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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고집한 박근혜, 누가 '대세론' 김 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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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줄' 고집한 박근혜, 누가 '대세론' 김 빼나

[대선읽기] 집단무기력증 빠진 새누리당, 언제까지?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28일 친박 원로 자문그룹으로 알려진 '7인회'의 존재에 대해 "처음 들어본 얘기"라고 부인했다. 이미 이 모임의 수장 격인 인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조직을 과시하고, 그들의 화려한 '유신 경력'으로 인해 논란까지 일던 차였다. 이런 상황에서 박 전 위원장의 답은 예상대로 '부인'이었다. 흡사 "경기동부는 없다"던 통합진보당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의 주장을 듣는 듯 했다.

"박태규가 누군지 모르고 만난 적도 없다", "7인회는 처음 들어본 얘기". 지난 4.11 총선에서 '대세론'을 재확인한 박근혜 전 위원장이 최근 들어 유독 단호한 입장 표명을 한 것은 이 두 가지 사안 뿐이었다. 공통점은 모두 '방어'라는 점이다.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 제시도, 하다못해 자신의 경쟁세력에 대한 공격적인 공세도 없이 오직 자신을 향한 공격을 방어하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박근혜 현상>을 펴낸 이철희 두문정치전략연구소장은 4.11 총선 후 박 전 위원장의 모습을 '지독한 경직성(rigidity)'과 '무기력한 피동성(passivity)'으로 규정했다. 실제 총선 후 새누리당에 관한 뉴스는 언론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유례없는 통합진보당의 선거부정 사태로 세간의 관심이 야권에 쏠린 것은 분명하지만, 새누리당이 야권에 대한 색깔론 외에 어떤 독자적인 뉴스도 생산하지 못하는 '집단 무기력'의 상태에 빠진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집권여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는 1위부터 5위까지 '짐작 가능한' 선거로 심심하게 치러졌고, 원내대표부터 사무총장까지 모든 당직이 '친박 일색'으로 꾸려지면서 어떤 이변도, 어떤 정치드라마도 실종됐다.

▲ 28일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가운데) 이날 박 전 위원장은 조계사 측에서 지정한 대선주자들의 앞줄 자리 착석을 거부하고 뒷줄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애초 지정된 박 전 위원장의 옆자리엔 김문수 경기도지사, 민주통합당 정세균 상임고문 등이 배치돼 있었다. ⓒ뉴시스

이런 분위기엔 박근혜 전 위원장의 '무사안일주의'도 한 몫 했다. 친박계가 '(지지율) 1% 대선주자'라고 비꼬는 비박(非朴) 주자들의 문제제기는 "정쟁"이라는 한 마디로 일축했고, 당내 도전이 있을 때마다 '정쟁 대 민생' 프레임을 내걸며 모두를 침묵시켰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당내 최대 주주인 박 전 위원장 눈치보기에 급급했고, 그러다 보니 당의 활력은 총선 후 더욱 자취를 감췄다.

'부자 몸 조심'하는 듯한 태도는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전 위원장 쪽에서 보면 당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집권을 하고 싶다면, 10년 전 하늘을 찌를 듯했던 이회창 대세론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기억해야 한다. 당시 추대되다시피 대선 후보에 오른 그의 한나라당 역시 역동성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석가탄신일인 28일 조계사를 찾은 박 위원장이 다른 대선주자들과 달리 굳이 '뒷줄' 자리를 고집한 것을 두고서도 말들이 많다. 앞줄로 오라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만류를 뿌리치고 지정석까지 바꾼 이유가 "당 대표도 아닌데…"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지만, 항간의 평가처럼 비박 대선주자들과 나란히 앉기 싫어서였다면 그것이야말로 대세론의 '오만'을 보여주는 일이다.

정작 박 전 위원장 자신은 '대세론의 함정'이란 지적에 언제나 '겸손'을 얘기하지만, 대중 앞에 끊임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놓을 태도가 되어있지 않은 것이야말로 정치인으로서의 '오만'일 것이다. 당장 그가 "선수가 룰에 맞춰야지 룰을 바꾸느냐"고 쏘아붙였던 완전국민참여경선제(오픈프라이머리)는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도 찬성 의견이 더 높은 상황이다.

한나라당에서 간판을 바꾼 새누리당엔 "이제 친이, 친박이 없다"던 박근혜 전 위원장이었지만 지난 총선에선 '친이 학살' 논란이 일었고, 여기에 쐐기를 박듯 친박 핵심들이 주요 당직을 모두 차지했다. 박 전 위원장이 '실체'를 부인한 7인회의 유신 멤버, 강창희 당선자 역시 예측대로 국회의장에 오를지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짜인 각본대로 진행되는 무대엔 관중이 몰리지 않는다. 출연진이 모두 집단무기력증에 빠졌다면 말할 것도 없다.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 [대선읽기]는 2012년을 맞아 대선이 끝나는 12월19일까지 <프레시안> 기자들이 쓰는 연재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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