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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당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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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우리당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

[인터뷰] 김헌동 "우리당 부동산대책 초안, 조속히 정책화되길"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한나라당이 지난달에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을 당론으로 채택한 이후 열린우리당도 공공택지에서는 전량 공영개발을 하고 주택분양도 '대지임대부 주택분양'을 포함해 다양한 주택공급 방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주택공급 방식은 현 정부·여당이 그동안 수 차례 대형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도 한번도 건드리지 않은 부분이다. 이 때문에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현 정부가 집값을 잡을 의지가 없다고 혹평을 해 왔다. 건설사들에게 폭리를 보장해주고 분양가를 높이는 기존의 주택공급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주택공급을 아무리 대규모로 하더라도 부동산 시장을 더욱 불안정하게 할 뿐이라는 것이 이들의 주된 논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당의 부동산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이미경)가 한달여 간 검토해 온 주택공급제도 개선방안의 기본 윤곽을 최근 밝혔다. 이 방안은 그동안 시민단체나 학계에서 강조해 온 내용을 많이 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는 우리당이 준비도 미흡한 상황에서 대중에 영합하기 위한 정책 제시를 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던지고 있다. 그런가 하면 그동안 주택공급제도 개선에 대해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 왔던 정부 내 경제부처가 이번 우리당의 제안에 대해서도 저항함으로써 이 안이 피어보지도 못하고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그동안 주택공급제도 개선을 요구해 온 경실련의 김헌동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본부장을 만나 현재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부동산 정책 방안들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김 본부장은 일단 우리당의 정책 방안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택공급제도 개선방안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었다.

인터뷰는 14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에 있는 김 본부장의 사무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공급자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주택공급제도 개선 물꼬 트였다"

▲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 본부장. ⓒ 프레시안

프레시안 : 현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해 호의적인 논평을 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어떤 이유에선가?

김헌동 : 시민단체가 무슨 반대만 하는 사람들인가. 우리당 부동산대책특위가 마련한 정책 초안은 공급자(건설사)와 투기세력을 위한 부동산 정책을 소비자, 서민을 위한 정책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담고 있다. 과거에는 공기업이 택지를 개발한 뒤 민간 시행사에 그 택지를 분양하고, 시행사는 또다시 민간 시공사에 하도급을 줘 주택을 지어 분양하는 방식이었다. 경실련이 몇 차례 실증 분석해서 드러낸 것(☞관련기사보기;경실련, "동탄 건설업체들, 1조2천억 부당이득")처럼 이같은 다단계 하도급 구조는 건설사들이 폭리를 가져갈 수 있게 했고, 소비자는 높은 분양가를 부담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번 우리당의 초안은 이를 전면 개선하는 것이다. 서민주거 안정이라는 공공택지 개발의 취지에 부합하도록 공공택지는 모두 공영개발하겠다는 것이 정책 초안의 핵심이다. 초안에서 검토되고 있는 대지 임대부 주택 분양 방식이나, 환매조건부 주택분양 방식, 공공임대 방식 모두 정부와 소비자가 직거래하는 방식이다. 이런 안을 오래간만에 내놓았으니 우리라고 환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프레시안 : 초안은 앞으로 공급될 주택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집값 안정에 기여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헌동 : 동의하지 않는다. 초안은 투기과열지역, 즉 수도권 전역에서 공기업이 개발하는 택지에서 모두 공영개발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 공급되는 주택의 90% 정도가 공공이 개발한 택지에서 공급되는 것이다. 수도권은 약 70%가 된다. 지금까지 집값을 끌어올린 것은 대부분 공공택지에서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하는 대규모 주택단지들이었다. 집값을 끌어올리는 핵심 구조를 없애면 당연히 집값은 안정되지 않겠나.

프레시안 : 일각에서는 여전히 정치권의 고민이 어느 정도 돈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수준에 맴돌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방향을 좀 더 아래로 틀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김헌동 : 그런가? 그렇다면 다소 오해가 있거나, 새로 도입되는 주택공급 방식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그런 주장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 나온 방식대로 하면 극빈층이 아닌 한 주택을 소유할 수 있는 계층의 폭이 지금보다 크게 넓어진다. 지금은 웬만큼 돈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혹은 은행에서 엄청난 금액을 대출하지 않고서는 집을 소유하기 힘든 상황 아닌가. 이에 비춰보면 이번 안은 서민들이 주택을 가질 수 있게 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돈 없는 서민도 내집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 김헌동 본부장. ⓒ 프레시안

프레시안 : 도대체 얼마를 손에 쥐고 있으면 내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안인가?

김헌동 : 경실련이 수 차례 말해 왔지만, 전국 어디서 아파트를 짓든 간에 실제 건축에 들어가는 돈은 평당 300만 원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각종 부대비용을 합치면 평당 350만 원이 건축비로 들어간다. 이를 서민들이 선호하는 20평 아파트에 적용하면 주택수요자가 부담하는 건물 값은 약 7000만 원 정도다.

여기에 택지비가 더해진다. 판교나 동탄 신도시를 기준으로 따져 보면, 택지비는 평당 200만 원 내외가 된다. 용적률을 200%라고 가정할 경우 20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택지는 10평이고, 결국 20평 아파트에 들어가는 택지비는 2000만 원이다.

결국 아파트 값은 택지비와 건축비를 합쳐 9000만 원 선에서 결정된다. 이를 토지는 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인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에 따라 아파트를 분양할 경우, 주택 소비자는 건물 값으로 7000만 원을 지급하고 토지 임대료로 월 15만 원(시중금리 6%로 계산)만 내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건물 값도 일부를 대출받아 충당하면 실제 손에 3000만 원 안팎의 돈만 있으면 아파트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또 초안에 나오는 주택공급 방안 중 하나인 공공임대의 경우에는 '대지 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으로도 혜택을 보지 못하는 계층에게까지 안정적인 주거공간을 제공할 수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현재 지급하고 있는 주거안정보조금 15만 원을 조금 더 올려주면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관료 출신 정치인이 빠지니 정책이 180도 바뀌었다"

프레시안 : 지금까지 정부나 여당에서 나온 부동산 정책과 비교해 보면 이번 부동산 특위가 검토하고 있는 대책은 상당히 궤를 달리하고 있는 것만큼은 사실이다. 특히 그 내용들은 대부분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나 소비자 단체들이 요구해 왔던 것들이기도 하다. 우리당이 지금에 와서야 시민사회의 의견이 반영된 정책을 내놓고 있는 이유는 뭐라고 보나?

김헌동 : 부동산 문제를 풀 수 있는 답을 알아야 할 당 정책위원회 구성원들이 그동안에는 대부분 과천, 즉 관료 출신들이었기 때문이다. 당 정책위를 이끌었던 김진표, 홍재형, 강봉균, 변재일 등이 모두 관료 출신 아닌가. 수 차례 강조해 왔지만 경제나 건설 쪽 관료들은 기본적으로 업계 편향적이다. 반면 정책위 밖의 의원들은 부동산 문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고, 관심도 부족했다. 즉 의도적 회피와 방관이 오늘날의 집값 폭등을 불러온 것이다.

현직 관료집단이 정치권이나 청와대에 대고 엉터리 통계로 사실을 왜곡한 점도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지 못한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청와대에서는 현 정부가 집권한 이래 집값이 14%만 올랐다고 말했다. 물가상승률보다도 안 올랐다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했다. 또 부동산 폭등이 강남 등에 한정된 국지적인 현상이라고도 했다. 모두 다 관료들이 내민 엉터리 통계만 보고 말했던 것이다.

이번 부동산대책특위는 변재일 의원 한 명만 관료 출신이다. 특위 구성이 달라지니 정책이 180도 달라진 셈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까지는 업계 편향적인 인사들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주물러 왔다면, 이번에 획기적인 안이 나온 것은 이들의 간섭이 적었기 때문이다.
▲ 김헌동 본부장. ⓒ 프레시안

그동안 우리당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서만큼은 분명히 허수아비였다. 11.15 대책만 해도 업계의 이익을 대변하는 건설산업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와 보수언론들이 괜찮다고 한 방안, 경제단체의 주장을 짜깁기해서 딱 일주일만에 발표된 것 아닌가. 좀 과장하면 그때 당과는 발표 당일 2시간 남짓 논의했을 뿐이고, 그것도 관료출신 정치인인 강봉균 의원 등과 이야기하고 발표하지 않았나.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하더라"

프레시안 : 아직 부동산대책특위의 안은 초안에 머무르고 있다. 앞으로 당정협의 등 이 정책이 현실화되기까지 여러가지 절차와 단계를 밟아야 한다. 또 기존 부동산 정책과 순조롭게 조화를 시켜야 하는 문제도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과연 부동산대책특위의 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던지고 있다.

김헌동 : 지난 4~5년 동안 집값을 폭등시킨 주범인 개발 5적(☞관련기사보기; "'건설5적', 재벌-관료-정치인-언론-학자")들이 또다시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안을 만든 우리당 사람들도 "내부의 적이 가장 무섭다"고 귀띔 하더라. 그러나 나는 이번만큼은 별로 걱정하고 싶지 않다. 이미 국민들이 개발 5적이 누군지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개발 5적도 공공연히 발목을 잡는 행위를 하지 못할 것이다. 한 예로 한나라당이 대지 임대부 건물 분양 안을 당론으로 채택했을 때도 건설 5적들은 드러내 놓고 반대하지 못했다. 지금 갑자기 개발 5적들이 우리당 특위의 안에 흠집을 내기 시작하면, 스스로 개발 5적임을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된다.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겠는가?

또 내년은 대선이다. 개발 5적이 원하는 대권후보조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드러내놓고 반대하지 못할 것이다. 더구나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은 우리당이 제시한 것 이상의 안, 즉 공공택지를 공영개발하고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한편 현재의 선분양제가 아닌 후분양제로 하겠다는 안을 내놓은 것을 고려하면, 개발 5적은 한동안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누군가가 개혁적인 부동산 정책에 발목을 잡는다면, 그것은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결과를 자초할 것이다.

프레시안 : 긴 시간 동안 수고했다.

김헌동 : 하루라도 빨리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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