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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신영철 대법관이 사퇴해야 하는 법률적 이유

[기고] 신 대법관의 '비법률가적' 변명을 듣고

지금 우리는 군부독재 시절에 살고 있는가?

지금 우리의 사법부는 군부독재 시절의 사법부인가?

작금의 신영철 대법관 파동을 지켜보면서 필자는 우리가 사는 현재가 과연 어느 시대이고 우리의 사법부는 어디에 서 있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모든 법률가들의 선망의 대상이자 최고의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할 대법관직이 오욕의 자리로 전락하고 만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또한 그 자리를 지키고자 법률가로서는 도저히 하기 힘든 궁색하고 비법률적인 논리를 내세우며 자리 보존에 급급한 신영철 대법관의 모습에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필자는 지금부터 신영철 대법관 파동에 대한 '법률적 진실'에 접근하고자 한다. 그럼으로써 다시는 사법부의 오욕이 되풀이 되지 않고, 후배판사들을 '사법행정'이라는 미명하에 억압하는 고위법관이 나오지 않기를 고대한다. 또한 그럼으로써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받고 모든 판사들이 존경이 대상이 되는, 국민을 위한 사법부가 되기를 바란다.

헌법 제103조에 의한 '법관의 독립'의 중요성

우리 헌법은 제103조에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고 규정함으로써 사법권 독립의 중핵인 '법관의 독립'을 선언하고 있다. '법관의 독립'은 지난 군부독재 시절 자행되었던 정치권력, 행정부의 사법부 유린과 같은 오욕의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천명된 것이다.

또한 이는 재판을 담당하는 모든 법관이 정치권력, 다른 국가기관, 사법관료, 금력, 여론의 부당한 압력 등 법원 내·외부 일체의 세력으로부터 독립하여 오로지 헌법과 법률에 입각한 법조적 양심에 따라 재판을 해야함을 뜻한다.

만약 '법관의 독립'이 훼손당하거나 훼손될 추호의 여지라도 있다면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에 대한 근본적인 침해가 발생하고, 따라서 우리 헌법상의 근원적 원칙인 법치주의의 근간을 심대하게 훼손할 것이다.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함으로서 독립한 사법권을 부여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지키려고 하는 우리 헌법의 근본적 결단을 무너뜨릴 것이다.

따라서, 개별 법관에게 압력으로 또는 부당한 간여·지시로 느껴질 만한 의견 표명이나 지시·관여 등의 행위는 설사 그것이 사법행정적인 측면에서 개별 법관의 상관인 법원장이나 상위 법관에 의한 것이라도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다만 법원조직법 제29조 제3항은 법원장이 '그 법원과 소속지원, 시·군법원 및 등기소의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며, 소속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사법행정사무 또는 소속공무원에 대한 지휘·감독의 구체적 의미에 따라 작금의 신영철 대법관 파동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여지가 있다.

이에 대하여 이용훈 대법원장은 '사법 행정이냐, 재판 간섭이냐는 판단을 어떻게 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미묘한 문제다. 판결에 오자가 있다고 하면 법원장이 그걸 고치라고 얘기할 수 있다. 그걸 간섭이라고 할 수 없다. 법률 조문을 잘못 적용하면 고치라고 얘기도 못하나. 그걸 간섭으로 느끼는 것은 곤란하다"라고 말한 바 있다(한겨레신문, 2009. 3. 7. 보도).

▲서울 서초동 대법원의 조형물에 대법원 전경이 일그러진 채 비쳐지고 있다. ⓒ뉴시스

사법행정사무 및 재판의 의미와 사법행정사무의 한계

재판은 '법률상 쟁송', 즉 법률적 다툼에 대해 심리하고 판단하는 작용을 말하고(법원조직법 제2조 제1항) 이러한 심리·판단에는 본질적으로 소송절차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에 관한 소송진행 사항, 소송지휘권의 행사 등도 포함된다고 할 것이다.

반면 사법행정사무는 사법부에 존재하는 행정사무를 의미하는 것으로, 위와 같은 재판작용 또는 사법작용에 부수하여 생기거나 그러한 작용을 지원·운영·관리하기 위한 행정사무를 의미한다.

그리고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고 사법행정사무에 관하여 관계 공무원을 지휘·감독하고(법원조직법 제9조 제1항), 대법원에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기 위해 법원행정처를 두도록 하고 있다(법원조직법 제19조).

그러므로 사법행정사무는 위와 같이 법원행정처가 관장하는 업무인 인사·예산·회계·시설·통계·송무·등기·가족관계등록·공탁·집행관·법무사·법령조사 및 사법제도연구에 관한 사무 등에 관한 사무를 의미한다.

따라서 사법행정사무는 위와 같은 재판작용 또는 사법작용을 포함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고, 그러한 작용을 담당하는 업무는 헌법 제103조 따라 개별 법관에게 귀속된다고 한 것이다. 다시 말하여 재판작용 또는 사법작용을 담당하는 업무는 헌법 제103조 따른 개별 법관의 고유한 업무라 할 것이다.

결국 법원장이 법원조직법 제29조 제3항에 따라 법원의 사법행정사무를 관장하고 소속 공무원을 지휘·감독한다고 하더라도 법원장은 재판작용, 즉 법률상의 쟁송에 관하여 심리하고 판단하는 업무에는 관여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

하급심 법원도 "법관은 재판을 행함에 있어 헌법과 법률에만 구속될 뿐 다른 어떠한 국가기관으로부터도 지휘·감독 및 기타의 간섭을 받지 않고 독립하여 그 직무를 행사하는 것이어서 위 피고(대법원장을 말함)가 법관의 재판진행에 지휘·감독이나 간섭 기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라고 하여 위와 같은 점을 명확히 확인하고 있다(서울지법 북부지원 1997. 11. 5. 선고 97가합10103 판결).

또한 우리 헌법학의 태두인 김철수 교수도 사법행정의 의미에 대하여 '사법재판권의 행사나 재판제도를 운영·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일체의 행정작용'이라고 정의하면서 법관 등의 인사행정, 법원의 조직·구성 등의 운영·관리, 청사 등 법원제반시설에 있어서의 물적 시설관리, 회계, 예산, 보수 등 재무관리로 구분한다(김철수, 헌법학개론 제19전정신판, 1568쪽).

따라서 지금까지 드러난 신영철 대법관의 행위는 헌법 제103조를 중대하게 훼손하는, 개별 '법관의 독립'된 재판권 행사를 중대하게 제한하거나 침해하는 위법·부당한 재판 간섭이자 간여라고 봄이 당연하다.

e메일 보낸 행위에 대한 신영철 대법관의 비법률가적 변명

신영철 대법관은 "헌법재판소법 제42조 1항에 따르면 위헌심판 제청된 사건은 재판을 중단하게 돼 있지만 나머지 사건은 그대로 진행하는 것이 법원의 명령이다. 그런 취지를 e메일로 보낸 것일 뿐"이라며 "법대로 재판하자는 얘기였다"고 말했다(경향신문, 2009. 3. 7. 보도).

그러나 위 조항은 "법원이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제청한 때에는 당해 소송사건의 재판은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정지된다. 다만, 법원이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종국재판외의 소송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라고 규정되어 있을 뿐이다.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지 않은 다른 사건(이른바 병행사건)에 관하여 어떻게 할 것인지, 즉 재판을 진행하여 판결을 선고할 것인지, 재판을 중지하여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온 후에 재판을 진행하여 선고할 것인지에 관하여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또한 그 이외 어떤 법률도 그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헌법재판소가 제청된 법률에 대해 위헌을 선고한다면 이미 선고된 판결은 위헌인 법률을 적용한 잘못된 판결이므로 상급심에서 이는 파기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측면을 고려할 때 헌법재판소의 결론이 나올 때까지 병행사건의 재판을 중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할 것이고, 그렇게 해온 것이 법원의 관례였다.

그러므로 신영철 대법관의 말은 그야말로 법률가의 말이 아닌 정치화된 말에 지나지 않는다. 백 보 양보하여 병행사건에 관하여 재판을 중지하지 않고 진행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더라도, 법원장이 그 재판 진행여부에 대해 개별 법관에게 구체적으로 지시하고 관여할 수 없다.

이는 검찰청법 제8조가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이다. 일사불란한 지휘체계를 필요로 하는, 행정부의 법무부장관이 법무부 소속기관인(정부조직법 제27조 제2항) 검찰청장 소속의 검사에 대해서도 구체적 사건을 지휘·감독하지 못하고 일반적 지휘·감독만 한다는 얘기다.

하물며 헌법에 따라 독립성이 보장된 개별 법관에 대해 법원장이 일반적 지휘·감독을 넘어 구체적으로 재판 진행 및 판결 선고 등에 대해 지휘·감독할 수 없음은 당연한 이치다.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헌법이 규정한 '법관의 독립'은 근본적으로 침해될 것이기 때문이다.

신영철 대법관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범죄, 분쟁에 대해 재판을 담당함으로써 사회·법적 평화를 유지하고 행정부의 권한 비대(肥大)와 남용(濫用)을 억제함으로써 국민의 자유(自由)와 인권(人權)을 보장하는 최후의 파수꾼이자 보루(堡壘)인 개별 법관에게 부여된 '독립된 재판권 행사'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영철 대법관의 지금까지 드러난 행위는 헌법을 무시하고 부정하는, 법관으로서는 해서는 안 될 행위였다. 그러므로 그는 법률 해석·적용에 있어서 최고의 자리이자 존경의 대상이 되는 대법관에서 당장 물러나야 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법부를 오욕의 구렁텅이로 빠트리지 않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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