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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교수 "삼성의 작업장은 원형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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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조돈문 교수 "삼성의 작업장은 원형감옥"

'삼성의 무노조 정책' 분석 보고서, <연대와 실천>에 발표

삼성에 썩 유쾌하지 않을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노사관계에 정통한 학자인 조돈문 교수(가톨릭대, 사회학)가 삼성그룹의 무노조 정책을 다룬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영남노동연구소가 매월 발간하는 잡지인 <연대와 실천> 9월호에 게재된 "재벌그룹 삼성이 만드는 '대~한민국 원형감옥'"이다.
  
  이 보고서는 삼성의 노무관리를 다룬 그간의 연구물과 다양한 증언들을 토대로 삼성 무노조 정책의 실체를 추적하고 있다.
  
  그룹 차원에서 수립된 '노동자 통제 전략'
  
  보고서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삼성의 노동자 통제 시스템에 대한 분석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은 노동자 통제를 그룹의 구조조정본부(구조본, 구 비서실)에서 기본전략을 짜고 지역별로 만들어져 있는 지역대책위원회(지대위)에서 세부방침을 마련한다.
  
  구조본은 통상 한 해당 6~8회 정도 노동자 통제 지침을 계열사 등에 하달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삼성경제연구소에 별도의 연구를 맡겨 그룹 차원의 노동자 통제 지침을 작성하기도 한다.
  
  구조본이 작성한 '지침'을 활용하는 곳이 바로 지대위다. 구조본 인사팀장이 총괄 책임을 맡고 있는 지대위는 전국적으로 5~8개가 존재하면서 상시적인 노동자 감시 활동을 벌인다.
  
  삼성계열사에서 유출된 각종 '노동자 통제 지침'을 보면 구조본과 지대위의 활동이 무엇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고 보고서는 적고 있다.
  
  그동안 유출된 '노동자 통제 지침'에는 △노조 결성 저지를 위한 그룹 차원의 지휘체계 가동 및 계열사별 노무관리 인력의 활용 △사업장 내 노동자 관찰 및 문제 노동자 동향 파악 △외부 노동조직의 동태 파악 및 삼성 계열사 노동자들과의 접촉 차단 △노동부·시청·검찰 등 국가기구 및 언론계의 다양한 가능성에 대비해 매우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행동지침이 들어있다.
  
  삼성 측은 현재까지 지대위의 존재 사실을 공식 부인해 왔다.
  
  하지만 조돈문 교수의 보고서는 △노동자 통제와 노조 결성 저지를 위한 계열사 간 상호지원 현상 △계열사가 다르더라도 노조 설립 시도에 대한 동일한 대응방식 등을 근거로 그룹 차원에서 노동자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신한다는 입장이다.
  
  "삼성은 원형감옥이다"
  
  한편 이 보고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노조 설립 시도가 빈번해지면서 삼성 내 노조 설립 가능성에 대한 삼성그룹 차원의 대응전략이 보다 집요하고 체계적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보고서는 "촘촘하게 짜여진 노동자 감시 및 정보수집 활동 네트워크로 인해 작업장 내 노동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회사 측에 의해 파악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한 노동자의 다음과 같은 증언을 소개하고 있다.
  
  "내가 잘 가는 화장실까지 알더군요. 언젠가는 관리자가 불러 왜 화장실을 다른 데로 다니느냐고 물어봤으니까요. 친구 결혼식장에 쫒아 다니는 것은 보통입니다."
  
  보고서는 "(삼성) 노동자들은 자신을 감시하는 실체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철저하게 감시됨으로써,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통제 시스템이 더욱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삼성 계열사의 작업장은 '원형감옥'이 됐다"고 주장한다.
  
  작업장 밖도 안전하지 않다
  
  나아가 보고서는 삼성의 노동자 통제가 작업장 밖에까지 미치고 있다고 폭로한다. .
  
  보고서는 "노조 결성을 시도한 경력이 있거나 그런 혐의를 받는 주동세력의 경우 삼성 측의 밀착된 감시활동이 작업장 밖 지역사회와 노동자들의 사적 공간으로까지 확대된다"며 "불법도청 또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어 "감시·미행·불법도청뿐만 아니라 정보수집과 감시를 위해 노동자들의 가정집을 포함한 사적 주거 혹은 사무공간에 대한 불법침입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몇 가지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삼성SDI 부산사업장에서 해고된 송모 씨가 양산에서 비디오 가게를 하고 있는데, 통상 차량 1~3대가 비디오 가게 주변에 상주하고 있고, 삼성 노동자들이나 민주노총 관계자들이 송 씨를 만나러 가면 삼성 측 관계자들이 여러 명 함께 움직인다"
  
  "20여 년을 삼성에서 인사노무만 담당해 온 노모 과장이 잠시 해외휴가를 떠난 사이에 삼성 측에서 노모 과장의 집에 침입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노무관리 자료를 뒤져서 가져갔다. 노 과장은 서류반환을 요구하고 한 변호사에게 이런 사실에 관해 양심선언까지 약속했지만 삼성 측으로부터 협력업체 사장직을 받은 뒤 양심선언을 포기했다."
  
  연구대상에 오른 삼성의 무노조 정책
  
  한편 조돈문 교수의 이번 보고서는 그동안 삼성 안팎에서 나왔던 수많은 증언들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엄밀하게 말하면 '확인되지 않았지만 상당히 신빙성을 가진' 자료들을 근거로 삼성의 노동자 통제 시스템을 조명했다는 얘기다.
  
  사실 삼성의 무노조 정책에 대한 사회적 비난이 그동안 많았고, 그룹 내 노조 결성 시도에 대한 삼성 측의 탄압활동에 대한 의혹도 숱하게 제기돼 왔다. 물론 많은 언론들도 관심을 갖고 취재해 왔다.
  
  그러나 삼성의 노조 탄압활동이 공식적인 사실로 확인된 경우는 드물다. 애초에 문제를 제기했던 증언자들이 '알 수 없는 이유로' 증언을 포기하곤 했고, 삼성의 불법행위를 증명해줄 문서가 나오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과거에 삼성SDI 해고노동자들이 불법도청을 당하고 있다면서 삼성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 마저도 '불법도청'은 사실이지만 '누가' 했지는 모르겠다는 다소 해괴한 수사결과를 발표한 일도 있었다.
  
  삼성은 조돈문 교수의 연구보고서에 대해 "근거 없는 사실로 명예를 훼손했다"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이전에 삼성은 조돈문 교수처럼 자사의 노무관리를 비판적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자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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