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위원장 수난시대'…올해 네 번째 '중도하차'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위원장 수난시대'…올해 네 번째 '중도하차'

사퇴배경은 각양각색…공통점은 '감정손상'

바야흐로 '위원장 수난시대'다. 조영황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임기를 1년 반이나 남겨두고 25일 돌연 사의를 표명해 올 해 들어 네 번째로 '중도하차 위원장' 대열에 합류했다.
  
  지난 6월 윤성식 당시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의 자진사퇴를 기점으로 지난 달 23일 이상희 당시 방송위원장, 이달 13일 손지열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 이어 조 위원장까지 올해 들어 각종 정부 위원회 장관급 수장들의 자진 사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한 차례 임기를 채우고 연임한 끝에 "너무 오래했다"며 자진해서 물러났다가 한 달 반 만에 방송위원장으로 컴백하게 된 조창현 중앙인사위원장 같은 경우도 있지만 '네 명의 전직 위원장'들은 모두 석연찮은 사퇴의 변을 남기고 공직을 떠났다.
  
  시각차 설, 갈등설 남긴 윤성식 전 정부혁신위 위원장
  
  자진사퇴 첫 테이프를 끊은 윤성식 전 정부혁신위 위원장은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 출신으로 현 정부가 역점을 두고 있는 '정부 혁신'의 설계자로까지 불렸었다. 윤 전 위원장은 노 대통령이 지난 2003년 9월 감사원장 후보로 지명했을 정도로 신임을 받았지만 당시 여소야대 정국에서 "학부 시절 학점이 나쁘다"는 등의 저질 공세 논란 끝에 국회 인준 관문을 통과하는 데 실패했다.
  
  그는 7개월 후인 2004년 6월 결국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자리를 옮긴 김병준 당시 정부혁신위원장 후임으로 발탁됐다.
  
  윤 전 위원장은 2년이 지나 "위원장을 맡은 지 만 2년이 되기 때문에 학교로 돌아가 강의와 연구에 전념할 생각"이라며 "정부혁신의 기초를 다진 만큼 열매를 거두는 역할은 후임 위원장에게 넘기기로 했다"는 사퇴의 변을 남기고 떠났지만 구구한 뒷말을 낳았다.
  
  정부혁신위원회 등 대통령자문 국정과제위원회의 기능 조정에 대한 청와대와의 시각차를 꼽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자치경찰제 등 남은 혁신 과제가 산적해 있다"며 위원회 활동을 계속 강화해야 한다는 혁신위 입장과 "임기 후반기에 새 일을 벌이기보다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하므로 위원회보다 정부 부처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청와대 입장이 충돌했다는 것.
  
  이 와중에 윤 전 위원장과 김 전 정책실장 사이의 갈등설도 새어나왔다. "대통령과의 통로를 맡은 김 전 실장이 보고 기회도 막고 업무 협조에 소극적이었다"는 것이 윤 전 위원장 측에서 흘러나온 갈등설의 핵심이다.
  
  양측은 모두 공식적으로는 시각차 설, 갈등설을 부인했지만 윤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혁신위 위원을 맡고 있던 김병섭 서울대 교수가 위원장으로 위촉된 이후 위원회의 활동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점은 '시각차 설'을 뒷받침 하고 있다.
  
  "나는 사퇴 의사 안 전했는데…"라던 이상희 전 방송위원장
  
  건강상의 이유로 취임 1개월 만에 사퇴한 이상희 전 방송위원장의 사안에서도 잡음이 적지 않았다.
  
  2기 방송위원장 임기 만료 이후 여야 정치권의 자리다툼으로 7월에서야 겨우 3기 방송위가 꾸려지는 과정에서 덕망 있는 원로 학자인 이 전 위원장이 수장의 자리에 앉았지만 고령(1929년생)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결국 임명 한 달 만에 건강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한 것. 하지만 이 전 위원장이 직접 사의 표명을 하지 않았는데 청와대가 먼저 사임을 발표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게다가 이 위원장이 지난 달 21일 방송위 전체회의 이후 위원들만 참석한 비공개 간담회에서 건강악화 사실을 밝혔지만 위원들이 "경과가 좋을 수도 있는데 왜 거취문제를 벌써 꺼내느냐"고 사임을 만류하며 이 전 위원장의 건강 문제를 일단 비밀에 붙이기로 약속했는데 그 다음 날 바로 간담회 내용이 청와대에 '보고'됐고 청와대가 엠바고를 전제로 "이 위원장이 간접적으로 사퇴의사를 전해 왔다"고 출입기자들에게 알린 것.
  
  결국 이 위원장은 그날 저녁 병실에서 사퇴서를 내놓았지만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사표 수리 이후 "이 전 위원장이 고령인데 임명 이전에 건강 문제는 고려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임명할 때만 해도 괜찮았는데 한 달 만에 건강이 나빠졌다"는 답을 내놓았다.
  
  "해줄 말이 없다"던 손지열 전 중앙선거관리위원장
  
  '5부 요인'(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 중앙선관위원장)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로 위상이 높아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손지열 전 위원장이 사퇴한 과정을 조금 맥락을 달리한다.
  
  지난 13일 사퇴 배경을 묻는 질문에 "해줄 말이 없다"는 말을 남긴 손 전 위원장은 임기 6년 가운데 무려 5년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상근직화를 골자로 한 선관위법이 국회에 통과되지 않자 계속 그 자리에 앉아 있기도 애매했던 것.
  
  대법관 중 한 명이 비상근으로 선관위원장을 맡아 온 관행에 의해 위원장 직을 맡았던 손 전 위원장의 대법관 임기가 지난 7월로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손 위원장에게 인신 모독성 발언을 한 것이 직접적 사퇴 배경이라고 주장하며 선관위원장 상임직 전환 내용이 담긴 선관위법 개정안을 우리당이 반대했다고 정치공세를 펼쳤다.
  
  우리당 의원들은 "인신 모독 운운은 근거 없는 정치공세"라고 반박하면서도 "선관위법 처리의 지연은 법 자체에 위헌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손 전 위원장 본인이 자세한 사퇴 배경을 밝히진 않았지만, 정치권과 중앙선관위 주변에서는 선관위의 위상이 강화되는 데에 여야 가릴 것 없이 모두 부담을 느껴 '위원장 상근직화'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안의 처리에 우물우물 하자 손 전 위원장 스스로 '자리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다'는 취지로 사표를 던졌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다른 의미의 '빨간 신호등'
  
  4명의 각급 위원장들이 임기를 한참 남기고 자진 사퇴하는 와중에 부동산 문제 같은 개인적 비리나 정책적 흠결이 드러나지는 않았다. 사퇴배경도 각양각색이지만 하나같이 잡음이 삐져나왔고 '감정이 상했다'는 공통점을 노출했다.
  
  속수무책이던 청와대 역시 연이은 '위원장 수난시대'에 큰 신경을 쓰는 눈치가 아니다. 하지만 정부 부처도 아닌 독립 위원회나 대통령 직속기구의 위원장이 연달아 떠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빨간 신호등'이 켜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시민사회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정우 전 정책기획위원장이 지난해 7월 정책적 한계를 느끼고 사의를 표명했던 때 이미 '노란 신호등'이 들어 왔다는 것.
  
  경북대 교수로 돌아간 이 전 위원장은 최근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관료에 포위됐다"며 "외부의 적보다 일부 여당 의원과 관료라는 등 뒤의 화살이 더 무서웠다"고 털어놓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좀 더 편하게 말과 글을 내놓고 싶다며 "청와대 정책특보라는 모자도 벗고 싶다"고 요구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편 청와대 측은 내부 갈등으로 인한 조영황 인권위원장의 사퇴에 대해 "사퇴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며 "사퇴 의사를 거둬들이도록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공개적으로 사퇴 의사를 표명한 조 위원장이 체면손상을 무릅쓰고 자신의 의사를 뒤집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