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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지금 계엄 상황"

[지방의회 돋보기]FTA협상 앞두고 4.3 이후 최대 병력배치

10월 제주 하늘은 푸르다 못해 눈부시다. 가을 옷을 입은 한라산의 무지개 빛을 따라 사람들의 물결도 넘실거린다. 그러나 가을의 정취와는 사뭇 다르게 10월의 제주 땅에선 심각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한미 FTA 제4차 협상 때문이다.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에 이어 지난 9월 민주노동당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제주도의회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 차원에서도 한미 FTA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제주개최 반대에 대한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러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어하기가 비교적 안전한(?) 제주로 4차 협상지를 선택했다. 협상장소는 제주도에서도 '자본의 천국'으로 불리는 중문단지 신라호텔 등이다.

노무현 정부는 준비를 단단히 한 모양이다. 하지만 그 준비란 것은 협상내용에 대한 준비가 아니라 가공할만한 공권력을 동원해 탄압할 준비태세인 듯 하다. 1만 명의 병력이 제주를 찾는다고 한다. 아픔의 역사이기도 했던 58년 전 제주 4.3 사건 이후 최대의 병력이 협상 전후기간에 배치된다.

서울, 경기, 전남, 부산 등에서 선발된 전·의경을 비롯해 헬기 2개, 살수차, 조명차, 방송차, 간이화장실용 위생차, 진압특수장비 17기와 500여 대의 경찰버스도 파견된다. 병력을 수송하는 예산만 6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제주도민 인구가 55만 명 남짓인 것을 감안하면 4차 협상기간 동안 제주도민 상주인구는 50명 당 1명 꼴로 경찰인 셈이다.
▲ 제주도에서의 제4차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앞두고 9일 제주시 구좌읍 지역 농민단체들이 전 도로변에 FTA를 반대한다는 노란색 깃발을 내건 가운데 농민들이 농약을 뿌리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연합

대규모 병력파견만이 문제는 아니다. 당국은 벌써부터 제주와 전국 각지 농민들이 주축인 시위대를 폭력세력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듯 하다. 지금 경찰은 있지도 않은 폭력시위를 예단하며 예비범죄자 취급을 하고 있다.

한미 FTA 저지 도민운동본부 등이 밝힌 내용을 보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경찰은 읍면단위 농가용차량, 트랙터에 대한 소유조사를 시작했다. 4차 협상용(?)으로 폐쇄했던 유치장까지 재가동했다고 한다. 농협에는 집회 참가 예상자 명단을 써내라고 하고 한미FTA에 참가하는 농업인단체에 대해서는 재정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이에 부화뇌동한 김태환 제주도지사까지 가세해 공무원들을 상대로 한미 FTA 찬성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검찰까지 나서 대책회의 등을 하며 연일 제주를 공안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정부의 의도는 뻔하다. 단순히 시위대를 막겠다는 것을 넘어 4차 협상의 본질을 왜곡하고 여론의 화살을 돌리려고 하는 시도다. 4차 제주협상은 우리 민족의 명운을 갈라놓을 매우 중요한 협상이다. 다른 분야도 매우 중요하지만 특히 농업 등 1차 산업분야는 한국 농업의 근간을 뒤흔들 내용이 이번 협상에 논의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의 견해대로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1차 산업분야는 대부분 '5년 후에 죽느냐 10년 후에 죽느냐' 차이밖에 없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도의원인 나도 미약한 힘이나마 보태려고 한다. 제주도의회 차원에서는 협상중단 내용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7월 한미 FTA 문제점과 제주의 감귤산업 협상 예외 지정을 요구하는 공식결의문을 채택했다.

그러나 다시 한번 도민들과 국민들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제주도의회 차원에서 한미 FTA 협상 중단을 정부에 촉구하는 결의문 채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일 것이다. 설령 결의문 채택으로 한미 FTA 협상 자체를 바꿀 수 없을지라도 말이다. 서둘러야겠다. 도의원 한 분 한 분을 직접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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