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박지원 2라운드'가 시작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부산저축은행 로비스트 연관설을 주장했다가 박근혜 전 위원장으로부터 고소당한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박 전 위원장을 맞고소 한데 이어, 이번에는 '수구 꼴통' 논란을 두고 한판 대결을 벌이고 있다.
논쟁은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박근혜 전 위원장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를 "수구 꼴통"으로 규정한 데서 시작됐다. 박지원 위원장은 지난 26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민주당 경선에 앞서 모두 발언을 통해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 '7인회'가 있다고 하는데 그 면면을 보면 수구꼴통이어서 나라를 맡길 수 없다"고 비난했다.
박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은 6인회가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을 만든 여섯 사람이 결국 반은 감옥에 갔고, 나라를 망쳤다"며 "오늘 대의원 동지 여러분이 박 전 비대위원장의 7인회와 맞서 이길 수 있는 좋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해 달라"고 말했다. 이명박, 이상득, 최시중, 박희태, 이재오, 김덕룡 등이 참여해 만들어진 '6인회'에 빗대 박 전 위원장의 '7인회'를 비판한 것이다.
총선 과정을 거치면서 본격 회자되기 시작했던 '7인회'는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이 밝히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전 위원장에게 조언을 하는 '7인회' 멤버는 박정희 정권 시절 재무부장관을 지낸 김용환 상임고문을 비롯해,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김용갑 전 의원, 김기춘 전 법무부 장관, 현경대 전 의원, 강창희 당선자 의원이다. 이들은 모두 30~40년 전 '유신-5공' 시절 핵심 인사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7인회' 멤버들은 즉각 반발했다. 김용환 상임고문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주군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독대하면서 공동정부 수립방안을 논의했는데 수구꼴통 운운하는 것은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냐"고 비난했다. 김용갑 전 의원은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박지원 위원장은 과거 김대중 정권 때 6·15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북한에 5억달러를 갖다 준 원조 종북좌파"라며 "나이가 많다고 수구꼴통이라고 비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친박계 인사들도 박지원 위원장의 발언에 부글부글 끓고 있다. "무소불위 권력을 행사한 '6인회'와 달리 '7인회'는 순수한 조언 그룹이다. 이를 비교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정몽준 "원로 자문은 좋지만…권력 향유하면 문제될 수 있어"
그러나 '7인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당 내에서도 나온다. 정몽준 전 대표는 이날 새누리당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통해 "원로들의 자문을 받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지만, 어느 후보의 캠프에서 일한 분들이 그대로 권력을 향유하는 구조는 그 분들 개개인의 도덕성과 상관없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김용환 상임고문의 경우 지난 4.11 총선 과정에서 "OO 지역 공천에서 김용환 전 장관이 힘을 썼다"는 얘기들이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서 공공연히 돌았다. 정 전 대표의 지적인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강창희 당선자의 경우 19대 국회 상반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는데, 의회를 부정한 전두환 쿠데타 세력에 의해 발탁된 인물이 의회 수장에 오르는 것과 관련해 거부감을 표하는 인사들도 없지 않다. '유신-5공' 시절을 대표하는 인사들이 박 위원장 주변에 있는 것이, 자칫 박 위원장의 '과거 회귀 이미지'를 고착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은 현재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논란이 계속될 경우 박 위원장의 수도권, 젊은층 민심 잡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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