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노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구상' 뿌리채 흔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노 대통령 '외교안보라인 구상' 뿌리채 흔들?

'송민순 외교장관-윤광웅 국정원장 구상' 사실상 무산

북핵실험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다른 타격을 안기고 있다. 임기 후반 새로운 외교안보라인을 구축하려던 구상이 통째로 흔들리고 있는 것.
  
  북핵 실험에 따른 인책론이 거세짐에 따라 현 외교안보라인 자체도 위기에 처했지만 현 외교안보라인의 자리 맞바꿈을 핵심으로 하는 노 대통령의 향후 라인업 구상도 전면 재수정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어차피 인사요인은 발생했었지만…
  
  평소에도 현 외교안보라인을 탐탁치않게 여기던 한나라당과 보수 언론은 "당장 모두 해임하고 안보내각을 구성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여당 일각에서도 "당장 급한 시점만 넘기면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경질은 불가피 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노 대통령 역시 "전장에서 말을 갈아탈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당장의 인사요구를 물리쳤지만 "긴박한 상황을 정리한 후에 부분적으로 (인사를) 검토하겠다"며 부분개각을 시사했다.
  
  어차피 인사요인은 발생했었다. 반기문 외교부 장관이 UN 사무총장에 취임할 예정이라는 물리적 요인도 있지만 노 대통령의 구상은 그 폭이 더 넓었다. '친정체제'를 더욱 강화해 임기 후반기 누수를 막겠다는 의도였던 것.
  
  당초의 친정체제 강화 구상
  
  정치인 출신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 외교안보라인 좌장을 맡다가 물러난 이후 노 대통령은 정통외교관 출신으로 청와대 외교보좌관을 지냈던 반기문 장관 중심으로 외교안보라인을 재편했다.
  
  청와대에서 근무하던 이종석 NSC 사무차장을 통일부 장관으로 승진시켰고 9.19 공동성명을 이끌어낸 송민순 외교부 차관보를 장관급인 청와대 외교안보실장으로 발탁했다. 그리고 관리형 인사인 김승규 국정원장,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계속 안보라인을 책임졌다.
  
  '노무현 친정체제'라고 불릴만한 이같은 라인업에 대한 노 대통령의 신임은 두터웠다. 정부 외부의 박한 평가와는 달리 노 대통령은 이 라인업에게 대북, 대미 외교는 물론 일부 한미 FTA 추진 등 굵직한 정책과제를 맡겼고 이들 역시 노 대통령의 의중을 충실히 파악해 수행하고자 애썼다.
  
  노 대통령은 자신의 손발과 같은 이들을 중심으로 후임 라인업을 구상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송민순 외교안보실장이 외교부 장관으로 영전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윤광웅 장관이 국정원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며 그 시기는 한미연례안보협의회의(SCM)에서 작통권 환수 시기 문제를 다룬 직후"라는 관측이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국방위에서 활동했던 한 의원 역시 "청와대가 군 장성 인사까지 미뤘는데 이는 윤 장관에 대한 문책성이 아니라 어차피 영전할 테니 장군 인사는 후임자 인사와 맞물릴 수밖에 없다는 의도였다"고 설명했다.
  
  '일단은 두고 보자'는 미봉책에 불과
  
  하지만 북핵 실험으로 인해 노 대통령의 이같은 구상은 통째로 흔들릴 수밖에 없게 됐다.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가방에 넣어 미국과 중국을 분주히 오가던 송민순 실장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갔다. 7월 5일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던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이번에도 "워치콘을 격상하려 했는데 미군이 반대하더라"는 등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유엔으로 갈 반기문 장관이나 북한 미사일 발사 당시에도 자리를 비웠고 이번 북핵 실험 순간에는 국회에 출석해 "징후가 없다"며 연달아 헛다리를 짚은 김승규 국정원장의 교체는 기정사실이지만 북핵 실험의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송민순 실장이나 윤광웅 장관을 영전시키기 힘들다는 것이다.
  
  일단 청와대는 '두고 보자'는 입장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반 장관이 13일 유엔 사무총장으로 선출돼도 북핵 현안 때문에 외교부장관을 잠시라도 공석으로 둘 수 없고 반 장관 본인이 처리하던 일이 있는 만큼 당분간 장관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미봉책이라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고 있다. 반 장관은 13일 추인절차를 마치면 곧바로 유엔 사무총장 인수위를 꾸리게 된다. 유엔 일에 정신이 팔릴 수밖에 없는 반 장관에게 북핵문제를 맡겨두는 것은 더 말이 안 된다는 것.
  
  정면돌파 시 급격한 레임덕 불 보듯 뻔해…진퇴양난
  
  인사 분야에 대한 노 대통령 특유의 '뚝심'이 이번에는 발휘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한 여당 의원은 "아무리 천하의 노무현 대통령이라지만 이런 상황에서 '송민순 외교장관-윤광웅 국정원장' 카드를 내밀 수 있겠냐"며 "만약 그럴 경우 김병준 파동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발이 거셀 것이고 국회 청문절차는 다시 난장판이 될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노 대통령의 급격한 레임덕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대안'도 마땅찮다는 점이 노 대통령의 고민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외교부 장관 자리의 경우 외시 9기인 송 실장의 두 기수 선배로 유명환 차관, 김하중 주중대사, 이태식 주미대사 등이 넓게 보면 후보군에 들어가지만 이미 이들은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송 실장을 끌어올릴 판단을 했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통외통위 소속의 여당 의원은 "송 실장을 장관으로 영전시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당분간 그 자리에 둘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교부 장관이든 국정원장이든 정치인 출신을 앉힐 수도 없고 발탁할 만한 외부 인사도 마땅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당초 염두에 두었던 친정체제의 가능성은 낮아진 만큼 외교안보라인 핵심포스트는 안팎에서 두루두루 인정할 만한 '무난한 인사'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김병준 낙마-김신일 임명' 과정과 유사한 상황이 재연될 상황인 것이다.
  
  노 대통령이 만의 하나 애초 구상대로 정면돌파를 감행한다면 이는 급격한 레임덕을 가져올 우려가 높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무난한 인사'를 시행할 경우 노 대통령의 장악력이 현저히 저하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진퇴양난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