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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사내 하청 고집하는 이유, 정말 돈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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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사내 하청 고집하는 이유, 정말 돈 때문일까?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현대차 불법 파견 (2)

비정규직 임금이 이토록 높다면 정규직 전환 비용은?

현대차 자본의 과장된 부풀리기는 계속된다. 사측이 배포한 자료에는 아래와 같이 동일 근속(4년)의 현대차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도 나와 있다. (부품사의 경우 규모, 노조 조직 여부에 따라 임금 수준이 달라지므로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만 살펴보도록 한다.)


위 자료가 사실이라면 동일 근속 정규직(6120만 원)과 비정규직(4569만 원)의 1년 연봉 격차는 불과 1551만 원밖에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1만 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1551억 원! 늘어나는 임금에 비례해 회사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4대 보험료와 복리후생비를 감안해도 2000억 원 수준이라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 비용이 이것밖에 안 되는데 왜 어렵다고 말하는지?

반면 김억조 부회장은 환노위 국감에서 이보다 3~4배 이상 높은 금액을 언급했다. 김 부회장은 15일 국감에서 환노위 위원들이 "현대차 순이익의 6%인 2859억 원이면 불법 파견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압박하자, "비용에 대한 것은 4000억 원에서 1조2000억 원까지 여러 가지 얘기가 나오고 있다. 어느 정도의 인원에게 얼마의 비용을 지급할지를 판단해봐야 한다"고 말했다(<서울파이낸스>, 2012년 10월 27일).

현대차 자본은 완전히 모순된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얼마 나지 않는다고 하면서, 정규직 전환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고 말이다. 두 가지 주장 모두 자신에게 유리하다 판단해서 그때그때 입맛에 맞게 거짓을 늘어놓는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봐도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가 크다는 것과 정규직 전환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는 주장, 둘 중 하나는 명백한 거짓이다.

현대차 내에서 갑을(甲乙) 관계는?

그럼 현대자동차는 왜 이런 엉터리 수치를 내놓았을까? 전혀 근거 없는 데이터일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럴 때마다 필자는 항상 현대차 자본이 구체적인 근거와 증거 자료를 내놓기를 간절히 바란다. 물론 그 바람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지만….

하지만 지난 10년 동안 현대차 사내 하청 문제를 다뤄본 경험에 근거해 보자면 한 가지 추정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명목상 현대차와 사내 하청 업체는 '도급 계약'을 체결한 갑을(甲乙) 관계를 맺고 있다. 물론 이 계약은 이미 대법원에서 무늬만 도급 계약일 뿐 사실은 '불법적인 파견 근로 계약' 즉 불법 파견이라 판결한 바 있다.

현대차는 울산공장에서만 무려 100여 개의 사내 하청 업체와 계약을 맺고 있다. 형식적으로만 보자면 각기 다른 도급 계약을 맺어야 할 테니 도급비 내역과 임금 수준도 천차만별이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내역을 발표할 수 있을까?

비밀은 대법원이 판결한 '불법 파견'에 있다. 사실상 현대차가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노동 조건 전반을 결정한 후, 인건비를 이 기준에 맞추어 일률적으로 100여 개 사내 하청 업체에 지급한다. 심지어 하청 업체가 지급해야 할 사업소 세금과 4대 보험료까지 계산해서 지급한다. 다시 말해 업체가 다르더라도 동일 근속이라면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과 기본급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현대차가 1만 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임금 내역을 쉽게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당연히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근속이 얼마인지도 속속들이 다 꿰차고 있다. 아마도 현대차가 사내 하청 임금을 발표할 때 근속 4.2년을 기준으로 삼은 것 역시, 자신이 파악하고 있는 현대차 사내 하청 전체의 근속 평균이 4.2년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결과적으로 엉터리 수치가 되었을까? 아마도 '갑(甲)' 현대차는 근속 평균 4.2년인 사내 하청 노동자들에게 연봉 5400만 원에 달하는 임금 및 제반 비용을 계산해서 '을(乙)' 사내 하청 업체에 지급하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뒤에 발생한다. 도급비를 받은 사내 하청 업체는 현대차가 계산한 대로 임금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서도 돈을 떼어먹고 비정규직에게 주고 있을 것이라는 점!

최근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는 부당한 '갑을(甲乙) 관계'와 도급 단가 후려치기로 인해 도급비가 형편없이 책정되어서일까? 그렇지 않다. 사내 하청 업체는 특정 부품을 만들어서 현대차에 공급하는 관계가 아니라, 오로지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만 하며 현대차는 여기에 충분한 도급비를 보장해준다. 이를테면 현대차가 책정한 비용대로 100% 사내 하청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한다 하더라도, 이와 별도로 업체의 이윤을 상당한 수준으로 포함하여 도급비를 지급한다.

그래서 현대차 내에서 사내 하청 업체 하나 운영하면 '땅 짚고 헤엄치기'요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현대차가 보장하는 이윤은 이윤대로 챙기고, 별도로 임금 떼어먹기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챙겨가니 말이다. 만일 하청 업체들이 떳떳하다면, 어째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고임금을 받는다는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지 못하고 현대차가 대신 공개한단 말인가! 자신들이 내역을 공개하는 순간, 하청 노동자들이 눈에 불을 켜고 떼어먹은 임금 내놓으라고 들고일어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금만 떼어먹겠는가? 줄어든 임금만큼 4대 보험료도 적게 내게 된다. 기본급과 시급을 낮게 책정해서 지급할 경우, 하청 노동자의 노동 시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에 비례해서 떼어먹는 돈도 늘어난다. 잔업·특근을 빠지려 하거나 연월차를 쓰려 하면 엄청나게 눈치를 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0년 전에 벌어진 "월차 하나 쓰려다 식칼 테러 당한 사건"은 우연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시 말해 현대차와 사내 하청 업체의 관계는 최근 쟁점이 되는 갑을 관계와는 전혀 인연이 없다. 원청과 하청 업체 모두 사내 하청 노동자의 소중한 노동을 착취하는 '공범 관계'이다. 쉽게 말하면 현대차와 사내 하청 업체가 한 몸으로 '갑(甲)'이 되고, 억울한 하청 노동자들이 통째로 '을(乙)'이 되는 것이다.

국세청과 노동부는 뭐하나! 세금 좀 제대로 내고 살아보자!

그렇다면 현대차가 위와 같은 자료를 전격적으로 공개했을 때, 호들갑을 떨어야 할 곳은 보수 언론이 아니다. 실제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 철저하게 조사하고, 거기에서 누락된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를 제대로 징수하기 위해 정부 기관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현대차 원청은 근속 4.2년차 비정규직에게 연봉 5400만 원을 지급하고 있다는데, 실제로 그들이 받는 임금은 3000만~4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당연히 근로소득세도 훨씬 덜 냈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디 그뿐인가? 국민연금·고용보험·산재보험·건강보험료 역시 애초 현대차가 책정했던 것에 비해 훨씬 낮게 냈을 것이다.

국세청과 검찰은 현대차 원·하청 간에 체결한 도급 계약서와 거래 내역 확보를 위해 현대차 원·하청 사무실 컴퓨터와 핵심 부서(협력지원팀)의 전자메일 압수수색에 나서야 한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건강보험공단, 근로복지공단을 비롯한 노동부 산하기관들 역시 하청 업체들이 개별 노동자들에 대한 4대 보험료를 얼마나 냈는지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현대차 원청이 책정한 하청노동자 임금 대비 누락된 보험료가 얼마인지 철저하게 조사해서 추징을 해야 한다.

국민 행복 시대와 복지국가를 약속한 박근혜 정부 아니던가. 복지에 필요한 부족한 재원은 '지하경제 양성화'를 통해 일부 해결할 수 있다던 대통령 아니던가. 부당한 '갑'의 횡포에 맞서 '을'을 지키자는 데 모든 정치권이 입을 모으고 있지 않던가.

그렇다면 무엇을 망설이는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슈퍼 갑(甲)' 현대자동차 스스로 비정규직 임금이 무려 연봉 5400만 원이라고 자백하지 않았는가! 응당 그에 걸맞게 근로소득세와 4대 보험료가 징수되고 있는지 조사하는 것이 정부 기관의 임무 아닌가.

황당한 것은 가끔 고용노동부조차 현대차 자본의 자료를 인용하며 비정규직이 고임금을 받고 있다는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신의 산하 기관인 근로복지공단과 고용센터에 확인해보면 하청 업체들이 산재보험료와 고용보험료를 얼마씩 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으면서도 말이다. 이건 명백한 직무유기요, 복지 재원 만들기를 거부하는 행태가 아닌가?

다시 거품이 꺼지는 정규직 전환 비용

앞에서 현대차가 공개한 정규직·비정규직 임금 격차를 토대로 정규직 전환 비용을 계산하면 2000억 원 미만이라는 점을 논증한 바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파고들면 이 비용은 훨씬 줄어든다. 왜냐하면 방금 살펴본 것처럼 현대차가 사내 하청 제도를 활용하면서 투입하는 비용은 비정규직에 대한 임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우선 하청 업체에 충분한 이윤을 보장해줘야 한다. 2004~2005년에 확인된 바에 따르면, 현대차는 하청 업체의 이윤으로 전체 도급비의 10%가량을 보장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러한 도급 계약에는 전체 도급비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VAT)를 별도로 무는 것이 관례이다. 즉, 사내 하청 노동자 임금을 포함한 제반 비용의 20%에 달하는 돈이 추가로 들어간다는 것이다.

만약 현대차가 사내 하청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20%의 추가 비용은 발생하지 않는다. 사내 하청 업체 자체가 사라지게 되므로, 업체 사장에게 이윤을 줘야 할 이유도 없고 부가가치세를 물어야 할 이유도 없어지지 않는가. 따라서 모든 사내 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들어가는 총비용은 2000억 원보다 훨씬 줄어들게 된다. 20%의 추가 비용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이것도 간단하게 계산기를 두드려볼까? 현대차 자본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내 하청 평균 연봉이 5400만 원이라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1만 명 비정규직에게 지급되는 인건비는 연간 5400억 원에 달한다. 4대 보험료와 사업소 세금 등 제반 비용은 일단 무시해보자. 즉, 도급비 총액은 최소 5400억 원이라는 얘기인데, 여기서 추가로 발생하는 20%의 비용은 1080억 원이 된다.

그렇다면 정규직 전환에 들어가는 총 비용은 2000억 원에서 1080억 원을 뺀 금액, 즉 1000억 원 미만으로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아니, 세계 자동차 업계 4위를 자랑하는 글로벌 기업 현대차, 지난해 영업이익만 8조 원을 넘겼던 현대차가, 고작 1000억 원 아끼려고 1만 명에 달하는 사내 하청을 '불법 파견'이라는 멍에를 써가며 사용하고 있단 말인가?

▲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회장. ⓒ연합뉴스

그들이 하청 노동을 고집하는 이유

위 계산법은 4대 보험료와 사업소 세금 등 제반 비용을 무시한 것이라서, 이를 포함할 경우 정규직 전환 비용은 더 줄어들게 된다. 아니, 현대차에서 비정규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가 대폭 개선되어 얻게 될 이익을 생각하면, 오히려 지금 '불법 파견'이라는 사회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하청 노동을 유지하는 것은 훨씬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런데 왜 굳이 하청 노동을 사용하려는 걸까?

여기에는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다른 이유가 있다. 현대차가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라도 가로막고 싶은 것은 '노동자들의 단결'과 '민주노조 강화'에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평균 연령 40~50대를 유지하고 있는 정규직노조에 20~30대가 주력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대거 결합하는 것을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저지하려는 것이다.

정규직과 하청을 분리해놓을 경우 정규직 노동을 통제하는 데에도 훨씬 수월해진다. 정규직은 언제든지 하청 노동으로 전락할 수 있으며, 그 생활이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를 바로 옆에서 경험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자본의 이데올로기가 효과적으로 현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 바로 옆의 하청 노동자 노동 조건 개선에 등한시하도록 유도하여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둘, 셋, 넷으로 갈라진 노동자들을 통제하는 것은 하나로 단결한 노동자들에 비해 훨씬 쉬운 법이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하더라도 원청의 사용자성을 부정하는 한국의 노동악법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분쇄할 수 있다.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진짜 사용자'는 슈퍼 갑인 현대차인데, 형식상 근로 계약은 하청 업체와 체결하게 되기 때문에, 현대차를 상대로 한 교섭과 파업은 한순간에 불법이 되어버린다. 이들 슈퍼 갑의 교섭 해태를 정부 역시 두둔하기 때문에, 자본은 불법을 저지르고도 건재한 반면 하청 노동자들만 구속과 해고, 손해배상과 가압류의 고통을 겪게 된다.

물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본의 갈라치기를 거부하고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단결하는 길이다. 사실 수차례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현대차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놓여 있다. 자본의 분열 공작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쟁점으로 대두된 바 있는 "정규직 장기 근속자 자녀 채용 가산점" 논의에 이르면, 자본의 분열 이데올로기가 얼마나 강하게 정규직 노동자들을 사로잡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겉으로는 현대기아차 정규직 노조가 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본 입장에서 쌍수 들고 환영할 요구에 다름 아니다.

정규직 노동자들의 자녀가 자동차 조립업에 특별한 재능을 유전자로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이런 특혜를 제공하는 것 자체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그러나 자본은 겉으로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취하면서도 결국에는 노조 요구를 수용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간다. 왜 그럴까?

간단하다. 이렇게 채용되는 자녀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된다. 결국 사회는 평등하지 않으며 회사의 힘에 기댈 때에만 기득권을 챙길 수 있다는 의식이 싹트지 않겠는가. 이들이 과연 채용돼서 민주노조로 단결하고 동료와 평등한 관계를 유지하는 쪽으로 움직일까? 결과적으로는 민주노조의 힘을 약화시키는 길로 귀결된다.

현대기아차 정규직노조는 이러한 요구를 내거는 것을 마치 '장기 근속 노동자의 권리'처럼 포장하지만, 한 발짝만 떨어져서 살펴보면 논리적으로도 완전히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이게 당연한 권리라면, 만일 공무원노조와 공공 부문 노조들이 똑같은 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것도 옳다는 얘기인가? "향후 공무원과 공공 부문 신규 채용 시 현재 공무원·공공 부문 직원 자녀를 우선 채용한다." 이런 합의가 이뤄져도 현대기아차 정규직노조는 찬성하고 나설 것인가?

다른 한편 겉으로는 "곤란하다"는 태도를 취하는 자본이 이런 요구를 결국에는 수용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쏟아질 때, 자본가들은 "노조가 생떼를 쓰니 어떻게 합니까"라며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모든 비난은 정규직 노동조합이 대신 뒤집어써주니 '꿩 먹고 알 먹기', '도랑 치고 가재 잡기' 아닌가.

"그렇게 정규직 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자본의 분열 공작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갈라치기로 나타나자, 분할통치는 한층 더 기승을 부린다. 이제는 비정규직 내부까지 분열시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서 얘기한 '신규 채용'이다.

현대차는 향후 정규직 신규 채용 시 사내 하청 내에서만 선발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언뜻 봐서는 사내 하청을 우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비정규직노조 포기하고 회사에 줄 서라"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정규직 자녀 우선 채용과 똑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정규직으로 채용된 사내 하청 노동자들의 경우, 노조로 단결해봐야 손해만 본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당연히 회사에 기대려 하지 않겠는가. 결국 민주노조의 단결력은 약화되고 만다.

다시 처음에 시작했던 문답으로 돌아가 보자. 원서를 쓰지 말라는 노조의 지침이 없더라도, 그리고 우리 같은 조합원을 뽑아줄 가능성이 눈에 보이더라도, 신규 채용 원서를 쓰지 않겠다는 이들의 답변을 떠올려보자. "그렇게 정규직 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아요."

그렇다. 자본가들도 '돈'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최대 목적은 노동자들의 단결 확대를 저지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본능적으로 비정규직 평조합원들은 "어떤 정규직화인가"를 스스로 되묻는다. 그들이 성인군자여서 "나 혼자 정규직 되려고 시작한 것 아니"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단결이 약화되는 정규직화는 민주노조를 갉아먹고, 결국에는 자신들을 향해 날아올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 : 그들이 현대차 정규직 입사원서를 거부하는 이유)

그래, 그렇다면 여기서 다시 시작하자. 분열과 분할 공작을 넘어서 어떻게 단결을 확대할 것인지 말이다. "모든 사내 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요구에 담긴 정신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말이다. 공장에서, 그리고 양재동 본사 앞에서 두들겨 맞고 최루액에 눈시울을 적시면서도 잊지 않고 있는 그 정신을! 평균 연봉 5400만 원이라는 거짓 이데올로기를 써야만 연명하는 돈과 권력의 자본을 넘기 위해!

"니들이 와서 1년 쌔빠지게 한번 일해봐라. 그 돈이 나오나! 그래, 하지만 우리가 저임금인 것도 아니다. 비록 잔업·특근으로 보충하는 임금이지만 연봉 3000만~4000만 원은 되니까. 그래서 우리는 우리보다 열악한 처지의 노동자들과 단결을 확대할 것이다. 직고용 계약직, 촉탁직으로 전환되어 1회용 소모품처럼 버려지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불법 파견으로 판정받지 못한 2·3차 하청과도 함께할 것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운동은 이렇듯 항상 역동적인 외연 확장이 벌어질 때 길이 열리곤 했다. 참으로 가시밭 투성이의 길이지만, 이 길을 갈 때 전체 노동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비정규직 투쟁에 연대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마침내 정규직 노동자들의 마음이 열리는 그 순간까지 걸어가야 할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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