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사태가 우려했던 대로 발생하자, 시민사회에서는 론스타는 물론 한국 정부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론스타는 정체를 속이고 외환은행을 불법 인수해 이득을 취한 후 '먹튀'를 했고, 한국 정부는 그런 '먹튀'를 가능하게 해줬다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통해 "처음부터 산업자본 성격을 감추고 적극적인 기망 행위를 통해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지배함으로써 막대한 부당 이득을 취한 론스타가 오히려 수조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며 "몰염치의 극치", "뻔뻔한 짓"이라고 질타했다.
참여연대는 "론스타가 한국의 은행 인수와 지배 자격 여부를 심사받는 데 핵심 자료인 동일인 신고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것을 자백했다"고 비판했다. 5월 한국 정부에 발송한 중재의향서에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할 때 금융 당국에 제출한 동일인 신고서에 누락시킨 회사들을 론스타 스스로 자회사로 열거했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7월 24일 론스타 및 옛 론스타 측 이사들을 상대로 '외환은행 지배주주로서 취한 배당 이득과 주식 매각 차익을 외환은행에 돌려달라'는 외환은행 주주대표소송(청구 금액 3조 4000억 원)을 제기한 상태다(☞관련 기사 : 참여연대-민변, '먹튀' 론스타 관련 소송 제기).
한국 정부도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외환은행 인수와 지배가 론스타의 적극적인 불법 행위로 이뤄졌다는 것을 입증할 증거가 명백히 존재하고 그것을 주장하는 것이 소송에서 가장 유리하다"며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론스타의 산업자본 문제를 공식 거론한 적이 없다"고 비판했다. 수조 원의 국민 세금이 걸린 소송에서 론스타의 결정적인 약점을 공략하지 않으면서, "소송으로 갔을 경우 이긴다고 120% 확신한다"(김석동 금융위원장, 5월 31일)는 등 승소를 자신하는 정부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론스타 해법 찾기, 외환은행 불법 매각 단죄와 처벌에서 시작해야"
이와 관련, 시민사회 단체들이 '론스타=산업자본'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자료를 거듭 찾아내고 정부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정부는 4년간 시간을 끌다 2011년 3월에야 '론스타홀딩스가 비금융주력자(산업자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발표했다. '론스타=산업자본'임을 보여주는 자료들이 그 진실성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지만, 론스타가 '정부의 판단이 늦게 나와 매각이 지연돼 피해를 봤다'고 주장할 수 있게 해준 것도 문제였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참여연대보다 더 강도 높게 정부를 비판했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이번 사태를 "역대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불법성을 묵인하고,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다시 매각하도록 승인해 자초한 일"이라고 규정했다. 론스타가 은행을 소유할 자격을 갖추지 못했음에도 "노무현 정권과 금융 관료들은 '예외 승인'이라는 불법적인 방식으로 투기자본에 외환은행을 팔아넘겼고,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금융 관료들은 주가 조작을 저지른 불법 집단인 론스타에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계속 부여해 천문학적인 '먹튀'가 가능하게 만들었다"는 비판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따라서 론스타 해법 찾기는 "2003년 외환은행 불법 매각에 대한 단죄와 처벌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부터 매각까지 전 과정의 불법성을 정부가 인정할 것 ▲금융위원회와 재경부의 전·현직 고위 관료 및 당시 론스타를 대리했던 김앤장법률사무소 등을 처벌할 것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해 피해 배상을 하고 정리해고된 이들을 원직 복직시킬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에 더해 투기자본감시센터는 "한국 정부가 제2, 제3의 론스타에 계속 휘둘릴 수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대선 후보들에게 촉구했다. 또한 론스타뿐만 아니라 "모든 투기자본은 투자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 정책과 법 제도를 붕괴시킬 수 있다"며 ISD가 포함된 모든 자유무역협정(FTA)과 투자보장협정 등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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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를 비롯해 ISD를 포함한 모든 협정 재검토해야"
'ISD 포함 협정 전면 재검토' 주장을 하는 건 투기자본감시센터만이 아니다. 대표적으로 한미 FTA에 포함된 ISD 조항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다른 시민사회 단체들도 같은 우려를 하고 있다. 론스타가 ICSID에 한국 정부를 제소한 근거는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이지만, 투자자 권리 보호라는 명목으로 국가의 정당한 법 집행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은 ISD를 포함한 모든 협정이 마찬가지라는 것이 시민사회 관계자들의 판단이다.
이와 관련,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외교통상위원회는 23일 논평을 내고 "론스타의 ISD 제기는 한국에 상처만 남길 뿐"이라고 밝혔다.
민변 외교통상위는 한국 정부가 지면 국민들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론스타의 배만 불리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우려하며, 체코를 사례로 들었다. 체코 정부는 2003년 미국인 로널드 라우더가 투자한 CME에 1년 의료보험 예산에 맞먹는 3억 6000만 달러를 배상해야 했다.
이어 론스타가 제기한 ISD 중재 재판을 수행하느라 약 40억 원의 세금이 낭비되게 생겼다며 "한국 정부는 이겨도 손해"라고 밝혔다. "약 40억 원"은 법무부의 2013년도 예산 편성안에 '국제투자분쟁 중재 수행 및 대응' 명목으로 배정된 39억 6000만 원을 말한다. 민변 외교통상위는 상사 분쟁에서 두 당사자가 비용을 균등 부담하는 것이 관례라며, 이를 감안하면 한국 정부가 승소해도 론스타로부터 소송 비용을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한 민변 외교통상위는 "ISD 제도를 통해 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보호된다고 하지만 한국 기업 중 막대한 소송 비용이 드는 ISD를 이용할 수 있는 기업은 과연 몇 개나 될 것인가", "몇 개의 극소수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세금을 담보로 잡혀야 하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 "이래저래 상처만 남기는 ISD를 조속히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뿐만 아니라,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를 밀어붙였던 민주통합당에서조차 "이번 론스타의 ISD 제기가 한미FTA에 근거한 것은 아니지만, 향후 한미FTA에 근거해 유사한 ISD 국제 중재가 제기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며 "ISD를 포함한 한미FTA의 여러 독소 조항들을 국제 기준과 절차에 맞춰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23일 '일일정책현안').
이에 대해 정부는 22일 "론스타가 중재 의향을 밝힌 이후 관련 부처로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중재 재판에 대비해 왔고, 향후에도 국제중재재판부에서 론스타 주장의 부당성을 적극 제기하는 등 중재 수행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또한 론스타의 ISD 건과 한미FTA는 다른 문제라고 보고 있다. 한국-벨기에 투자보장협정과 달리 한미FTA에는 이번에 문제가 된 LSF-KEB홀딩스(론스타의 자회사) 같은 페이퍼 컴퍼니의 ISD 제소를 배제하는 조항이 있으며, 공중 보건 등 정당한 복지를 위해 한국 정부가 취하는 조치는 한미FTA의 ISD 대상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점에서 론스타 건과 별개라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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