사법 행정으로 보는 선진국 법률가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사법 행정으로 임의로 사건 배당을 좌우할 수 있다는 예규 자체가 위헌"이라며 "군사독재시대를 거치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사법 파동이 있었지만 한 번도 제대로 된 법원의 민주화, 헌법에 합치되는 사법 개혁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문 변호사는 "재판 진행 역시 순수한 재판권의 문제"라며 "신 대법관의 이메일은 재판 진행을 이래라 저래라 하는 지시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어제 찾아온 의뢰인도 '위에서 다 지시하는 대로 하는군요'라고 말하더라"며 "암담했다. 법원에 대한 일반의 불신이 이렇게 깊어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신 대법관과 대법원장이 쏟아놓은 오물을 대법원이 치우지 않으면, 영원히 우리 법원은 불신을 뒤집어쓸 수 밖에 없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실 대법원이 진상 조사를 하는 것조차도 우스운 일"이라며 "진상 조사에 나선 이들이 모두 간과하는 것은 사건의 본질은 이메일이 재판권을 실제로 침해했냐가 아니라 침해의 가능성이 있느냐, 위헌성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압력 여부, 단독 판사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중요"

임지봉 서강대 교수는 "신영철 대법관의 메일을 보고 압력을 느꼈다면 판사의 자격이 없다"는 이용훈 대법원장의 발언을 두고 "대법원장의 말은 많은 판사의 마음에 큰 상처를 남길 수 있다"며 "법관의 인사 제도를 놓고 봤을 때 굉장히 부적절한 말이라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지봉 교수는 "전국에 2300명이 넘는 판사가 있는데 그 모든 판사의 인사권과 보직권을 대법원장이 독점하며 법원이 피라미드 구조로 이뤄져 있다"며 "자의적일 수밖에 없는 항목으로 구성된 근무평정이 승진 여부를 결정적으로 좌우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따라서 법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판사에게 굉장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원장은 자신은 압력 행사할 의도가 전혀 없었다고 말한다고 해도 그 의도는 중요하지 않다"며 "오히려 근무평정 대상자인 단독 판사의 눈에 법원장의 이메일이 객관적으로 어떤 메시지로 비춰졌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이는 성희롱을 판단할 때와 마찬가지의 문제"라며 "가해자가 어떤 의도로 했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모멸감을 느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는 "또 신 대법관의 변명이 법과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경우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신 대법관은 전기통신기본법 위헌 제청을 기각하라면서 '미국 연방 대법원이 50년간 위헌 결정을 한 번도 안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이는 역사적 사실을 편의적으로 왜곡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에서 위헌 심사제를 창안했을 당시 대법원은 존립을 위해, 정치적 공격 피해가기 위해서 50년간 위헌 판결 하나도 내리지 않았지만, 이후 수많은 연방 법, 주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마치 미국 대법원 초기 50년의 경우를 전체적 경향인 양 얘기하면서 판사들에게 '위헌의 의심도 가지지 마라', '합헌이라는 전제에서 기계적 판결을 내리라'고 종용한 것은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사건의 본질 모르는 대법원장도 사퇴해야"

토론자들은 한결같이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 만으로도 신영철 대법관의 사퇴 사유가 된다고 강조했다. 김갑배 변호사는 "신 대법관의 발언 자체가 재판 간섭에 해당한다"며 "발언 자체가 금지 행위로 봐야지, 법관에 따라 영향 받는 이, 안 받는 이가 있었다는 차원에서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지봉 교수는 "헌법에 규정된 탄핵 사유는 간단하다"며 "법관을 포함한 고위 공무원들의 직무상 행위가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할 때"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 기각 결정 당시 이 법 조항에 '중대한'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다는 것이 암묵적으로 판결을 통해 밝혀졌다"며 "이번 사건의 경우 지금까지 밝혀진 것만 하더라도 국회 청문회에서 위증을 하고, 헌법을 위반하는 등 중대한 위반 행위가 있다"고 말했다.

문흥수 변호사도 "이미 나온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사건의 실체를 알고도 남는다"며 "특히 이용훈 대법원장이 신 대법관과 같이 법을 해석한다면 대법원장의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본질은 신 대법관 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그 행위가 가진 가능성"이라며 "이것도 모르는 대법원장은 사퇴해야 하고 새로운 대법원장이 전반적 사법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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