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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각지대 도외시하고 '개혁'이랄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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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사각지대 도외시하고 '개혁'이랄 수 있나?"

시민단체들이 연금개혁안에 반발하는 이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다는 것을 문제 삼고 있다기보다는 국민연금 개혁안과 함께 논의돼 온 '기초노령연금 도입안'에 대해 국회가 계속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분위기다. 기초노령연금 제도는 국민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인 계층에 대해 정부가 따로 세금을 거둬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공적 부조의 한 형태다.
  
  그러나 기초노령연금 제도 자체의 구체적인 도입방안에 대해 정당들끼리는 물론이고 정치권, 정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입장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 범위나 지급액 수준에 대한 정부·여당의 의견과 시민사회의 의견이 크게 다르다.
  
  기초노령연금법 처리 지연 이유가 뭔가?
  
  시민사회단체들은 기초노령연금의 도입이야말로 연금개혁의 핵심이라고 본다. 이들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큰 이견을 보이지 않으면서도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의 개정안 통과 결정에 대해 반발한 핵심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같은 시각은 1일 시민사회단체들이 잇달아 낸 논평이나 성명에서 잘 드러난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을 통해 "연금개혁의 가장 중요한 원칙과 방향은 광범위한 사각지대를 해소해 국민 누구에게나 기초 노후소득 보장이 이뤄지도록 하는 데 있다"고 주장했고, 민주노총도 "정작 연금개혁의 핵심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방안은 빠졌다"고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보다 적극적인 내용의 논평을 냈다. 한국노총은 "사각지대 해소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채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단독으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것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국회의 연금개혁안 처리방식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그동안 정부·여당이 연금개혁을 추진해 오는 동안 정부 측과 상당히 밀접한 교류와 의견교환을 해 왔다. 다른 사회적 쟁점 사안들에 대해서는 정부·여당과 대립각을 날카롭게 세우곤 하던 모습과 조금 다른 분위기였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이런 분위기를 보여준 것은 한편으로는 국민연금의 재정난에 대한 정부의 우려에 대해 상당한 공감을 한 결과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부·여당이 기초노령연금제 도입을 약속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민주노총의 이재훈 정책부장은 이와 관련해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정부·여당이 약속했기 때문에 연금개혁 논의에 참여했다"면서 "따라서 기초노령연금 도입이 전제되지 않으면 국민연금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연금 사각지대 해소가 개혁의 첫걸음
  
  국회 보건복지위가 오는 6일 기초노령연금 도입 여부를 재논의하기로 했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에서 정부·여당과 시민사회 사이의 의견차가 아직 좁혀지지 않은 상태다. 이 대목에서는 정부·여당과 한나라당 간에도 의견차가 존재한다. 이같은 의견차가 기초노령연금제 도입이 어려운 핵심적 이유다.
  
  일단 여당과 민주당은 기초노령연금 지급액 수준을 가입자 평균소득의 5%로 하고, 75세 이상자 중 월소득 수준이 최저생계비의 160% 이하인 노인에 대해서만 우선 지급하는 방안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그러나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방안에 대해 "사각지대 해소와는 동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한다.
  
  즉 이보다는 기초노령연금을 받을 수 있는 대상자의 폭을 더 늘리고, 평균소득 대비 연금 지급의 비율인 급여율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법에 목표 급여율도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입장이다.
  
  양대 노총, 참여연대, 전농, 여성단체연합은 모두 가입자 평균 소득의 15%를 기초노령연금 목표 지급률로 법에 명시하되, 시행 초기에는 5%로 시작한 뒤 단계적으로 이 비율을 상향조정해 2030년 이전에 15%를 달성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고, 가입대상도 최소 65세 이상 노인의 80% 수준까지는 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한나라당은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가입자 평균소득의 20%를 기초노령연금으로 지급하는 안을 내놓고 있다. 한나라당 안이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안보다 기초노령연금 목표 지급률이 더 높고 적용범위도 더 넓은 셈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 안을 관철할 의지를 과연 갖고 있느냐는 의심을 받고 있다.
  
  참여연대가 1일 논평에서 "한나라당은 기초노령연금 도입을 주장할 뿐 이를 실질화하기 위해 노력은 하지 않는다"며 "기초노령연금제를 정치적으로만 이용하려는 것은 아닌지 그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꼬집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한편 기초노령연금에 대한 여야 정치권과 정부 및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의 입장차는 재정조달 문제와 직결돼 있다. 수급대상과 급여율이 높을수록 재정부담이 커지게 되기 때문이다.
  
  각 시민단체들마다 재정조달 필요 금액 추정에 다소 차이는 있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의 요구안대로 기초노령연금이 도입되면 연간 5조~7조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 반면 정부·여당 안에 따르면 그 절반 이하인 2조~3조 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한국노총의 김선희 정책국장은 "정부예산을 보다 효율적으로 편성하거나 하다못해 소득파악만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기초노령연금 도입에 필요한 재정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기초노령연금이 사회복지 제도이자 공적 부조라는 대전제를 잊고 재정 문제만 생각하다가 기초노령연금 취지 자체가 무색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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