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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우단체의 盧정부 고발…또 '김기춘 프로토콜' 가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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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극우단체의 盧정부 고발…또 '김기춘 프로토콜' 가동?

[기자의 눈] 김기춘 "안보 위해" 발언, 심상치 않다

또 노무현 정부다. 정권 생명이 끝난지 6년이 다 돼가는데 또 노무현 정부에 대한 수사다. 권력형 비리 의혹도 아니다. 전자정부 설계도가 유출됐다는 의혹이다. "나가서 복제되어 안보 위해 세력에 들어갔을지도 모른다(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는 게 우려된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가 전자정부 설계도를 북한 추종 세력에 넘겼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듯한 발언이다. 특히 김 실장의 말이기에 더욱 무게감이 있다.

김 실장은 모종의 '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상황일까? 공안검사 특유의 '촉'일까, 아니면 '이 문제는 안보 문제야'라며 사정기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일까.

사건의 발단은 친박계 새누리당 이진복 의원이다. 이 의원은 지난 13일 "국가 전자정부시스템의 설계도 등 핵심 보안자료가 노 전 대통령 퇴임 후 2008년 상반기 중에 반환됐고 외장하드 2개 중 1개는 훼손됐다고 한다"며 "핵심 보안자료들이 외부로 유출돼 있었던 5, 6개월 동안 복사 또는 출력 등으로 재생산돼 유출됐을 가능성은 여전한 만큼 검찰 수사를 통해 유출 여부와 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 박근혜 대통령과 김기춘 비서실장 ⓒ연합뉴스

바통은 <동아일보>가 받았다. 이 신문은 13일자 신문에 이 의원의 주장을 '단독'으로 주요하게 보도했다. 그러자 극우단체가 곧바로 나섰다. 노무현 전 대통령 분향소 습격 사건으로 물의를 일으킨 적이 있는 서정갑 국민행동본부장은 신문이 나간 당일인 13일 오전 11시 "문재인 의원을 '직권남용 및 특수절도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어떻게 됐을까. 15일자 <동아일보> 조간 1면에는 경찰이 13일 수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3일 단 하루만에 '새누리당의 의혹 제기→보수 언론의 대대적 보도→극우단체의 고발→경찰의 수사착수'가 진행됐다. 놀라운 속도다. 번개같다. 숨돌릴 틈도 없다. 서정갑 본부장은 15일 피고발인자격으로 소환될 예정이다.

그리고, 김기춘 실장의 차례였다. 그는 경찰의 수사 착수 다음날인 14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노무현 정부 말기 전자정부 설계도가 유출됐다는 의혹과 관련된 여당 의원의 질의에 맞장구를 쳤다. "설계도가 나갔다가 반환됐다고 하나, 반환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없고 일단 나가서 복제되어 안보 위해 세력에 들어갔다면 국가 안보에 중대한 사안이다. 어떻게 유출됐는지, 안보에 위해가 되는 사안인지 철저히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답한 것. 그는 "고발이 있었고 수사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서정갑 본부장의 고발 사실을 이미 챙겨보고 있다는 것.

다음 수순은? 이 정부의 '프로토콜'에 비춰보면 "노무현 정부가 '종북 정권'임을 입증했다"는 수준으로 가는 건 아닐까?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우리는 생명이 끝난지 6년이나 지난 정부의 자료 유출 의혹을 '안보 위해 세력'과 곧바로 연관짓는 상상력을 발휘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 있는 걸까.

그런 상상력으로 야당과 야당 후보를 무차별 비방한 '국정원 대선 개입'과 '국방부 대선 개입'을 정당화했던 게 지금 정부 아닌가. '대북 심리전'이라는 이름으로 문재인 후보를 '종북'으로 규정했던 것 아닌가. 노무현 정부를 부관참시하며 NLL 파동을 일으킨 것도 이 정부 특유의 '상상력'을 발동시킨 것 아닌가.

▲ 15일자 <동아일보> 관련 보도. ⓒ프레시안

물 흐르듯 사건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극우단체 수장의 고발과 그 즉시 수사에 착수한 사정당국의 '신속성'은 지지부진하다못해 지리멸렬한 김무성 의원의 '국가 기밀 찌라시 유출 사건' 수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채동욱 전 검찰총장 혼외자 보도가 생각나는 '바통 터치'다. '청와대 측의 정보 흘리기' 의혹과 <조선일보>의 단독 보도→법무부 장관의 감찰 지시→채동욱 전 총장 사퇴 식의 '시나리오'가 떠오른다. '권언 합작품'의 향내가 진하게 난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주장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5만 7000여 건의 외교 비밀문서가 파기됐다"고 한다. 감사원의 4대강 감사 과정에서 국토부 직원들이 문서를 무더기로 파기한 정황이 드러난 적도 있다. 6년 전 생명이 끝난 정부의 '문서 유출' 의혹에 집중하는 것의 반의 반만이라도 이명박 정부 문서 파기 의혹에 집중하면 안될까.

이날 오후 2시 검찰의 '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사건 수사 발표가 예정돼 있다. 발표되기도 전에 이미 '결론'은 조간 신문에 모조리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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