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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FTA 눈감고 경제 민주화 하겠다? 한심한 대선"

[토론회] 경제 민주화 시대, 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현재 (대표적으로) 순환출자를 놓고 (박근혜·문재인) 양 후보가 대립하는, 지극히 말도 안 되는 협소한 구도로 경제 민주화가 논의되고 있다."

통상 문제 전문가인 이해영 한신대 교수(국제통상연구소장)는 대선을 앞두고 진행되는 경제 민주화 논의를 이와 같이 비판적으로 진단했다. 6일 오후 환경재단에서 열린 '경제 민주화 시대, FTA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경제민주화국민운동본부·민교협 주최) 발제자로 나선 이 교수는 "경제 민주화 논의에서 빠진 빈 곳이 FTA를 비롯한 통상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오늘날 시장은 본질적으로 세계 시장"이며 "시야를 국내로 한정할 경우 경제 민주화는 구조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설령 어느 정도 가능하다 하더라도 코끼리 뒷다리 긁는 효과 정도에 머물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투자자, 곧 국내외 초국적 자본의 우월적 지위의 항구화를 위한 장치인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그대로 둔 채 경제 민주화가 가능키나 한 것인가"라고 물었다. "ISD를 통해 공공 정책이 무력화될 때 경제 민주화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말이다.

통상 협정이 골목 상권 보호 조치를 가로막고, 코스트코 사례에서 드러나듯이 초국적 유통 자본 앞에서 지방정부가 무기력한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이 교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농업 기업인 델몬트와 제주도 감귤 협동조합이 자유 경쟁할 수 있도록 델몬트에 '내국민 대우'를 해주라고 하는 자유무역협정 체제가 경제 민주화와 양립할 수 있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ISD를 그대로 둔 채 경제 민주화가 가능키나 한 것인가"

▲ 이해영 한신대 교수(자료 사진). ⓒ뉴시스
이어 이 교수는 유력 대선 후보의 통상 정책을 짚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지난해 11월 한미FTA 국회 비준에 힘을 실어줬다. 당시 박 후보는 "ISD는 (…) 표준약관 같이 거의 모든 협정에 다 들어 있는 제도", "ISD가 있거나 없거나 (…) 통상 협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한일FTA, 한중일FTA에 대해서도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한일FTA가 두 나라의 경제 관계를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2012년 11월 8일), "남북중, 남북러 3각 협력이나 한중일FTA는 동북아에서 경제와 안보 협력의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을 더욱 촉진할 것"(2012년 11월 12일)이라며 긍정적인 태도를 취했다.

4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최로는 처음 열린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한미FTA) 재협상을 반대한다고 이야기한 적은 없고, 재협상 자체가 절대 안 된다고 한 적은 없다"며 이전과 다소 다른 모습을 보였지만 이를 박 후보의 전면적인 태도 변화로 보긴 어렵다. 같은 자리에서 박 후보는 ISD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하고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고, 론스타 문제에 대해서도 "한미FTA와 관련이 없는데, 이것을 한미FTA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 말했다. 'ISD=표준약관'이라는 인식이 바뀌지 않았다는 말이다. 박 후보는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이 '한미FTA 재협상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킬 때도 표결에 불참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는 "한미FTA는 충실히 이행하되 (ISD를 비롯한) 독소 조항에 대해서는 재협상해 나갈 것"(11월 12일)이라는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문 후보와 민주통합당은 한미FTA에 '원죄'가 있다. 한미FTA가 체결된 것은 이명박 정부 들어서이지만, 그 이전에 한미FTA를 밀어붙인 것이 바로 노무현 정부였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로 한미FTA를 제시하면서 "참여정부 당시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문제에 대해 문 후보는 "이명박 정부가 추가 협상을 통해서 양보하고 지금 발효시키려 하는 내용은 참여정부 때와 다르다"(2012년 2월)고 주장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명박 정부 들어 더 나빠진 면이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와 이명박 정부의 한미FTA가 별로 다를 바 없다는 지적이다.

이렇게 두 유력 대선 후보의 통상 정책을 정리한 이 교수는 "어느 누구도 한미FTA에 대해 진지하게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며, 그로 인해 경제 민주화 논의가 매우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경제 민주화와 FTA 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론스타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ISD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론스타가 한국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한국 정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 중 5개 조항(최소 기준 대우, 내국민 대우, 최혜국 대우, 수용, 송금)을 어겼다'고 주장한 것에 주목했다. 간접 수용만 주목하는 경향이 있지만, 론스타가 거론한 사항이 간접 수용을 포함해 5가지임을 유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즉 이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얼마든지 ISD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한미FTA가 체결되기 훨씬 이전인 2006년부터 론스타가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의 ISD 조항에 근거해 한국 정부를 제소할 수 있음을 경고해왔다"며, 이를 감안하면 "론스타 소송이 한미FTA와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 투자자에게 유리한 불평등 조항은 국내 기업의 역차별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 공공 영역 위축 및 민주주의 동요로 이어져 경제 민주화를 뿌리부터 흔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정부는 공공 부문과 관련해 우리의 정책 주권이 안전하게 확보돼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신자유주의에 기반을 둔 FTA는 특히 공공 부문(에너지 서비스, 환경 서비스, 보건의료 서비스, 철도 등)을 심각하게 위협한다는 말이다.

이 교수는 "한미FTA는 (…) 초국적 자본과 통상 관료들의 변형된 '초헌법적 쿠데타'"이며 "여의도에 대한 월가, 즉 초국적 금융 자본의 지배권을 더 공고하게 하고 나아가 역진불가능한 것으로 확정하는 효과를 낳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ISD는 식민지 헌병처럼 미국의 이익, 특히 월가의 이익을 수호하는 초고층 망루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뉴시스

"경제 민주화와 한미FTA는 양립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 통상 체제 아래서 경제 민주화는 결코 온전하게 작동하지 않을 것"이라며 통상에 대한 대안적 접근법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안적 통상 거버넌스와 이를 위한 새로운 통상 정책은 경제 민주화와 새로운 복지국가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조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는 공정 무역 흐름을 비판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의미 있는 충격을 가하려는 시도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다. 이 교수는 "한국의 공정 무역론자들 중 한미FTA에 대해 문제제기하는 것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또한 한중FTA, 한중일FTA, RCEP(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 협정)를 거론하며 "이명박 정부가 정권 말기에 추진하고 있는 모험주의적인 통상 정책과 관련해 디폴트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더해 이 교수는 "왜 민주통합당조차 여기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대목에서 이 교수는 통상 관료에 관한 일화를 이야기했다.

"외교부 담당자에게 물어봤다. 한 나라와 FTA 3개(한중FTA, 한중일FTA, RCEP)를 맺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그랬더니 그 담당자는 '3개가 아니라 4개다. (…) FTA는 많을수록 좋다'고 답하더라."

FTA에 눈감은 채 경제 민주화를 논의할 수는 없다는 지적을 한 건 이 교수만이 아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다른 전문가들도 이에 관해서는 한목소리를 냈다. 사회를 맡은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경제 민주화와 한미FTA는 양립할 수 없다"며 "(그런데도) 한미FTA가 대선 과정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것은 한심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남희섭 변리사는 "경제 민주화 정책이 FTA로 인해 축소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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