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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개혁 후폭풍에 '사회적 대화 기구'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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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연금개혁 후폭풍에 '사회적 대화 기구' 위기

저출산고령화연석회의 단체들 "유시민 장관, 독주 멈춰라"

연금 개혁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 개혁과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분리해 처리하려는 정부와 국회에 대해 시민사회단체들이 조직적인 반발을 시작했다. 자칫 현 정부 안에 설치된 사회적 대화 기구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가 붕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애초에 정부와 여당이 시민사회단체들과 더불어 연석회의에서 제대로 된 연금개혁안을 '사회적 합의'로 도출하자고 해 놓고는 이제 와서 시민사회단체들의 의견을 묵살한 채 기초노령연금제를 분리시키는 등의 내용으로 된 '정부와 여당만의 연금개혁안'을 입법하려고 한다고 시민사회단체들이 비난하고 나선 것이다.

국무총리실에 설치된 저출산·고령화 대책 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공동의장 한명숙 총리,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 강신호 전경련 회장)에 참여하고 있는 12개 시민사회단체 실무위원들은 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지난달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표결로 연금 개혁안을 통과시킨 것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 위한 자리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는 대한노인회, 조계종, 천주교 주교회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참여연대, YMCA,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전국농민회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다. 보수적 성향의 한기총부터 진보적 성향의 민노총까지 함께 기자회견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연금 개혁 과정에서 '사회적 합의'가 중요함을 강조했다. 연금 수혜자들이 대다수의 국민일 뿐만 아니라 연금제도는 기초적인 국민생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어떤 의제보다도 연금 개혁만큼은 국민들과 충분한 소통을 한 뒤에 이뤄져야 한다는 취지다.
▲ 연금 개혁 문제와 관련해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 연합

정부는 물론 연석회의를 통해 연금 개혁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시도한 바 있다. 그 본격적인 논의는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2개월 남짓 진행됐다.

그러나 정부는 연석회의의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한 설득 작업도 동시에 진행했다. 말하자면 정부·여당은 연금 개혁의 조속한 입법을 위해 '사회적 합의'를 중시한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뒤로는 정치적 타협을 시도하는 이중 플레이를 했다는 것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의 지적이다.

이들 단체는 정부와 여당이 이런 행보를 보인 배경에는 연금 개혁의 입법을 자신의 정치적 경력으로 삼으려는 유시민 장관의 개인적 욕심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고위 관계자도 "처음에는 야당 설득이 쉽지 않다고 판단해 연석회의의 논의에 무게를 실었지만, 9월 말부터 국회 입법 논의가 급진전해 무게 중심이 국회로 쏠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에 대해 "투 트랙(TWO TRACK)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여당의 이같은 이중플레이가 이날 연석회의 참여단체들의 반발을 불러온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물론 연금 재정 악화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나 연금 개혁 문제를 선거의 해인 내년으로까지 끌고 가서는 안 되는 처지인 여당이 빠른 시일 내에 연금 개혁 입법을 할 생각으로 이중 플레이를 한 것 자체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이같은 태도를 취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연석회의를 통한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것이라는 데 연석회의 참여단체의 불만이 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와 관련 그간 수차례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사회적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연석회의의 탄생 역시 노 대통령의 이같은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각 부문의 대표적인 시민사회단체들이 서로 다른 성격에도 불구하고 연석회의에 참여한 것도 '사회적 대화'가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는 점에서는 노 대통령의 생각에 공감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이날 참여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기에 이른 것은 특히 연금 개혁을 주도하고 있는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행보에 그 촛점이 있었다. 유 장관이 '사회적 대화'를 경시했을 뿐만 아니라 정부 내 실세 장관으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이유에서다.

참여연대의 박원석 협동사무처장은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유시민 장관도 연석회의의 한 멤버임에도 한 차례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면서 "지금 보니 그동안 유 장관은 국회의원들을 만나러 다닌 모양"이라고 비꼬았다. 박 처장은 또 "한명숙 총리도 유 장관을 통제하지 못 한다고 들었다"며 "실세 장관인 유 장관의 이니셔티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은 이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연금 개혁안이 확정될 경우에는 연석회의를 탈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기도 했다. 노사정위원회에 이어 또하나의 사회적 대화 기구로 올 1월 만들어진 연석회의가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운명을 다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는 한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는 "정부가 필요할 때만 사회적 대화를 강조한다면, 결국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들러리가 됐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면서 "끝까지 정부·여당이 사회적 대화와 기구를 도외시한다면 더 이상 연석회의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한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사회적 대화 기구의 위상에 대해 정부는 물론 시민사회단체도 다시 한 번 심도 있는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연금 개혁에 대한 국회의 논의를 좀더 지켜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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