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가 결국 한나라당의 의장석 점거라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이어졌다.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 등 한나라당 의원 10여 명은 19일 오후 1시45분쯤 본회의장에 들어와 국회의장석을 점거하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에 앞서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의 분위기도 비장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지금 열린우리당은 무모하게도 국회의장을 압박해 임명동의안을 직권상정 시켜 날치기 처리하려 한다"며 "불법을 인정하는 그런 한나라당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당당하고 떳떳하게 보여줄 것"이라고 의원들을 독려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총회에서 안상수 의원은 "헌법을 무시하는 헌재소장은 있을 수 없다"며 "3선의원이 중심이 되어 단상을 점거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재희 정책위 의장이 "표결에 불참하는 방법도 반대의견의 의사 표시가 될 수 있다"고 만류했지만 강경론에 파묻혔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한나라당이 욕을 듣게 하지는 않겠다. 모든 것을 일임해 주면 시시각각 지침을 전달하겠다"며 의원들의 실력행사를 지원했다.
나경원 대변인은 의총 직후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수수방관하는 것보다는 본회의장에 들어가 이러한 방법으로라도 직권상정을 못하도록 하자는 것이 의원총회의 결론이었다"라고 전했다.
본회의 처리 물거품될 듯
한편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은 이날 오전 접촉을 갖고 한나라당에 제의할 새로운 중재안을 마련했으나 한나라당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민노당 박용진 대변인은 "새로운 중재안의 내용은 '19일 처리는 하지 않고, 본회의 일정을 다시 잡아 법사위 회부를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이 의장석을 점거하고 있는 상황에서 긴급히 열린 야4당 원내대표 회담에 참여하기 위해 국회 귀빈식당을 찾은 주호영 원내부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직권상정은 결코 있을 수 없으며 이번 임명은 원천무효라는 당의 입장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민주당 김효석 원내대표는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자"고 당부했으나, 김형오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우리가 알아서 하겠다"고 일축했다.
한편 민주당 이낙연 의원은 본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전효숙 후보자 임명동의안은 처리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동당도 한나라당의 실력저지를 뚫고 임명동의안 표결에 동참할 정도로 적극적이지 않아 이날 전효숙 헌재소장 임명동의안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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