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시 상황을 보면, 2007년 6월 시장이 도시 철도 기본 계획안에 관한 기자회견을 하고, 그 이후 여러 과정을 거쳐 2008년 11월에 국토부로부터 최종 승인을 받게 되는데요. 그 기간이 1년 반이었습니다.
2. 2007년과 2008년에는 왜 그렇게 시간이 많이 걸렸나요?
⇨ 서울연구원이 2008년에 발표한 연구 용역 보고서에 그 이유가 잘 드러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당시 시간이 많이 걸렸던 것은 시장의 기자회견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일정이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는 2007년 7월에 사전 환경성 검토서 초안에 대한 주민 공람을 20일 동안 해야 했고, 또 주민 설명회를 열어야 했습니다. 8월에는 인천시와 경기도, 그리고 관련 부서와 협의를 해야 했고, 9월에는 시가 자체적으로 이 계획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평가·심의를 해야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서울시가 국토부에 기본 계획 승인을 요청했는데요. 그때가 그해 11월입니다.
3. 2007년 11월 이후에도 많은 일정이 남아 있었나요?
⇨ 그 이후에도 많은 일정이 남아 있었습니다. 국토부는 2007년 12월과 2008년 3월 사이에 전문 연구 기관으로 하여금 이 계획을 심도 있게 검토하게 했습니다. 또 2008년 6월과 9월 사이에는 관계 부처와 협의를 했습니다. 이 협의 과정에서는 사전 환경성과 사전 재해 영향성 검토가 주로 이루어졌습니다. 또 국토부는 그해 10월과 11월 사이 중앙도시교통정책심의위원회에 심의를 의뢰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여러 가지 절차를 거쳐 11월 11일에 기본 계획을 최종 승인했습니다.
4. 결과적으로 향후 2개월 안에 서울시가 국토부의 최종 승인을 받는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것이군요?
⇨ 불가능해 보입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6년 전과 달리 시장 기자회견 전에 2주일간의 주민 공람 기간을 거치지도 않았고, 시민 공청회를 열지도 않았습니다. 따라서 그때보다는 더 많은 일을 해야 할 겁니다(2007년에는 4월에 경전철 사업 전반에 대해 2주일간의 주민 공람 기간을 거쳤고, 7월에는 사업 환경성 검토서 초안에 대해 20일간의 주민 공람 기간을 거쳤음). 박원순 시장은 경전철 문제와 관련해 지난 1일 "경전철 추진을 밀실에서 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끝장 토론 등 여론 수렴 및 설득 과정을 거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5. 서울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이 사업이 토목 사업이 아니라 복지 사업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 오세훈 전 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 등 토건 사업을 하면서 자주 하던 주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오 전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야말로 '보편적 복지'에 가장 가깝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계층을 구분하지 않고 다수 시민에게 좋은 휴식처를 제공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한강 르네상스 사업과 경전철 사업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무엇일까요? 공통점은 두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 모두 그것을 '복지'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차이점은, 전자는 그것을 '공원 복지'라 부르고 후자는 그것을 '교통 복지'라 부른다는 것입니다.
6. 교통에 있어서 복지와 토건의 경계선은 무엇입니까?
⇨ MB 정부가 추진한 대운하 사업을 우리가 '교통 복지'라 부르지 않고 토건이라 부르는 이유를 찾아보면 답이 나옵니다.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교통사업을 '교통 복지'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경제 발전 초기 단계에는 교통사업 중에도 경제적 타당성이 높은 사업이 많습니다. 이 시기에는 GDP 대비 물류비 비율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인데요. 하나는 교통량 증가율이 매우 높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1인당 GDP 대비 단위당 연료비 비율이 매우 높게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선진국 초입에 들어선 나라에서는 경제적 타당성이 낮은 낭비성 교통사업이 범람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따라서 교통에 있어서 복지와 토건의 경계선은 그것이 경제적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됩니다.
7. 일부 사람들은 '건강한 적자'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요. 어떻게 생각합니까?
⇨ 경전철 사업이 가져올 적자를 '건강한 적자'라 단정하는 것도 경솔한 것입니다. 우리는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아야 합니다.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가져왔을 적자도 건강한 적자인가요? 물론 그들은 양자의 적자 규모가 다르다고 항변할 겁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다시 물어보아야 합니다. 양자의 적자 규모가 어느 정도 다른가요? 또 서울시 경전철 사업이 가져올 적자가 건강하지 않은 적자가 아니라 건강한 적자라 불릴 만한 구체적인 근거가 있나요? 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막연하게 목소리만 높이는 것은 시민들을 위한 태도도, 공익을 위한 태도도 아닙니다.
8. 최근 서울시 모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런 주장을 했습니다. "지난 10년 동안 서울시가 철도 건설에 연평균 4700억 원을 투자해 왔다. 따라서 앞으로 서울시가 매년 5000억 원 정도를 철도 건설에 투입해도 재정에 큰 부담은 없다." 이런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 서울시가 매년 발표하는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발표 연도의 철도 건설 투자비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르면 2008년 철도 건설 투자비는 6721억 원이었고, 2009년에는 4580억 원이었습니다. 그리고 2011년에는 3185억 원이었고, 2012년에는 3552억 원이었습니다. 또 지난해에 발표된 중기재정계획을 보면 철도 건설 계속사업비로 올해 3558억 원, 내년에 4153억 원을 지출하고, 2015년에는 3641억 원, 2016년에는 1666억 원을 지출할 계획이 세워져 있습니다. 지금 서울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2016년이 되면 계속사업비가 1666억 원으로 줄어든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그러나 올해 무상 보육비 지자체 분담금도 제대로 부담하지 못할 처지에 몰린 서울시가 내년에 기초연금 도입을 앞두고 이렇게 철도 토건 예산 지키기에 열중해도 되는 것인지 의문이 많이 듭니다.
9. 서울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무상 보육비나 기초연금 분담금이 시·도의 분담금이 아니라 자치구 분담금이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자신들에게 부담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아닐까요?
⇨ 그런 것 같습니다. 작년에 서울시 자치구에서 무상 보육비 분담금 대란이 터진 것은 광역시와 자치구 사이의 재원 배분 불균형이 도와 시·군 사이의 재원 배분 불균형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기 때문입니다. 안전행정부에 따르면 2011년 서울시와 6대 광역시 예산은 44조4000억 원, 자치구는 6조7000억 원으로 그 배율은 6.6배에 달했습니다. 반면 9개 도와 시·군의 예산이 각각 46조 원과 43조9000억 원으로 양쪽이 유사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실 속에서 지자체의 무상 보육비와 기초연금 분담금이 크게 늘고 있고, 그것도 시·도가 아니라 시·군·구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서울시는 그것은 자치구의 문제일 뿐,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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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경전철 사업을 추진하는 사람들은 철도 토건 예산 지키기에 열중하고 있기 때문에 무상 복지 및 기초연금 분담금이 자치구로 집중되든 말든 관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서울시장은 그들과 달라야 합니다. 특히나 무상 복지와 기초연금에 애착이 강한 박원순 시장은 그들과 많이 달라야 합니다.
11. 내년에 기초연금이 도입되면 서울시 자치구들의 기초연금 분담금은 어느 정도 늘게 되나요?
⇨ 최근 노동계와 시민단체들은 소득 하위 80%에 해당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에게 월 20만 원(연간 240만 원)씩의 기초연금을 지급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이 대안이 내년 연초부터 시행된다고 가정하면 서울시 자치구들의 기초연금 분담금은 4600억 원 정도 늘어납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기초연금 분담 비율이 현행 제도인 기초노령연금과 동일하다면 그렇습니다. 다만 박근혜 정부는 기초연금을 도입하더라도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한다고 합니다.
12. 만약에 현행 제도가 서울시로 하여금 기초연금 지자체 분담금을 전부 다 부담하도록 요구하고 있다면 어떠했을까요? 그런 경우에도 박원순 시장이 지금과 같이 경전철을 강행했을까요?
⇨ 그런 경우라면 박 시장이 결코 경전철을 강행하지 못했을 겁니다. 내년부터 해마다 5000억 원 가까운 기초연금 분담금을 내야 하는데 어떻게 경제적 타당성이 희박한 경전철을 강행할 수 있겠습니까?
13. 어쨌든 내년에 서울시 자치구들로서는 기초연금 분담금이 큰 부담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합니까?
⇨ 부담할 여력이 없는 자치구들은 정부에 모든 부담을 하라고 요구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자신들의 서울시 기초연금 부담금 1조4000억 원도 겨우겨우 조달해서 내려보낼 것이기 때문에 자치구의 추가 지원 요구에 응하지 못할 겁니다. 중간에서 서울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서울시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둘 중 하나입니다. 하나는 나 몰라라 하고 구경만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치구 기초연금 분담금 중 상당 부분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복지를 최우선 과제라 여기고 있는 박원순 시장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기초연금 분담금을 마련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자치구들을 외면하고, 철도 토건 예산 지키기에 열중하는 사람들과 함께 경전철을 강행할까요? 아니면 자치구 복지 분담금 지원에 발 벗고 나설까요? 선택은 박 시장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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