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 토지정의시민연대의 남기업 사무처장은 현재의 왜곡된 주택공급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부동산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기는 하겠지만 그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없다는 요지의 글을 <프레시안>에 보내왔다. 새로운 주택공급 제도 개선안은 앞으로 지어질 아파트에 대해서만 영향을 미치고 이미 지어진 아파트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친다는 것이 남 처장의 생각이다.
남 처장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을 점차적으로 줄여나가는 방안이어야 근본적인 부동산 대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구체적으로는 토지 보유세를 점차적으로 높여갈 것을 제안한다. <편집자>
현재 거론되고 있는 부동산 문제 해법들
현재 부동산 문제의 해법 논의는 주로 분양제도를 개선하는 데 맞추어져 있고, 분양제도 개선은 분양가 인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는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이 발의한 '토지임대-건물분양 방식의 주택공급', 주로 정부와 여당이 말하고 있는 '토지와 건물을 모두 분양하는 환매조건부 방식의 주택공급', 경실련이 제안하는 '택지비와 건축비의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해서 거품을 뺀 주택공급'이 그것이다.
언론과 방송매체도 여기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토지임대부 방식에서 임대료가 얼마인지, 국공유지가 부족한 우리나라에 적용할 수 있는 건지, 막대한 토지수용비를 어디서 충당할 건지, 싱가포르에서 시행하고 있다는 환매조건부가 우리나라에서도 가능한 것인지, 그동안 건설사가 택지비와 건축비를 부풀려서 얼마나 많은 불로소득을 챙겨왔는지, 그리고 이 거품을 제거하면 분양가가 얼마나 낮아지는지가 주된 관심의 대상이다.
여러 정책 방안들이 서로 경합하고 있지만, 필자가 보기엔 위에 언급된 세 가지 방식을 다음처럼 정리하여 통합하는 것이 분양제도 개선의 가장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세 가지 분양방식을 결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일단 분양가를 확실히 낮추려면 토지는 팔지 말고 임대하는 것이 좋다. 다시 말해 주택가격에서 토지가격을 빼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편 토지를 팔지 않고 임대하는 것은 국공유지 비율을 높여야 하는 우리나라로서는 마땅히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도 하다. 이에 더해 경실련이 주장하는 것처럼 건축비의 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까지 추가하면 건물 분양가를 평당 300만 원 이하로 낮출 수 있다. 기존 가격의 '반값'이 아니라 1/3 내지 1/4에도 분양이 가능하다.
이렇게 분양방식을 토지임대부로 통일하되, 임대료 징수액의 정도에 따라 다음과 같은 두 가지 방식을 병행해서 실시하면 된다.
하나는 토지임대료를 시장임대료에 가까운 수준에서 환수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중산층 이상에 공급되는 주택에 적용하기에 적합하고, 불로소득이 거의 생기지 않기 때문에 전매금지를 설정할 필요도 없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임대료를 낮게 책정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무주택 서민들에게 공급되는 아파트에 적용하기에 적합한데, 이럴 경우에는 건물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초기 분양자가 불로소득을 취하는 것을 막기 위해 환매조건부로 해야 한다. 환매조건부로 하지 않고 5년 내지 10년 후에 전매가 가능하게 해주면, 청약열풍이 불고 투기가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앞으로의 주택공급 방식을 토지임대부로 하되 경실련이 제안하는 '건축비의 거품을 빼는 방식'을 추가하고, 임대료 부과 수준에 따라 환매조건의 적용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는 것이다.
분양제도 개선만으로는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
우리가 이렇게 분양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다 보면 빠지기 쉬운 착각이 있는데, 그것은 분양제도만 개선하면 전체 부동산 가격이 하향안정화된다는 생각이다. 분양제도를 개선해서 분양가를 50% 이하로 낮추면 다른 부동산 가격도 그것에 맞추어 떨어질 것이라는 착각이 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공급방식을 바꾸어도, 새로 공급된 주택이 기존 주택의 가격에는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우선, 새로 공급되는 주택이 전체 주택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기 때문이다. 해마다 30만~40만 호의 주택이 공급되는데, 그것이 1300만 호에 달하는 기존 주택의 가격을 어떻게 떨어뜨리겠는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또 다른 이유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공급되는 주택의 가격은 서로 다르게 형성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토지임대부 방식은 임대료를 시장임대료 수준에서 환수한다는 것으로, 다른 말로 하면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기존 부동산은 세금으로 토지불로소득 중 일부를 환수할 뿐이다.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건물과 그렇지 않은 것 간에 가격차이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할 것이다.
토지임대부 주택공급 제도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
사정이 이러하다면, 정말로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은 기존의 부동산이다. 이뿐 아니라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도 기존의 부동산 가격 하향안정화와 함께 하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기존 부동산 가격이 계속 상승하는 것을 보는 토지임대부나 환매조건부 주택의 거주자들은 임대료를 낮춰달라거나 환매조건 대상에서 빼달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한마디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토지임대부의 의미는 크게 퇴색하게 된다.
한편, 기존 부동산 가격을 하향안정화시키는 것은 한국경제 전체를 생각해봐도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다. 기존가격을 하향안정화시키지 않는 이상 한국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극복하기 어렵고, 수출과 내수 간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어려우며, '열심히 노력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라는 보편적 정의 실현을 불가능하게 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분양제도 개선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 모든 부동산에 공통으로 적용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이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제안하려 한다. 이 개념은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지만, 그것의 정신과 정책수단의 단초는 이미 토지임대부 방식을 제안한 홍준표 의원의 공청회 발제문에 잘 나타나 있으므로 그것을 통해서 살펴보기로 하자.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홍준표 의원은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진정한 대안은 그 핵심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문제는 결국 토지 문제로 귀결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므로 건물과 그 건물이 입지하고 있는 토지를 구분해서 접근하는 경우 부동산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홍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핵심은 건물이 아니라 토지에서 발생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러면서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토지에서 발생하는 불로소득이 투기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홍의원의 주장을 계속 들여다보자.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낡아져서 그 가치가 하락하는 반면 토지는 인구증가와 사회발전에 의해 가치가 상승한다. 건물투기는 바로 이 상승하는 토지가치를 불로소득으로 얻기 위해 일어나는 것이다. 즉 건물투기의 본질적 원인은 토지불로소득이다."
홍 의원은 부동산 문제의 본질적인 원인은 토지불로소득이라고 말한다. 투기는 바로 토지불로소득을 얻기 위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진정한 대안은 원인을 제거하는 것이라고 하였으므로, 결국 토지불로소득을 제거하면 부동산 문제는 해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주장을 듣다 보면, 홍 의원이 제시한 토지임대부 방식은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다 환수하는 것처럼 생각될지 모른다. 하지만 홍 의원이 실제로 발의한 법안은 토지불로소득을 완전히 환수하는 방식은 아닌 것 같다. 홍 의원의 토지임대부 방식은 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을 국지적으로 적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토지임대부 방안이 의심받는 이유…한나라당의 원죄
홍 의원이 제안한 방안은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물론이고 상당수 국민들에게서 별로 환대를 받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그것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대해 가장 앞서서 반대해 온 정당이라는 데 있다.
물론 한나라당이 과거에 그랬다고 해서 지금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자고 주장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다. 그러나 최소한 그런 주장을 하려면 과거의 행동에 대한 해명과 반성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홍 의원과 한나라당은 이런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니, 지금까지 부동산에 대한 한나라당의 행태를 잘 알고 있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국민의 상당수가 그 저의(底意)를 의심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한나라당의 당론인 토지임대부 주택분양 방식이 수정·보완되어 통과되려면, 특히 국민들의 지지 속에 입법되려면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토지불로소득 환수에 반대해 왔던 것에 대한 분명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그 법안의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홍 의원이 출연한 토론회를 보면 그가 토론 상대자나 국민들이 자기 주장의 진의를 몰라주는 것에 대해 답답해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는데, 홍 의원은 자신의 제안이 왜 그런 반응을 받고 있는지를 진지하게 숙고해봐야 할 것이다.
토지불로소득 환수의 가장 좋은 방법은 토지보유세 강화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안은 토지의 가치를 반영하는 지대를 과세표준으로 한 토지보유세의 점진적이고 지속적인 강화다. 또 보조적인 수단으로 양도소득세를 강화하고,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환수 비율을 높이는 것이다.
그동안 보수신문들은 "세금 가지고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해 왔는데, 그들에게 묻고 싶다. 문제의 진정한 원인인 토지불로소득을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세금 말고 무엇이 있느냐고. 세금이라는 형식을 빌렸을 뿐이지 토지보유세 강화는 사회 전체에 폐단만 가져오는 토지불로소득의 공적인 환수라고 해야 할 것이다.
토지보유세 등의 강화를 통해 토지불로소득을 환수하면 투기는 점차적으로 사라지게 되고, 경제주체들은 필요한 만큼만 토지를 소유하게 된다. 토지라는 자원이 효율적으로 배분된다는 것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것은 당장 세금만 더 거두겠다는 것인데, 누가 좋아하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당연하다. 그래서 토지보유세 등의 강화는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의 감면과 동시에 실행해야 한다.
토지불로소득 환수비율을 높이고 다른 세금은 감면해야
첫번째 감면대상은 건물분 보유세다. 기계에 세금을 많이 부과하면 기계의 공급이 위축되듯이 건물에 세금을 부과하면 건물의 신축·개조 활동이 위축된다. 따라서 건물에 부과되는 보유세는 토지로 이전시켜야 한다. 이렇게 하면 토지가 효율적으로 사용되게 되고, 건설경기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두번째 감면대상은 거래세다. 시장경제의 생명은 거래에 있다. 거래에 세금을 부과하면 거래가 위축된다. 따라서 거래세는 폐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세번째 감면대상은 자동차세, 부가가치세 등이다. 자동차는 대부분의 가정에서 소유하고 있는 것이므로 자동차세 감면은 토지보유세 강화와 즉각적인 조세대체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역진적 성격이 강한 부가가치세를 감면하면 상품의 단가가 낮아져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다.
네번째 감면대상은 근로소득세, 법인세 등이다. 근로소득세와 법인세를 감면하면 노동의 공급이 증가하고 투자가 증가하여 고용이 늘어난다.
투기는 막고 경제는 활성화시키는 정책이 필요하다
경제에 부담을 주는 이런 세금을 얼마나 감면할 수 있는가는 토지보유세를 얼마나 강화하느냐에 달려있다. 토지보유세를 통해 불로소득을 환수하는 비율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경제에 부담을 주는 다른 세금은 그만큼 더 많이 감면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토지 때문에 발생한 빈부격차를 시정하면서 경제를 활성화시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어디 그뿐인가? 토지보유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게 되면 그동안 투기 목적으로 보유돼 온 주택, 즉 시장에서 퇴장되었던 주택이 시장에 다시 나오게 된다. 신도시 몇 개에 버금가는 공급이 아파트를 새로 짓지도 않고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주택시장은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된다. 그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은 자연스럽게 하향안정화된다. 그리고 낮은 토지가격은 새로운 기업의 설립과 시장진출을 훨씬 쉽게 해주어 일자리 창출에도 크게 기여한다.
이제 한국은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국민경제가 살아날 수 없고, 양극화 문제의 해결도 요원하다. 따라서 분양제도 개선에만 머물고 있는 현재의 주택공급 제도 대선방안 논의는 분명 극복되어야 한다. 분양되는 것뿐만 아니라 부동산 전체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그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정책수단이 모색되어야 한다.
한국사회는 중대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부동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줄 대안을 모색해야 할지, 아니면 한두 가지 제도를 고치는 선에서 만족해야 할지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다가오는 대통령 선거는 '민주개혁세력의 대동단결'과 같은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 이런 근본적 대안이 핵심 이슈로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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