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성장이 일자리와 후생 해결하던 시대 끝나"

사회적 일자리 창출 보고회…일자리의 질 문제는 빠져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의 후생복지 향상과 경제 성장을 어떻게 결합시킬 것인가 문제를 두고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데 성장만을 쫓기 시작한 조직의 관성은 여간해서 바뀌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성장의 내용이 중요하다"
  
  2주간의 해외 순방 등으로 인해 20여 일 만에 청와대 외부의 국내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 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사회서비스 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추진 보고회'에 참석해 "(경제) 성장이라는 것이 성과가 따로 있고 국민의 후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후생이 성장하지 않으면 그 사회경제도 성장할 수 없는 것이 국민경제의 구조"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노 대통령은 "과거에도 성장을 위해 열심히 달려 왔고 지금도 달려가고 있고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할 것이지만 일자리 없는 성장의 추세가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과격하게 표현하면 (경제)성장이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고 국민 후생도 해결하던 시대는 이제 거의 끝나간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같은 성장이라도 어떤 성장이냐 하는 내용이 매우 중요하게 됐고, 같은 일자리라도 국민의 후생복지와 연결이 되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궁극적으로 국민의 후생복지 향상과 경제 성장이 같이 가지 않으면 성장도 지속할 수 없거니와 성장의 의미도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주의 관성 때문에 패러다임 전환이 잘 안됐다"
  
  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작하면서 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혀, '대책을 세우자' '국가전략의 패러다임을 한번 바꿔보자'며 전략변화를 끊임없이 시도했는데 (성장 지상주의) 관성이 있어서 실제로 이것이 참 잘 안 됐다"고 털어놓았다.
  
  노 대통령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이 꾸준히 계속되고 여러 차례 시행착오도 반복했다가 축적돼서 나온 정책이 오늘 이 정책"이라며 "그저 일자리를 몇 개 더 만든다, 누가 돈을 얼마 더 쓴다가 아니라 국가전략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정부의 고민을 이해하고 보고를 받아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보고회는 장병완 기획예산처 장관의 총괄보고와 유시민 복지부 장관, 김명곤 문화부 장관, 이상수 노동부 장관의 분야별 사회서비스 확충 전략 보고에 이은 종합토론 순서로 진행됐다.
  
  장병완 장관은 "2006년 11개 부처에서 11만1616명의 사회적 일자리 인력을 공급하고 2007년에는 21만2514명으로 확충할 계획"이라며 "사회서비스 공급확충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장 장관은 "사회서비스 공급확충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제고하고 민생경제 해결에 효과적 수단을 삼겠다"면서 "(이를 통해)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게 적절한 고용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부분의 선진국도 1인당 국민소득 1만 불에서 2만 불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사회서비스 부문 고용비중이 증가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장의 질' 만큼이나 사회적 일자리의 '질'도 중요
  
  성장의 내용이 중요하다는 노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민생은 나빠도 경제는 좋다"는 식의 과거 발언과는 궤를 달리 하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과 정부의 주장대로 우리나라는 현재 '고용 없는 성장'의 수렁에 빠졌고 복지나 사회적 일자리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늘어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의 대부분은 낮은 임금과 단순 반복 직종에 집중돼 오히려 실업률을 포함한 여러 문제점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많다.
  
  "그냥 경제성장이 아니라 어떤 성장이냐가 중요하다"는 대통령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무조건 사회적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질이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이날 보고회의 제목도 사회서비스분야 '좋은 일자리' 창출 보고회였지만 양적 확충에 치중됐을 뿐, 그 일자리의 임금 수준이나 근로조건에 대한 설명은 빠져 있었다.
  
  우리당 당적의 엄용수 밀양 시장이 메인테이블에
  
  이날 보고회는 전윤철 감사원장, 18개 부처 장관, 16개 광역자치단체장 및 교육자치단체장, 민간단체장 및 전문가 등 총 160여 명의 민관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 가운데 영남지역의 유일한 열린우리당 당적 기초단체장인 엄용수 밀양시장이 참석한 기초단체장 중에서 유일하게 메인테이블에 앉아 눈길을 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